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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마 Jun 22. 2020

왜 결혼식장에서 신부는 눈물을 흘릴까

상견례를 마친 소감

결혼식에서 양가 부모님께 인사할 때 신부들이 꼭 눈물을 흘리더라 그게 무슨 의미일까 싶었다.




9년 만난 남자친구와 날을 잡고 지난 토요일 양가 가족이 모여 상견례를 했다.

"아빠는 그냥 말없이 밥만 먹고 오면 되지?"

평소 말수가 적은 아빠기에 상견례 자리에서도 형식적인 말 몇 마디와 함께 적당히 자리를 지키다 오시려나 싶었다. "그래요~ 편하게 있으면 돼요" 짧게 답변해드린 후 약속 장소로 향했다.


조용히 식사만 하겠다던 아빠는 어색한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대화의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키워오며 기쁘고 아쉬웠던 일, 학창 시절 교육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했던 일, 애 엄마와 계획해 나를 10월에 태어나게 했던 일까지 끊임없이 얘기를 이어가는 게 아닌가. 뭐 이렇게 자세하게 우리 가정사를 다 얘기하나 싶을 만큼 아빠는 나와의 일과 교육 철학에 대해 예비 시부모님께 조근조근 말씀하셨다. 어떤 마음으로 딸을 키워왔는지 그리고 이제 다 키워놨는데 뺏기는 기분도 든다며 농담조로 한마디 덧붙이셨다. 웃으며 말했지만 아빠 말속에 아쉬움이 꽤 짙게 느껴졌다.


남자친구와 오랜 연애로 가족들과 왕래가 잦았지만 다 같이 모이는 자리는 처음인지라 다소 어색하고 조심스러웠다. 혹시 실수하지 않을까 긴장은 이어졌지만 좋은 날인 만큼 애정 어린 덕담이 오갔고 화기애애한 대화가 이어졌다. 남자 친구와 내가 준비해 간 선물과 소소한 이벤트로 그날의 모임은 마무리되었다.




다음 날 눈을 떠 어제의 일을 생각해봤다. 오가던 말에, 그냥 툭툭 내뱉었던 말속에서도 아빠의 사랑이 느껴졌다. 엄마는 늘 애정을 표현하기에 새삼스럽지 않았지만 아빠가 날 얼마나 사랑으로 키웠는지 갑자기 확 와 닿았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엄마 아빠가 안 도와줘도 스스로 잘할 수 있다 큰소리치며 지금까지도 나 혼자 잘해왔던냥 의기양양했었다. 근데 아빠의 이야기를 곰곰이 짚어보니 얼마나 많은 사랑과 희생이 모여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 결코 혼자 이 자리까지 온 게 아니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고 알아차리지 못했던 순간에도 부모님은 내 앞날의 번영을 위해 희생하고 인내해왔다. 젊은 날의 청춘을 날 위해 아낌없이 쏟으셨다는 게 왜 이리 고맙고 미안하던지.


이제는 엄마 아빠 품을 떠날 준비를 하며 뒤를 돌아보니 이제야 그 수고와 애정이 와 닿아 느닷없이 눈물이 났다. 결혼식날 양가 부모님께 인사하며 눈물 흘리는 신부들의 마음이 이런 의미일까.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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