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부루스

by 김휴

라면 부루스


마지못해 익은 라면,

그 성의를 생각해서

아득한 새 한 마리를 식탁에 초대한다

내 의도를 무시한 채

새는 찾아가야 할 별이 사라졌다며 우울해하고

별과 상관없는 나는,

젓가락질만 한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라면은

한 옥타브를 넘긴 새의 울음과는 상관없이

그냥 라면이었으므로

새를 뜨거운 라면에 집어넣는다

라면은 초췌함을 감추지 못하고

새에게서 슬픔만 우러나고

누가 또 이사를 가는지

사다리차가 악을 쓰며

식사를 더 구차하게 만든다

글&사진. 김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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