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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Aug 20. 2021

그거어딨노?그거!

철봉에  이슬  맺힌  날

"그거  어딨노?  그거!"

"그거  뭐?"

"아빠  오른쪽  빨간  뚜껑  옆에!"


아파트  문을  나서니  약간  서늘한  기운.    공트장에서  철봉을  잡으니  손이  촉촉하다.   스트레칭을  하자니  떠오르는 햇살에  풀잎이  반짝인다.    백로는  아직  저  멀리  있는데.    길 가에는  제법  나뭇잎도  떨어져  있다.     여름이  가고  있다.   세월이....    


준비  운동  후  맨손으로  철봉을  닦고  턱걸이  열다섯 개!    대단한  것  같지만  세 개,   두  개씩  몇 번으로  나누어서  합이  열다섯!   턱이  올라가지  않은  것도  합쳐서.   그래도  일어날  때면  몸이 찌뿌듯하다.  나?   눈 뜨면  제일  먼저  부분  틀니부터  찾아야 하는  틀딱.   꼰대!


물고기  노리는  백로를  지나  건강  밴드를  확인한다.   칠천보  확인.   집에  오니  아직  둘째가  출근 전이다.    나는  경상도  사투리를  고칠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딸이  출근  시간이니  마음이  급하다.

"그거  어딨노?  그거!"

"그거  뭐?"   아내는  이런  일에  익숙하다.   딸이  찰떡  같이  알아  들었다.

"아빠  오른쪽  빨간  뚜껑  옆에!"

어제  딸이  인터넷으로  구매한  차가  맛이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반복되는  일상이다.   집  앞에  홈 플러스가  있다.   

"마트  몇  시에  문  여노?"   

"어느  마트?" 

 하이 마트,   이 마트,  도깨비 마트.   모두  집  근처다.  머릿속에  마트만  맴돈다.

"집  앞에  있는 거."

"그기  마트가  홈플이다.   옆도  좀  보고  다녀라.   멘제기 같이  굴지 말고."

억울하다.   홈이  생각나지  않아서다.   컴  앞에서도  이런  일이  자주  있다. 

"옷  빨아  주는 거?"

"세탁기?"

"아이  씨!"

젊어서  술  좋아했던  나!   혹시  알콜성  치매?

친구들  만나보니  나보다  더한  사람도  있다.  동료애? 


이런  위로받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팬데믹  시작  후,   일 년  반  동안  친구들  모임  딱  한  번!

아내는  말을  하지  않아서  단어를  빨리  못  찾는단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가  못마땅한  모양.

마음은  다정하다  생각하는데  전달이  안  되는  모양이다.   고치려  노력해도  안  된다.   여행이라도  가면  손 하트라도  만들 텐데.....


언제나  친구들과  농담  따먹기도  하고,   아내와  하트도  만들어 보나?   아니  말  대신  단어  잊지  않게 글이라도  열심히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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