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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세상의 다리 되어

비우기

by 김윤철

의자

조병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겠습니다.


조병화 시인의 작품 중 "의자"입니다.





새벽 운동 가는 길. 아파트 문을 나서니 선득한 기운. 강변의 철봉 앞에서 근 운동 전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다. 긴 팔 옷을 입은 분들이 꽤 된다. 아니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거의 긴소매다. 여름이 가고 있다. 세월이 흐르고 있다.



한 시간의 운동 후 집으로. 조식 후 휴식 겸 SNS. 가족 밴드. 외손녀의 입학식 소식. 벌써? 미국은 대면 수업, 등산 좋아하는 친구가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노인에게는 내일이 없다. 오늘을 즐기자. 아직 노인은 아니지만." 이 친구나 나나 일흔이 넘었다. 분명 노인이다. 산의 사진이 천 미터급 산이다. 젊은이 못지않다. 그래도 아무리 에베레스트를 올라도 일흔이면 노인이다.

이 십 년 전의 추억 하나. 말썽 부리기 시작하는 차를 바꾸어 볼까 생각. 중고차 전문가와 상담. 시골 생활이라 출퇴근 거리가 짧다.

"많이 타지는 않았습니다." "일 안 한다고 사람이 안 늙습니까? 연식이 중요합니다."

그 후로 7년 동안 그 차를 애용했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인터넷 서핑 중 사이먼과 가펑클의 "험한 세상 다리 되어" 악보가 눈에 딱. 옛 생각. 입으로 흥얼거리며 코드를 보니 어려운 것이 적다. 기타를 잡아보니 될 것도 같다. 우선 느린 속도의 고고 리듬. 가장 많이 연습한 슬로 고고 리듬. 본격적인 연습. 한 마디 안에 코드 3개짜리. 많이 연습한 관용적 리듬이다. 그래도 안 된다. 나이 들면 조금씩이라도 매일 연습을 해야 한다. 해서 매일 손은 푼다. 그런데 분명 된 것도 다시 하면 안 된다. 연식! 며칠 연습하면 되겠지. 다른 곡 하다 보면 또 안 되고. 그래도 손과 입을 맞추어 본다.

"네가 지치고, 자존감이 떨어져 네 눈에 눈물 고이면 내가 너의 편이 되어 그 눈물 닦아 주리라. 아"


코로나 시작된 지도 1년 반이 되어 간다. 기타 동아리도 변화가 있었다. 대면 강의는 10명 한정.

30명씩 모일 때는 나이 지긋한 분들도 있었다. 그런데 선착순 10명. 내가 가장 연장자. 그마저 줌 강의로 바뀌었지만 내가 가장 연장자였다. 눈치가 없으면 코치라도 있어야 하는데.


문득 조병화 시인의 시 생각!

안 되는 손을 원망하며 입을 흥얼거린다.

"험한 세상의 다리 되어 그대 지키리. 험한 세상의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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