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2

-쪼가리소설. 휴 콩트-

by 김휴

반지하 2

-쪼가리소설-


준호는 서울 입성 이후 반지하에만 살았지만

그나마 지금의 반지하는 남향이라는 점이다.

작은 창 하나가 남쪽으로 나있어 방바닥에 펼쳐진 손바닥만한 빛보자기 덕분에

작은 꽃기린 화분을 식구로 맞았다는 사실이다.


출근 전에 햇살의 위치를 예상해 화분을 갖다 놓고

휴일이면 햇살 따라 화분을 옮겨놓으며 꽃기린의 생을 위해 진심을 다 한다.

이름에 기린이 붙어있지만 그와는 반대로 목이 짧다.

목이 짧아 슬픈 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 꽃을 로테라고 부르고 있다.


드디어 오늘, 로테가 꽃을 피웠다.


그렇구나, 아무리 삶이 척박해도 결국 꽃을 피운다.

이 작은 꽃이 환한 거울처럼 느껴지기까지 했으니

로테에게 싸구려지만 예쁜 목걸이도 걸어 주었다.


빛은 해결 되지만 신선한 공기는 공급되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번씩은 출근할 때 화분을 현관문 밖에 내놓고 출근한다.

이렇게라도 해야 꽃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꽃을 활짝 피운 로테를 오늘도 밖에 내어놓는다. 이 밖은 골목의 일부이기도 하다.

마음껏 가슴을 열고 숨쉬어 보라고.....


그날, 로테가 없어졌다.

준호는 결국 슬픈 베르테르가 되어버렸다.


다음날, 출근길에 준호는 출입 현관에 쪽지를 붙였다.


"가져가신 그 꽃은 저의 유일한 식구입니다.

주인을 잘못 만나 반지하에서 고통의 날을 지냈습니다.

부디 새 주인는 지상에 사시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부디 잘 보살펴 주세요."


일주일쯤 뒤,

퇴근 했을 때 현관 그 자리에 화분이 돌아와 있었다.

작은 쪽지와 함께......


"날마다 꽃이 꿈속까지 따라와 울더니

결국 이렇게 죽어가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 역시 반지하에 사는 사람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로테는 로테답지 않게 거의 반죽음 상태로 돌아왔다.


글. 김휴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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