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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Jul 09. 2021

라떼의각성

라떼의넋두리

                        

분명 배우고 몇 번 사용도 해 봤는데,   영 아리송하다.    집에서 인강 듣는 늦둥이를 부른다.   간단히 해결. 컴에서 사진 정리하는  얘기다.    마스크 사러 간다며 마스크 착용하니  “금요일이구나.   목요일인 줄 알고 오늘 가려했는데 내일 가야겠다.”    아내의 말!  칠칠맞은 날 항상 챙겨주어 컴퓨터 같다는 느낌과 함께 잔소리 꽤나 들었는데. 아내도 벌써 지공 선사님이시다.    생각 정리한다고 컴을 켰는데 늘 사용하던 단어가 입안에서만 맴 돌뿐 영 생각이 나지 않는다.   

                 

잘 안다.    나이는 결코 숫자가 아니다.   조심조심한다.   그래도 입이 근질거릴 때가 있다.  한 소리 했다가 아! 이래서 라떼 소리 듣는구나!   몇 년 전 늦둥이 군 개방 초청 시 깜짝 놀랐던 느낌.    휴가 나온 늦둥이에게 “군대도 아니다.   라떼는...”    “아빠 한 번 더...!”   바로 깨갱.   아무리 편해도 군대는 군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힘든 건 마찬 가지.   쇼핑이 취미 같은 둘 째에게  “라떼는 ...”    “아빠 역찢남!.”   내가 생각해도 내 살아온 이야기가 몇 백 년은 지난 역사 속의 이야기 같다.   그래도 이건 약과다.   그냥 살아온 환경의 차이에서 오는 느낌의 문제니까.   

                           

어느 날 디저트 타임.    나도 경제를 조금은 이해한다고 자부하는 상고 출신이다.   “대기업이 위축되면 근로자들 어쩌냐!”   “자본은 이윤을 따라 움직인다.  자본이 일자리 창출 쪽으로 움직이면 그건 자본의 직무 유기다.”   둘째는 경영학과 출신이다.   “천막에 물이 고이면 밑으로 흐르나?  작은 구멍이라도 내줘야지.”  늦둥이는 적립금 많은 사립대 재학 중이다.   바로 깨갱!   자본과 이윤, 이런 정도는 상고 입학과 동시에 배우는 이야기다.   왜 이런 편견을 가졌는지 모르겠다.   나도 낙수효과니 이런 정도 이해할 수준은 된다.   손주에게 배운다는 말 실감.   요즘 애들 똑똑하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투표일이  다가왔다.   내 생각도 어느 정도는 정해져 있다.   그래도 애들과 이야기는 해 볼 생각이다.   비밀 선거 위반?   내가 살아갈 날보다 우리 자식들 살아갈 기간이 훨 길다.   나는 20세기를 더 살아온 사람이다. 이 번 세기의 주역은 우리 자식들이니까.   아내 생각은 뻔하다.   내 앞에서 자식들 흉은 보면서도 항상 자식들 편이니까!   너희들에게는 꽃길만 함께 하길!




오늘도 늘 하던 아침 운동.   평행봉에서 내려와 한 숨 돌리는 순간.    낯익은 아니 체형과 운동복이 알 것 같은 분이 손을 흔든다.    나보다 연배이신 노인복지관 친구.     어르신들의 모습은 거의 비슷하다.  연륜을 덮는 모자,     여름이니 선글라스,  거기다 마스크까지!  얼굴은 없다.  그래도 세월!  대충 알아보고 고개 숙여 인사.    그런데 선글라스만 벗고,  대충 인사.   "잘 지내시죠."   요즘 말로 영혼 없는 인사.  마스크도 벗지 않으신다.   근력운동은 마스크를 끼고는 하기 힘들다.   마스크를 벗고 약간은 숨을 헐떡이는 모습!  사회적 거리 두기!  그래도 약간은 섭섭.    

 

근 운동 후는 유산소 운동.  거창한 것 같지만 그냥 걷기 운동.   그늘을 찾아 징검다리를 건넌다.  바로 앞에 젊은 여자분이 다리 짧은 강아지를 안고 간다.  강아지는 주인에게 안긴 게 즐거운지 연신 주인 얼굴을 핥고 있다.  그래도 싫은 기색은 조금도 없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사람끼리만 해당? 사실은 강아지인지 어미 개인지도 모르겠다.   

  

근운동이 과했는지  다리 밑에서 잠시 휴식.  여름에는 다리 밑이 참 시원하다.  엉덩이를 붙이자마자,  잉어 떼가 앞으로!  뒤이어 오리도 앞으로!  바로 그 옆.  선명한 글씨!  "먹이를 주지 마시오.  면역력이 저하됩니다."   그 참 동물들이 왜 내 앞으로?    

 

다시 6,000보 앞으로!  길 옆의 푯말! "탄천에는 너구리가 삽니다.  반려견 동행하는 분은 조심하세요"  내 눈에 띄는 너구리!   그래도 겨울잠에서 갓깬 꺼칠한 너구리는 사진에도 담은 기억이 있다.     


운동 목표 달성.  샤워 후.  커피 한 잔.  휴식은 TV와 함께.  채널을 돌리다 보니 프로 제목이 "개는 훌륭하다. 라떼의 생각.  제목도 참!  훌륭하다란 말이 개에게 해당되는 말인가?  잘 모르겠다.   

  

저녁 후 컴 앞에 있으니 너무 덥다.  아내에게 말하고,   맥주 한 캔과 함께 다시 탄천으로!  자리를 찾으며 걷기 운동!  그런데 저 앞에 무엇이 번쩍번쩍!  자세히 보니 개가 옷을 입고 있다.  덩치 작은 개 보호를 위해 전기 옷을 입힌 모양이다.  그 참!  개가 놀라지나 않을지.  자리를 잡고 맥주 한 입.  결혼 전 같은 여자가 유모차를 끌고 옆자리에.  조칸가?   그런데 유모차 안에 강아지가 탁!     


오늘은 참 이상한 날이다.  나는 일흔 노인이다.  88년도 올림픽을 위해 멍멍탕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기라는 지시를 전달한 기억도 있다.  경기도에도 몇 년 전만 해도 개를 파는 곳이 있었다.  최대한으로 순화한 표현.    

 

요즘 여행과 야외 녹화 프로기 줄어든 사이에 유명인들의  반려동물 이야기가 넘쳐난다.  친구의 조언,  "나이가 들면 혼자 사는 법도 배워야 한다."  아니 한 마디 더.  개, 고양이와 사는 법도 배워야 한다.    

 

맥주 한 캔 때리고 집으로.  에리 베이트를 기다리던 분이 내가 가니 얼른 마스크를 끼신다.  고맙다.  나 역시 마스크 착용.  엘리베이터 벽에 "아파트는 흡연 금지 구역" 이란 글씨가 번쩍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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