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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Aug 13. 2021

험한  세상의  다리 되어

비우기

         의자 

                       조병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겠습니다.


조병화  시인의  작품  중   "의자"입니다.





새벽  운동  가는  길.    아파트  문을  나서니  선득한  기운.   강변의  철봉  앞에서  근 운동 전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다.    긴 팔 옷을  입은  분들이  꽤  된다.   아니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거의 긴소매다.   여름이  가고  있다.   세월이  흐르고  있다.



한  시간의  운동 후  집으로.    조식  후  휴식  겸  SNS.   가족  밴드.    외손녀의  입학식  소식.   벌써?   미국은  대면  수업,    등산  좋아하는  친구가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노인에게는  내일이  없다.   오늘을  즐기자.   아직  노인은  아니지만."    이 친구나  나나  일흔이  넘었다.   분명  노인이다.   산의  사진이  천  미터급  산이다.   젊은이  못지않다.    그래도  아무리   에베레스트를 올라도   일흔이면  노인이다.

이 십 년  전의  추억  하나.    말썽  부리기  시작하는  차를  바꾸어  볼까 생각.   중고차  전문가와  상담.   시골  생활이라  출퇴근  거리가  짧다.   

"많이  타지는  않았습니다."     "일  안  한다고  사람이  안  늙습니까?    연식이  중요합니다." 

그 후로  7년  동안  그  차를  애용했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인터넷  서핑  중  사이먼과  가펑클의  "험한  세상  다리 되어"   악보가  눈에  딱.    옛  생각.    입으로  흥얼거리며  코드를  보니  어려운  것이  적다.    기타를  잡아보니  될  것도  같다.    우선  느린  속도의  고고  리듬.    가장  많이  연습한  슬로 고고  리듬.    본격적인  연습.    한  마디  안에  코드  3개짜리.    많이  연습한  관용적  리듬이다.    그래도  안  된다.    나이  들면  조금씩이라도  매일 연습을  해야  한다.   해서  매일  손은  푼다.    그런데  분명  된  것도  다시  하면  안  된다.   연식!  며칠  연습하면  되겠지.   다른  곡  하다  보면  또  안  되고.   그래도  손과  입을  맞추어  본다.

"네가  지치고,   자존감이  떨어져  네 눈에  눈물  고이면  내가  너의  편이  되어 그  눈물  닦아 주리라.   아"


코로나  시작된 지도  1년  반이  되어  간다.    기타  동아리도  변화가  있었다.   대면  강의는  10명  한정.

30명씩  모일 때는  나이 지긋한  분들도  있었다.   그런데  선착순  10명.   내가  가장  연장자.   그마저  줌 강의로  바뀌었지만  내가  가장  연장자였다.   눈치가 없으면  코치라도  있어야 하는데.    


문득  조병화  시인의  시  생각!

안  되는  손을  원망하며  입을 흥얼거린다.

"험한 세상의  다리  되어  그대  지키리.   험한 세상의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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