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그 불감증에 대하여
내 동화 속 아저씨는 소주병 하나를 가져가면 십 원을 쳐주더니 다섯 개를 가져갔는데도 사십 원을 쳐주고
왜 간장병은 쳐주지 않았는지,
내 시는 의문에서 시작되었지요
의문에서 혼돈으로, 다시 의문으로, 긍정할 수 없는 사적인 것에서 답을 찾아 헤맸지요. 그 무렵 내 묘사는 아름답다. 그립다. 슬프다. 며 짙은 병색을 하고 다녔습니다. 관능적인 사유 저편에서 날아온 돌멩이에 내 안에 걸려있던 둥근 거울마저 깨어지고 조각난
내가 날마다 죽어 갑니다
병색이 완연한 내 은유를 살려 낼 또 다른 서정을 훔치고 다녔지만, 죽어간 내 문장을 위해 무지하게
나를 자학하고 있었음을
누가 알리바이를 증거 해 주리라 위안한다면 이 또한 어리석은 일이겠지요.
요절한 시인을 밤새도록 뒤적입니다.
난수표 같은 연에서, 자유롭지 못한 의미로
들어갑니다. 마침내 어느 페이지에 갇혀
나를 심리하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이 아닌 기형도에게
새떼를 따라가 버린 내 시에 대해 차마 묻지 못하고
시 밖에 있는 나는
지금 기소유예 중입니다.
글&사진. 김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