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이 주는 너무나 큰 행복

첫나들이

by 김윤철


수술과 퇴임 후 마음먹고 하는 첫나들이! 잠을 설칠 만큼 설레는 것은 당연지사.


자가운전이 약간 두려웠지만 가장 든든한 보호자인 마나님과 함께인데 뭘. 두 시간을 달려 영주에 있는 숙소 도착. 친구들과의 만남. 과거엔 매일 보던 얼굴들이지만 수술 후라서 그런지 몹시 새로운 느낌이다. 모두들 덕담 한 마디씩!

“건강해 보인다. 얼굴이 더 좋아졌다. 고생 많았다.”

매일 보는 거울이지만 얼굴이 보기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해골 소리 듣던 몸의 체중이 5킬로 정도 불었다. 푸짐한 저녁 후, 방을 갈라 부인들은 수다로, 친구들은 맥주 한 잔으로 깊어 가는 밤! 나도 시원하게 한 잔! 모두의 걱정거리 되기 싫어 딱 한 잔만! 친구가, 산다는 것이 이렇게나 행복한 일이라니!


아침! 숙소 인근의 가벼운 등산 후 차로 이동 점심. 멀리서 모인 만큼 아쉬운 마음과 함께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 안녕! 모두 너무 고마웠다.

집에 가기 전. 큰 맘먹고 인근의 청량산을 들리기로 아내와 의논. 퇴계의 숨결이 느껴지는 봉화 청량산! 젊은 시절 참 자주 다녔는데... 도로가 놓이고 차가 높이 오르니 그 옛날의 정취는 못 느끼지만 그래도 퇴임 후 처음 시도해 보는 본격 등산이다.

청량사를 거쳐 본격 등반. 느낌만이 아니라 정말 숨이 차다. 과거 부부 등반 시에는 내가 아내를 끌다시피 다녔는데. 그때는 날다람쥐 소리 들으며 십 년 후배들과 백두대간 종주도 했는데 다 옛이야기다. 폐활량 운동도 열심히 했건만 보이는 건 아내의 뒷모습뿐이다. 아니 아내가 나를 기다린다. 과거 같았으면 자존심 상할 노릇이지만 지금은 인정.


평지와 내리막길은 어려움이 전혀 없는데 오르막이 문제다. 앞으로의 어쩔 수 없는 내 모습. 의사분의 말씀! “폐는 불가역성입니다. 조심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래도 보살봉을 제외한 나머지 봉우리는 다 올랐다. 친구들에게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인증 샷도!

다시 세 시간을 달려 집 도착. 아내에게 운전대를 한 번도 안 맡겼다.


네 시간여의 운전과 다시 네 시간여의 등반! 늘 하던 정도의 일이 이렇게 기쁘고 행복할 줄이야. 요즘 젊은이들의 말!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실감! 앞으로는 매사가 행복할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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