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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Jul 09. 2021

부자 동네 풍경

시험과 테스트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공트장에서 운동을 하면서는 주로 오후에 집 앞 탄천으로 간다.  혼자서 하니 재미도 없고 흥도 나지 않아 주로 걷기와 팔 굽혀 펴기 정도.  칠천보 정도의 걷기와 도합 50개 정도의 푸시업에도 몸은 피로를 느낀다.  집에 들어가기 전 우편함.  오늘은 아파트 관리비 수령.  올 들어 벌써 몇 번 째냐?  세월 참.  다리에 피로를 느낀다.  내일은 걷는 양을 조금 줄여?     

관리비가 많이 나왔다는 불평 다음의 아내 말. 신호등 앞에서 초등 저학년 정도의 어린이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더란다.  어제의 추억 소환.  살 게  많아서 모처럼 아내와 슈퍼로.


카터에 앉은 어린이와 젊은 엄마의 대화.  영어 사용.  충격!  엄마 되기도 힘들고 부잣집 딸 노릇은 더 힘들 것 같다. 아내의 말. "옷값만도 몇 십만 원 하겠다."  영어 유치원 옷이다.  나?  몇 십만 원 양복은 큰 딸 결혼 때 맞춘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억울한 건 하나도 없다.  여기는 강남 근처의 부자 동네다.  서울은 아닌 수도권.     


폰 소리.  가족 밴드에 올린 아내의 사진에 미국 딸이 좋아요와 이모티콘.   손녀와 화상 통화 캡처한 사진이다.  손주들과 통화를 위해 영어 공부.  손녀에게 발음을 배운다.  미국서 손주 둘 키운 친구의 말.  특히 손자는 중학교만 가면 부모와도 말을 않는단다.  우리말도 힘들고 한국적 사고에 젖은 이민 1세대와는 생각도 다르단 말.  그래서 시간 나면 영어 공부.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시간 부자.  오늘 배운 발음.  "킨더 가든"  유치원!  몇 번을 손녀 따라 발음해서 손녀에게 통과.  하긴 나도 손녀 발음 못 알아듣겠다.  킨더 가든과 킫갇.    


   

그곳도 코로나가 극성이니 애들이 답답.  비대면 수업으로 배운 것 외조부모에게 신나게 설명.  그중 기억에 남는 말.  스리 디 도형 설명.   영어로 하니 벙벙.  "할아버지! 한국말은 하나도 모르겠다."   당연지사.   도형에 대한 말은 손주들과 한 적이 없다.    8월부터 손녀는 학교 등교.   손주들끼리는 주로 영어로 대화를 한다.  점점 손주들과 거리감이 생기는 느낌!     

매일 운동 가는 길 반대 편에 외국계 학교가 있다.  나는 관심도 없지만  아내의 말.  "영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 있다.  졸업하면 유학 간다."  졸업을 인정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참 별나다는 느낌.       

무엇이던 열심히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어쩐지 그 열심히 계층 이동을 위한 사다리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손녀의 공부는 영어 쓰기 외에는 줄넘기.  요가.  악기 하나 등 주로 흥미 위주,    오늘은 지구의 날이라고 지구 그림 그리고 환경 교육.   우리가 아는 열심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   손녀보다 어린, 카터에 앉아 마트 다니는 어린애의 영어.   초등 저학년 어린이의 영어.  과연 자발적인 것일까.  딸의 말. "한국의 편리함 생각하면 향수도 느끼지만 애들 생각하면 이곳이 좋다."     

내일은 영어 학교 지나 탄천으로 가야지.  아니 코로나 숙지면 손주들 보러 가야겠단 생각!     




오늘은 일요일.  미국은 토요일.  손주들이 사위와 공원 가는 날이다.  손녀는 자전거, 손자는 킥보드.  세상 참!  한국 땅에서 태평양 건너 미국 손주들 일정을 꿰뚫고 있다.  화요일이면 동영상과 함께 자랑질이 넘쳐 나겠지.  여기의 자랑질은 비속어가 아님.  오늘 전화는 오지 않을 것이다.  다음 수요일 손녀  시험이 있으니 아무리 유치원이라지만 조금의 대비는 하겠지.  약간은 서운하다.  전화 오면 반갑지만 조금은 귀챦기도 하다. 부모 맘?  오면 귀챦고 안 오면 섭섭하다.                              

전화 소리.  소리라기 보단 신호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시그널.  일단은 반갑다.       

“하이!  자전거 타러 안 갔어?”     

“ 자전거 많이 탔다.”     

“안 피곤 해.”     

“할아버지 보면 안 피곤해.”  맙소사! 큰일이다.  우리말을 이렇게 잘하다니.  걱정 한 가득.               

다음부터는 혼자 놀이,  들어만 주면 된다.  눈치 봐가며 한 마디.     

“수요일 날 학교 간다며.  걱정 안 돼?”     

“아니!  선생님 만나면 좋지.”   겨우 딸과 통화.      

“시험 친다 안 그랬나?”     

“그냥 테스트.  집에서 영어 안 쓰는 애들만 따로 불러 일대일로 테스트해보는 거다.  코로나 걱정 안 해도 된다.”     

“영어는 잘 한 대?”     

“걱정 안 해도 된다.  거의 아나운서 수준이다.”                    

시험이 아니라 온라인 수업에 참조하기 위한 간단한 테스트라는 말.  작년 귀국 전만 해도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인 “콩순이”를 보던  손주들이  지금은 자막이나 더빙 없는 “라푼젤”을 즐긴다.  온라인 수업도 신이 나서 따라 한다.  수업이라기보다 거의 놀이처럼 즐긴다.  영어는 리듬이 있다.  컴 앞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이다.               

 동영상으로 보내온 수업이 “R” 발음을 할 때다.  손가락으로 대문자 “R” 그리며 재잘댄다.  두 살 터울인 손자 녀석은 덤으로 영어 공부!  그리고 내게 가르쳐 준 발음.  “라이트”  라가 아니고 롸처럼  들린다.  딸이 올리는 가족 SNS에는 미국 방송 앵커 흉내,   유튜브 흉내까지.   토익 점수 꽤나 높은 이모가 거의 유튜브란다.  “헤이 보이스 앤 걸스!” 시작되는 유튜브는 “좋아요와 구독 부탁해요,”란 말까지 있단다.  나는 못 알아듣는다.  어른들은 “레이디 앤 젠틀맨”이라 하는데 손녀는  보이를 앞에 두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적어도 나보다 손주들이 몇 배는 똑똑하다는 거다.  천재라는 내 말에 딸 왈 “요즘 애들 다 그렇단다.”       




딸은 우리나라에서 교사 생활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학생들에게 자기 과목 하나라도 더 주입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여기는 즐겁게 배우는 방법을 위해 노력한단다.   아직 어려서 그렇다니까,  그게 아니란다.  하긴 영어 발음을 위해 어릴 때 혀 수술을 한다는 말이 들린 적도 있었다.   미국도 하버드 대학이나 아이비리그 등 대학의 서열이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공부에 목을 매지는 않는다는 말.    딸 왈.  “미국은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 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말.”   우리나라에는 좁은 국토 자원 하나 없는 나라가 이만큼 잘 살 수 있는 것은 교육의 힘이다.  란 말이 있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란 말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21세기! 교육의 개념을 다시 정립해 볼 때도 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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