상주 구합니다

-쪼가리소설. 휴 콩트-

by 김휴

상주 구합니다

-쪼가리소설-


잘난 인수씨는 힘든 일은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싫다.

그냥 굶지 않고 즐겁게 살면 그게 부자 아니냐는 게 인수씨의 잘난 철학이다.

새벽인력 시장도 전전했지만 버는 거에 비해 너무 힘들었다.

혼자 몸뚱아린데 알바만 부지런히 뛰어도 산단다.

통장에 잔고가 바닥날 직전이다. 알바를 구해야 할 시점이다.

구인정보지를 뒤지다가 뭔가 필이 확 꽂히는 알바가 눈에 들어온다.


/상주 구합니다!!!

일당 오십 만원/


난생 처음보는 구인광고였기에 호기심까지 작동시키고 있었다.

구미는 당기지만 뭔가 사기 냄새가 물씬나는 일자리 같았다.

하지만 확보는 해놓고 볼일인 것 같아 잘난 인수씨는 일단 전화부터 건다.

가든 안 가든 자리 확보는 무조건이다.


전화 속 남자 목소리는 부드럽다.

사연은 오래전 캐나다으로 이민을 간 팔촌 누나의 부탁을 받고 이런 구인 광고를 냈다는 것이었다.

그 누나 나이가 70대라 한국까지 오기도 힘들고

그녀의 육촌 이내 친척들은 줄줄이 사탕처럼 다 이민을 간 상태였다.

누나의 모친이 오늘 내일 하시는데 상을 당하면 자기에게 상주 노릇을 부탁했는데

자기는 현실적으로 절대 할 수 없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대타를 구하는 중이란다.

2일장으로 치룬다는 것이었다.

장례식의 모든 준비는 상조회사에 이미 맡겼다면서

조문객들은 아무도 없을 거라며 발인날까지만 빈소만 지켜주면 된다고 한다.


사실 AI시대에 팔촌이면 흔히 말하는 사돈의 팔촌쯤 되니까.

남이나 다름 없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인수씨는 짧은 고민 끝에 하기로 했다. 계약금은 통장으로 입금받았다.


드디어 일주일 뒤, 전화가 왔다.

영생장례식장 105호실로 오라는 것이었다.


이미 할머니의 영정 사진과 간단한 음식들이 차렸져 있었고

차가운 기운만 방 안 가득했다.

검은 정장을 한 인수씨는 할머니의 영정과 마주하기가 미안했지만 가벼운 목례를 한다.

그리곤 한쪽 벽에 기댄 채 앉는다. 정말 아무도 오지 않았다.

할머니 사진을 바라보는데 별의별 생각이 다 밀려온다.

이런 쓸쓸한 죽음에 대해 하늘 나라에서 보상이라도 해줄까?

자식도 기피해 버린 할머니지만 사진 속에서는 평온하신듯 했다.

덩그라니 빈소를 지키고 있는 잘난 인수씨는 밤이 깊어지면서

급속도로 몸이 싸늘해지면서 드디어 저승사자가 된듯 무념해졌다.


뉘신지 모르겠지만 고생이 많다며

잠깐이라도 편하게 눈을 붙이라며 할머니가 내 어깨를 두들긴다.

깜짝놀라 눈을 떴다. 꿈이었구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라고 외친 노래는

분명 꽃에게 치욕적이었다는 것,


발인하는 날 새벽,

인수씨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사람의 끝이 이렇게 외로울 수는 없는 법이라며

저승에서나마 행복하게 사시라며

그녀에게 정중하게 절을 올린다.


눈물이 볼성사납게 주르륵 흘러내린다.


글. 김휴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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