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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두기 4단계

자유는 불안이다.

by 김윤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재빨리 올라탄 젊은 여자분이 자기 층의 버튼만 누른 채 한쪽으로 비켜선다. 뒤따르는 내게는 눈길 조차 주지 않는다. 나 역시 내 할 일만 하고 모서리로. 얼굴은 서로가 벽 쪽으로. 내릴 때는 얼굴도 보지 않고 고개만 까딱. 그리고는 도망치듯 사라진다. 기분 나쁠 법도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다. 코로나의 위력.


매일 샤워를 한다. 그래도 아내는 홀아비 냄새가 난단다. 그래서 더 열심히 샤워. 집 앞 탄천변의 산책길 따라 한참 더울 때 걷기 운동. 땀은 났을 것이다. 모두 마스크 착용. 냄새보다 거리 두기. 노친네! 성희롱 이런 생각도 안 했을 터, 모든 것이 거리 두기!


아침! 컴 앞에서 생각 정리 중, 아내의 장 보기. 책상에서 내려와 휴식 중 잠시 잠이 든 모양이다. 잠결에 문소리와 캐리어 끄는 소리. 깜짝 놀라 벌떡. 재빨리 짐을 날랐다. 가방을 대신한 캐리어도 바닥을 깨끗이 닦아 제 자리로!


라떼는 엄처시하, 공처가 이런 말이 있었다. 아내 무섬증. 요즘은 마포불백. 마누라도 포기한 불쌍한 백수. 이건 농담 삼아하는 말. 아내가 무서운 것은 당연 아니다. 사간이 무서운 거다.


거리두기 4단계! 모든 만남이 다 사라졌다. 남는 것은 시간뿐! 반어법 삼아 하는 말. 시간이 부자인 사람!




은퇴 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기가 있었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허파꽈리가 망가졌다는 나는 집 밖을 나갈 수가 없었다. 앉았다, 일어섰다. 누웠다. 잠시 잠들었다 깨면 tv는 혼자 잘도 놀고 있었다. 한 달여 지나니 자가진단 우울증! 마스크 쓰고 정신없이 싸돌아 다녔다. 과유불급! 넘쳐나는 자유는 공포 그 자체였다. 나? 시간에 쫓기던 교사였다. 종소리만 나면 벌떡! 습관은 무서운 거다. 퇴임 후, 음악 소리가 없어도 시간마다 엄습하던 갈 곳 잃은 두려움!


다시 모든 만남이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소속감이 없어졌단 말. 사실 나는 비대면 모임은 만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퇴근 후 한 잔 술에 피로를 풀고 집으로. 이게 일상이던 우리 세대는 실감하리라 생각. 너만? 젊은 세대의 이해를 바라는 건 무리겠지.


반려동물이라도 한 마리. 이건 싫다. 실망하더라도 사람이다. 동물? 무척 좋아한다. 너무 좋아해서 생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집에서 셰퍼드 한 마리 키운 기억. 닭뼈를 부수어 준 기억. 개가 그냥 넘기다 목에 걸렸다. 얼시구나! 동네 사람들의 몫으로. 지금 같으면 턱도 없는 소리. 그 기억이 반려동물이란 말 조차 거부하게 만든 것 같다.


오늘은 밴드를 통해 기타반 만남. 강사의 손을 따라 아르페지오 연습. 스트록은 시끄러울 것 같아 옆 집 눈치. 당연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차라리 유튜브로 연습하는 게 낫지.


다시 넘쳐 나는 시간. 코로나야 제발, 빨리, 어서 좀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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