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미국으로
두 번의 폐암 수술! 고생하고 걱정 끼친 아내와 딸에 대한 자그마한 선물. 유럽 여행. 다행히 현역 시절 비자금을 조금 조성해 두었다. 함께 가자는 아내에게 한 말.
“나는 손주들 보러 미국 갈 거다!”
세 달만의 정기 검진 후 이제 육 개월마다 와도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 미국 행 준비. 혼자 가라던 아내의 마음이 바뀌었다.
“남자 혼자 가면 딸에게 짐이고, 내가 가면 도움이 된다.”
나야 라떼 말로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다. 무엇 보다 아내가 있으면 든든하다. 미국은 의료비가 대단히 비싸다. 치과 한 번에 10만원이 날아 간 적이 있다. 의료 민영화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석 달이지만 몸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큰일이다. 아내는 내 주치의 같은 존재.
아내와 석 달 예정으로 미국행! 손주들을 보니 시름이 싹!
그런데 손주 돌보미 아내를 보니 “짐”이란 단어가 영 마음에 걸린다.
요즘은 백세 시대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 때문에 10년여를 고생한 친구도 있다. 나 역시 과거 같으면 호상 소리 들을 나이다. 그것도 큰 수술을 두 번씩이나 한. 짐 되기 싫으면 건강 조심. 또 일흔 나이에 자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행복이란 생각을 하는 나다.
하루를 운동으로 시작한다. 다행히 사위가 집에 작은 체육관을 만들어 놓았다. 30분여의 근력 운동과 달리기는 못 하지만 경사진 길 걷기 만보! 미국 청소기는 위력이 센 만큼 힘도 많이 든다. 청소기로 하는 일은 내가 담당.
그런데 가고 보니 겨울이다. 19년 11월부터 20년 1월까지. 이 때는 미국은 거의 파장 분위기다.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까지 즐길 것이 넘쳐난다. 할로윈, 땡스기빙, 크리스마스, 거의 매일이 축제다. 딸 덕에 정말 호강.
계획 한 것은 아니다. 나는 그렇게 치밀한 성격이 못 된다. 가장 큰 것은 미세먼지를 피했다는 것이다. 축제와 사위와 함께 한 샌디에이고, 레고 랜드, 디즈니랜드 불꽃놀이 등은 여벌. 내게 가장 큰 것은 건강 걱정 없이 겨울 났다는 것이다. 미세먼지는 겨울이 심하고 날이 따뜻해지면 덜 한 것 같다.
귀국하니 미세먼지 보다 훨씬 더 애를 태우는 코로나가 기다리고 있다.
이겨야한다. 짐 된다는 아내의 말이 내 의지를 불태우게 하고 있다. 장대비를 뚫고도 칠 천보 걷기는 매일. 근력 운동은 집에서라도 꼭.
그게 암 투병에 무슨 도움이 되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장마에 태풍까지. 걱정이 태산. 그래도 내일 눈 뜨면 나는 운동 가방을 챙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