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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Jul 15. 2021

거리 두기 4단계

자유는 불안이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재빨리 올라탄 젊은 여자분이 자기 층의 버튼만 누른 채 한쪽으로 비켜선다.   뒤따르는 내게는 눈길 조차 주지 않는다.   나 역시 내 할 일만 하고 모서리로.    얼굴은  서로가 벽 쪽으로.  내릴 때는 얼굴도 보지 않고  고개만 까딱.   그리고는 도망치듯  사라진다.     기분 나쁠 법도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다.   코로나의 위력.


매일 샤워를 한다.  그래도  아내는 홀아비 냄새가 난단다.   그래서 더 열심히 샤워.    집 앞 탄천변의  산책길 따라  한참 더울 때 걷기 운동.    땀은 났을 것이다.   모두 마스크 착용.   냄새보다  거리 두기.    노친네!   성희롱  이런 생각도 안 했을 터,   모든 것이  거리 두기!


아침!  컴 앞에서 생각 정리 중,   아내의 장 보기.   책상에서 내려와 휴식 중 잠시 잠이 든 모양이다.   잠결에 문소리와  캐리어 끄는 소리.   깜짝 놀라 벌떡.    재빨리  짐을 날랐다.   가방을 대신한  캐리어도  바닥을  깨끗이  닦아 제 자리로!


라떼는 엄처시하,  공처가 이런 말이 있었다.   아내 무섬증.    요즘은 마포불백.   마누라도 포기한 불쌍한 백수.    이건 농담 삼아하는 말.   아내가 무서운 것은 당연 아니다.    사간이  무서운 거다.


거리두기 4단계!   모든 만남이  다  사라졌다.   남는 것은 시간뿐!    반어법 삼아 하는 말.  시간이 부자인 사람!




은퇴 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기가 있었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허파꽈리가 망가졌다는 나는 집 밖을 나갈 수가 없었다.   앉았다,  일어섰다.  누웠다.   잠시 잠들었다 깨면 tv는 혼자 잘도 놀고 있었다.   한 달여 지나니  자가진단  우울증!   마스크 쓰고  정신없이 싸돌아 다녔다.   과유불급!   넘쳐나는 자유는  공포 그 자체였다.   나?  시간에  쫓기던 교사였다.   종소리만 나면 벌떡!   습관은 무서운 거다.  퇴임 후,   음악 소리가 없어도  시간마다 엄습하던  갈 곳 잃은  두려움!   


다시  모든 만남이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소속감이 없어졌단 말.   사실 나는 비대면 모임은 만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퇴근 후 한 잔 술에  피로를 풀고 집으로.   이게 일상이던 우리 세대는 실감하리라 생각.  너만?   젊은 세대의 이해를 바라는 건 무리겠지.  


반려동물이라도 한 마리.   이건 싫다.   실망하더라도  사람이다.   동물?  무척 좋아한다.   너무 좋아해서 생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집에서  셰퍼드 한 마리  키운 기억.    닭뼈를 부수어 준 기억.   개가 그냥 넘기다 목에 걸렸다.   얼시구나!  동네 사람들의 몫으로.   지금 같으면 턱도 없는 소리.   그  기억이  반려동물이란 말 조차 거부하게 만든 것 같다.


오늘은  밴드를 통해 기타반 만남.   강사의 손을 따라 아르페지오 연습.   스트록은 시끄러울 것 같아 옆 집 눈치.   당연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차라리 유튜브로  연습하는 게 낫지.   


다시 넘쳐 나는 시간.   코로나야 제발,  빨리,   어서 좀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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