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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Aug 04. 2021

소, 집 그리고 혼돈의 계절!

생필품은  무엇!

"어이!  대구 촌놈  소꼴  뜯어로가자."

초등학교, 그때는 국민학교였다.  여름방학을 맞아 할머니 댁에 가면  어릴 적  친구들이  소를 몰고  가며 나를 부르는 소리다.  풀을 담는 꼴망태를 메고 소를 몰고 같이  산으로.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농사일을 그만둔 할머니 댁에는 소가 없었다.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소를 모는 일은 재미다.   어릴 적에  아버지 직장을 따라 대구로  온  나는 시골이 낯설다.   나는 호기심,   개구리 무서워하는 대구 촌놈  놀리는 친구들은 재미.   소는  풀을 뜯고  친구들은 풀을 벤다.   망태에 꼴이 차면 그제야  신나는 물놀이.  내게 그것은  아름다운 추억이다.   그들에게  그건 일!    그들이 소에게  들이는 정성은 상상  이상이다.  아침마다  사람 밥보다  소죽을 먼저 끓였다.   그들에게  소는 농사의  도구이자 가장 큰  재산이었다. 우골탑!  소 팔아서  대학  시킨다는 풍자.  상아탑은  우골탑.   딸의 말을  빌리자면  역찢남의  추억담!   당시 대구는 대한민국의 3대 도시였다.


아파트가  작아  네 식구가  살기는 많이  불편하다.   저녁 시간.   퇴근 후  화장실  대기하는  딸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한  마디!  "좀  큰대로  이사할까!"   의문형이 아니다.  난  은퇴자.   이사가  불가능.   코로나 이후의 한 풍속.   무슨  일을  하던  반드시  손부터  닦는다.   하나뿐인  화장실이  바쁘다.

"뭔 소리.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면  대궐이다.   아빠가  최고다."   경기도 중에서도 집값  비싸다고  소문난 곳이다.  가슴이  뭉클.   35년의  결정체.      누군가  시대의  혜택을  입어  부동산을  장만했다.   맞는  말. 지금은  내 수입으로  이런  집  살  방법이  없다.    도시화,  산업화 세대들의  삶.   "안 먹고  안  입고  살았다."   추억 속의  소 한 마리.   바쁠  땐,  꼭  필요할  때  팔 수도  있는  가장 큰  재산!   그  소의  구실을 하는 현재의  집.   어떤  사람이기에  부동산을  몇  채씩  가질 수 있을까?"  이건  의문형.   

"화장실  냄새 안 나나."   아내의 소리에  청소용  솔을  찾는다.


다시  선거의  계절이다.   축제의  장이  되면  좋겠는데  마음이  무겁다.   어느  후보의  말.  

"집은  생필품인데  세금이  웬 말이냐?"  

그  기사의  댓글  중  하나.   "그럼  집이  생필품이지  사치품이냐?"

어안이  벙벙하다.   지금까지의  내  생각을  다  바꾸어야 하나.   혹시나  싶어  사전을  찾았다.  나!  국어 전공.    사전은   인터넷 사전!  정말  꼰대는  아니라고  자부한다.    

재산,   자산,  생필품,  물품!

내 생각이  맞았다.   집은  생필품이  될  수가  없다.   

재산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

생필품은  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  

물품은   재산 중  부동산을 제외한 유체물.   따라서  부동산인  집은 생필품이  아니다.

사전  찾기  전의  내  생각.   생필품은  소비재.  집은  재산.   내가  맞았다.

속이  후련하다.   생필품  하나  사기 위해  35년  고생했다면 내  삶이  너무 가치  없다는  생각.

내가  컴퓨터를  사면 소비재가 된다.   반면  PC 방에서  컴퓨터를 사면  자산이 된다.  

5년이  넘아가는 내  골동품 노트북!  오늘은  전자랜드나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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