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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Nov 20. 2021

불백, 마포불백, 백블 그리고 기레기

뉴스 좀 보자

재미 없는 라떼의 군대 이야기 하나.


병장 갓 달았을 무렵, 서산 출신 신병을 받았다.  전형적인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친구였다. 말이 무척 느렸다는 기억. 하지만 동작이 빠릿빠릿하고 눈치가 빨라 귀염 받았던 친구. 하지만 내게는 골치 아픈 후임이었다.


"통신보안 xx번!"으로 시작 되는 군대 전화. 대부분의 통화자는 영관급의 우리에게는 고급 장교. 따라서 병들에게는 꽤나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말이 느리고 별난 언어 습관을 가진 친구.

"김병장님! 있쟎아유,  전화 왔어유!"

몇 번 잔소리 듣고난 후.  이 친구 뛰어오는 기척이라도 나면 내가 먼저 일어선다.

"그래! 있다  있다. 누구?"

사실은 전화 외에는 뛰어올 일도 별로 없는 친구다.


벌써 반세기 전의 이야기다. 재미있으라고  사반세기란 말을 사용한 것이 몇 년 안 된 것 같은데 지금은 반세기란 말을 쓴다. 세월 참. 


세월 참 빨리 간다. 그런데 사회 변화는 시간의 흐름보다 제곱 이상으로 빠르다.  명색이 국어 전공이지만 신문을 읽기 조차 힘들다.  물론  종이 신문은 당연히 아니다. 쌍방향 소통. 뉴스에 따라서는 제목만 보고 댓글로 바로 가는 경우도 있다. 댓글이 훨씬 참신하다.




사투리가 생기는 이유는 왕래가 힘들기 때문이다.  북한이나 제주도가 대표적인 예. 따라서 요즘은 단어를 못 알아 듣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나 같은 늙은이는 예외도 있다. 딸애가 놀리는 말. "비루빡."

같이 경상도에서 살았지만 딸애는 모르는 말이다.

"비루빡에 똥칠 할 때까지 살란다,"


따라서 언어에는 역사성과 사회성이 있다는 말이 성립한다.  비루빡이란 단어는 오랜 세월에 걸친 사회적 약속에 의해 벽으로 변한 것이다.  그러나 교통과 대중 매체의 발달은 이 가장 기초적인 언어의 성질 조차 의미 없는 말로 만들고 있다.  요즘 언어는 시간의 흐름과는 상관 없이 매스 미디어에 한 번 노출 되면 바로 변해 버린다.


"걱정 1도 없다."  우리에게는 분명 어색한 말이다. "걱정 하나도 없다." 우리가 아는 올바른 표현이다.

"안습!" 눈에 습기.  눈물.  언어에 저작권 이야기까지 나온다.


전자는 재미 동포 여자 연예인이 진짜 사나이란 Tv 오락 프로에 나와서 잘못 쓴 말이다.  요즘은 신문에도 버젓이 사용 되고 있다.

후자는 내가 좋아하는 지상렬이란 개그맨이 처음 사용한 말이다. "안습이다." 이 친구 언어유희의 대가다.


"언어는 대중 매체가 만들어 내는 약속이다." "언어는 오랜 세월이 아니라 하루 아침에 변한다."

세상 참.  지금은 대중 매체 종사자들 특히 언어를 직접 다루는 기자들의 책임의식이 어느 때 보다 강조 되는 시대이다.

 



뉴스를 보기 위해 폰을 켠다. 제목!

"이준석이 안철수에게 슈퍼쳇이나 받아라." 

"부스트샷 예약 시작,"

어그로 끌기?  나? 일흔 노친네. 어그로 까지 외운다.  뉴스 하나 보기 위해 사전까지 찾아야하나?

나! 국어 전공!


웃기는 삽화!

"나도 2030이다. 백블 왜 안 하나?"


백블? 이해 불가! 사전 찾으니 백 브리핑이란다. 어안이 벙벙!

줄이다 줄이다 외국어까지 줄임말 사용하냐.

자칭 메이저 언론이라 떠벌리는 놈들이.

타자 속도가 그렇게 느린지.  인터넷 언론과 경쟁?


줄임말 하나 더 배웠다.

불백: 불고기 백반.

마포불백:마누라도 포기한 불쌍한 백수.

블백:백브리핑


받아쓰기 할 생각 하지 말고 발로 뛰어 진실을 전해 주는 참 기자를 기다린다.

싫은 놈 스토커 짓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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