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병원 가기 전 생각: 고속버스로 병원 행. 조직검사 후 귀가. 검사 결과 통보를 받고 병에 대한 대처 방법 모색.
병원의 검사 방법은 전혀 달랐다. 병원 도착 후 바로 입원부터. 다음 날 세침 방법으로 조직검사와 왼쪽 갈비뼈 사이에 기흉관 삽입. 의학용어를 쉽게 말하면 침을 쏘아 폐 조직을 뜯어낸다는 말.
젊은 의사의 말씀. “연세도 있으시고 담배를 많이 피워 허파꽈리가 약해져 허파에 들어온 공기를 내보낼 수 없으니 기흉관 삽입이 불편하더라도 참고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호흡을 하라는 말씀.” 산사나이 흉내도 내보고 쉰 바라보며 백두대간 종주도 한 몸이 폐가 망가졌다니. 젊은 사람 못지않은 주력이었는데.... 담배의 폐해 실감! 옛말에도 있다. 허파에 바람 든 놈!
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 전신마취를 한 줄 알았다. 그러나 전신은 아니라는 아내의 말. 기흉관을 언제, 어떻게 삽입했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수술 전 한 달 가까이 퇴원도 못 하고 아프고 활동이 불편했다는 기억뿐. 수술 후는 이틀 만에 퇴원. 참 희한한 일이다. 그만큼 수술 환자가 밀려 있다는 말. 보통은 집에서 수술 날을 기다리는데 나는 집이 시골이라 그런지 기흉관을 삽입해서 그런지 그냥 병원에서 대기. 내 생각에는 둘 다 해당된다는 생각.
그날 오후 간호사의 말씀. “양이 부족하여 조직검사를 다시 할 수도 있다는 말.” 무척 쫄았다. 암이 아닐 수도 있는 기쁜 소식인데도 걱정 많이 한 것을 생각하면 평범한 검사는 아니었다는 생각.
그날 저녁 교수 의사님의 정기검진! “암입니다. 수술하셔야겠습니다. 모르셨습니까?” 나도 모르게 많이 놀란 모양이다. 마지막 질문은 공손한 자세로 서있는 의사들을 질책하듯 바라보며 한 말로 기억된다. 희망을 가지고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침울한 표정과 동정 섞인 말투가 아니다. “감깁니다. 주사 한 대 맞고 가세요.” 보통 병원의 감기 진단 같은 말투다. 생각해 보니 이 곳은 암 전문 병원이다. 이런 환자를 매일 보는 사람들이다. 그 카리스마와 자신감 넘치는 어투에 암 정도는 이제 큰 병이 아니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다음날은 코디라는 분이 위로차 방문. "걱정 마세요. 다른 병원의 일 년 치 수술보다 우리 병원 하루 수술 분량이 더 많습니다. 모두 전문가 분들만 계십니다." 그럼 오래 기다릴수록 신뢰도가 높다는 말인가?
사실 한 달여를 기다리면서도 죽는다는 생각을 한 기억이 없다. 빨리 퇴원해야 한다는 생각에 운동 또 운동. 폐에 공기를 빼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호흡. 사실 운동이라야 별 게 없다. 갈비뼈 사이에 관이 박혀 있으니 상체를 사용할 수가 없다. 그냥 걷기 운동. 그것도 환자복에 링거줄을 꽂고, 코에 산소 줄을 넣고 있으니 밖으로 나갈 수도 없다. 병동 사이를 줄기차게 걸었다. 원래 산에 다닐 때도 무엇인가 생각하며 걷는 것이 취미이자 낙이었으니. 병원 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지면 행동반경이 넓어진다. 병동 사이에 발코니처럼 만들어진 공원과 좀 더 먼 다른 병동까지.
그러나 그때는 미처 몰랐다. 병원 생활은 익숙해져서도 안 되고 요령이 생길 수도 없다는 것을! “졸면 죽는다 비가 오면 적이 온다.” 는 구호와 함께 하던 반세기 전의 군대 생활보다 몇 배나 힘들다는 사실을! 병원은 입원한 나만 힘든 게 아니고 수발드는 아내와 가족들 모두 걱정시킨다는 사실! 나를 지켜준 아내와 가족 모두에게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