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가리소설. 휴 콩트-
절망 아래 집
-쪼가리소설-
한적한 시골 동네 외딴집, 감나무 몇그루가 담장 너머로 휘어진 아담한 기와집이 보인다.
장씨는 서울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싹 정리를 하고 이 한옥에 반해 고향도 아닌 이곳으로 내려 왔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로 골치를 앓는다. 이 집 뒷마당은 깎아지른 절벽 밑이다.
풍수지리학적으로 나쁜 집터라는 소문으로 집값이 형편없이 낮았다.
AI시대에 풍수라니, 다 무시하고 싼맛에 샀다.
장씨는 제맘대로 금계포란형이라 여기며 살기로 했다.
어느 날 아침에 뒷마당에 사람 하나가 떨어져 있었고 경찰차가 여러 대 달려오고 시체를 수습해 갔다.
이런 자살 사건이 IMF 이후 1년에 한 두건씩 일어났다는 소문도 그날 들었다.
놀랜 식구들은 이런 집에서 절대 못 산다며 서울로 올라가 버렸고 장씨만 남았다.
자살은 또 다시 일어났다.
장씨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군청에 달려가 하소연을 했지만 군청에서도 별다른 수단을 강구하지도 않았다.
혼란스런 장씨는 묘수를 찾아보려고 고민을 거듭하다가
뒷마당에 굵은 철제 기둥 여섯 개를 박고 기둥들을 연결해서 그물망을 치는 일이었다.
그러면 떨어진 인간이 죽지는 않을 것이라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답답한 놈이 우물을 판다고 장씨는 제 돈을 들여 그물망 작업을 했다.
어느 날 밤, 장씨가 예상한대로
남자 하나가 그물망으로 떨어져 기절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그 이후 또 한 여자가 그물에 떨어져 실려갔다.
자살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지 전혀 몰랐다. 세상살이가 죽을 정도로 힘들다는 것일까?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는 절망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일까?
절망의 반대편에 선 희망은 우리의 필수 항목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느 날 편지 한 통이 날아왔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일단, 수신인이 본인으로 되어있으니 편지를 뜯는다.
/저는 그날 그물망에 걸려 죽지 못하고 살아났지요.
하지만 그날 이후 제 삶은 더 피폐해졌습니다.
차라리 그날 죽었더라면 이렇게 오랜 고통 속에 살지는 않을 덴데 말입니다.
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분명 죽고도 남을 고통이 있었을 거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죽게 놔둬야 하지 않을까요?
선생님이 친 그물망은 생명을 지킬 수는 있겠지만 그 사람의 삶까지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겁니다.
그 바위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민했을까요?
그리고 얼마나 많이 절망을 했을까요?
한 번 실패한 자살을 또 시도하기에는 내 생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겁니다.
아무리 절망한 삶이라도 두 번 죽이는 일은 너무 잔인하잖요./
편지를 쓴 여자는 그물망에 떨어져 자살은 실패하고
그 휴유증으로 하루 하루가 지옥 같다는 것이었다.
장씨는 한동안 먼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혼란스럽게 생겨먹은 자살바위를 올려다 보고 있다.
"참 잔인하게 생겨먹었네."
며칠 새 장씨 몰골이 피폐해졌다.
세상 이치가 늘 상상을 초월한다는 사실이겠다.
한숨도 못잔 그 다음 날, 장씨는 뒷마당 그물망을 뜯기 시작했다.
여섯개나 되는 철제봉을 뽑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해질 무렵에 작업이 끝났다.
"그들의 인생은 분명 그들의 것이니까."
악몽 같았던 그 집을 벗어나려
장씨가 부지런히 짐을 챙기고 있다.
글. 김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