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야산

마음의 고향

by 김윤철


몸을 추스를 즈음, 백수 신세인 나의 생활 패턴! 7:30 아침 식사. 당시는 0교시란 이름의 수업이 있었다. 늦둥이는 학교로 나는 마을 뒷산으로.

해발 350m. 1탕, 2탕, 3탕이라 불리는 약수터가 셋. 건강한 사람의 걸음으로 한 바퀴. 한 시간 반 소요. 나는 처음부터 4시간으로 예정. 시작은 수술 후유증. 아픔이 가시곤 세 개의 약수터마다 있는 체력 단련 기구 사용과 같은 처지인 은퇴자들과의 노닥거림. 정말이지 의미 없는 잡담 수준. 편백나무를 제외하면 소나무가 피톤 치트가 가장 많이 나온다는 얘기. 다행히도 산에 소나무가 많다. 이야기가 싫증 나면 소나무 밑에서 좌선.


이곳에선 남의 눈치 볼 필요가 없다. 대부분이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

언젠가 아들 군대 보낸 어머니 옆에서 술을 마신 적이 있다. 나도 늦둥이가 있기 때문에 지금도 기억이 생생.

“어디 좋은데 다녀오신 모양이죠?”

“좋은 데 갔다 왔습니다,”

“어디 우리도 좋은데 좀 압시다.”

“훈련소 갔다 왔습니다.”

갑자기 분위기가...

이건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세월 빨리 갑니다.” “요즘 군대 어쩌고.” 하면 꼰대 소리만 듣는다. 그냥 고생하셨습니다. 정도의 말만 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

“큰절할 때 정말 가슴이 아프더라. 군대 데려갈 땐 조국의 아들 내가 필요할 땐 너희 아들...” 생맥주 쫙! “우리 아들도 지금 강원도 있다.”

이건 위로가 된다. 동병상련!


건강한 친구들의 걱정의 말. 고맙긴 하지만 그다지 위로가 되진 않는다.

이곳은 다르다. 나보다 먼저 퇴임하신 분들. 그 연세가 되면 어디 한 곳 정도는 성하지 않은 곳이 있다. “인생 훈장이라 생각하시오.” 동병상련. 위로도 되고 고맙다. 그리고 표현이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부끄럽지도 않다. 아픈 것이 부끄럼? 여하튼 알리고 싶지도 않다.


아파트 안의 나무 밑과는 공기부터 다르다. 하늘과 땅. 마음의 높이 차이 실감. 등 뒤에 산을 두고 사람을 내려 보는 느낌과 가장 높은 곳에서 마을을 내려 보는 느낌은 속 된 말로 천양지차이다. 아직 아픔을 참으며 천천히 걸으니 숨이 찬 줄도 모르겠다.


산사나이 흉내 내던 몸이라 그런지 꼭 고향에 온 듯한 느낌. 아니 도시에서 태어난 사람이라 고향에 대한 생각조차 별로다. 그냥 리즈 시절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 정도. 여하튼 향수보다 큰 안정이다.


밀폐된 장소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지금은 이곳이 나의 유일한 안식처인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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