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증후군

-쪼가리소설. 휴 콩트-

by 김휴

고독증후군

-쪼가리소설-


누가 문을 두들긴다. 누구세요? 아무도 없다

또 누가 두들긴다. 아무도 없다.

누구세요? 하루에 수십 번도 더 날리고 있는 철수씨는 미치겠다.

도대체 어떤 놈이 장난을 치는 거야?

신고를 해버릴까? 그러면 괜히 불려 다니겠지?

처음에는 장난치는 것으로 생각하다 지금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문 앞에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앉아 그놈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제 너 죽고 나 죽는다. 아무리 기다려도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최대한 조용히 문구멍으로 내다본다. 아무도 없었다. 눈치를 채고 가버렸나?

그러고 보면 실직 이후 찾아오는 사람은 커녕 쥐새끼 한 마리도 없었다.

그런데 이놈은 대체 어떤 새끼란 말이야.

내가 깨어있는 시간에만 찾아와 문을 두들기는 놈! 나를 엿보게 틀림없어.


너무 답답한 마음에 GPT에게 묻어본다.

철수씨는 정말 누군가가 노크를 하고 도망친다고 주장한다.

GPT는 심각한듯 여러가지 질문를 해댄다.


친구들과 어울린 적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가까운 사람 중에 최근에 죽은 사람은 없나요?

혹시 만나는 이성은 있으신가요?

근래 심하게 다툰 일은 없습니까?

꼴도 보기 싫은 사람은 없습니까?


별 해괴한 것들부터 아주 옛날 고리짝 시절 이야기까지 시시콜콜 캐묻기 시작했다.

내 답변을 다 듣고는 GPT가 내게 답을 준다.


“노크증후군입니다.

고독증후군이라고도 부릅니다. 고독병이지요."

음악을 종일 틀어놓으시던지,

아니면 애완동물을 키우시면 치유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일종의 우울증입니다.”


아무도 두들기지 않았는데도 노크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리는 현상,

그 누군가 오기를 기다리다

결국 스스로 노크소리를 만들어 내는 요상한 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GPT가 비웃는듯 한 마디 더 보탠다.


“북 치는 곰이나 춤추는 인형 같은 것을 곁에 두는 것도 좋습니다.”


미친! 사람을 뭐로 보는 거야?

인공지능이 해준 말들을 지우려고 연신 심호흡을 해댄다.

멍하니 현관문을 바라보다 자기 뺨을 몇 대 두들긴다.


솔직히 철수씨는 고아로 자랐다. 아버지는 기억에도 없고

시장에 간다던 엄마가 돌아오지 않았다.

몇 달을 빈집에 덩그러니 남아 엄마를 눈 빠지게 기다렸다.

초인종도 고장난 집에서 바람에 문이 삐걱거려도 달려가 문을 열어 봤던,

그 아픈 날들 끝에 보육원으로 끌려갔다.


나를 괴롭히는 그 새끼!

꼭 잡아서 내가 멀쩡하다는 것을 보여주겠어!


나는 절대 외롭지 않다.

시팔, 미치겠네!

혼미한 머리 속에 곰 한 마리 기어들어와 죽어라 북을 치고 있고

철수씨는 리모컨만 이리저리 돌리며 여전히 귀는 현관에 걸어두고 있다.


“장난치다 잡히면 죽습니다!”


빨간 경고장이 현관문에 시퍼렇게 붙어있다.



글. 김휴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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