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자! 인생!
아침! 눈은 떠졌으나 온 몸이 뻐근한 게 일어나기 힘들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 나는 백수다. 일어나기 싫으면 누워 있으면 된다. 누운 채 Sns로 멀리 있는 친구들과 소통. 힘들게 일어나 소금 양치와 영양제 챙기기. 모두가 건강과 관계된 일들이다. 친구들과 소통도 대부분이 건강 관련 이야기다. 몸 건강, 정신 건강. 비우자!
백수가 피곤한 이유도 건강 탓이다. 어제의 기억. 철봉 앞에서 준비 운동. 영어로 워밍 업! 몸 데우기. 어깨가 뻐근하다. 요즘 부쩍 드는 생각. 몸 푸는 시간은 길어지고 턱걸이 횟수는 줄어든다. 몸 푼 게 아까워 약간의 무리. 아침에 그 흔적을 톡톡히 느낀다. 오늘은 운동 강도를 조금 낮추자? 가면 욕심. 비우자? 참 힘든 말이다. 내일도 일어나기 힘들겠지. 추워지는 날씨 탓? 흐르고 있는 세월 탓? 둘 다겠지!
시간이 지나도 복지관에서는 연락이 없다. 오늘은 노인 종합 복지관 대면 수업 첫날이다. 두 과목 신청했건만 모두 추첨 실패했다. 이런 적은 없었는데 아니 기억을 더듬으니 8년 동안 두 번 있었다. 모두 체력 단련실. 지원자가 많으면 컴 추첨으로 수강생을 뽑는다. 다행히 대기 순서가 앞 번호라 일주일 안 쪽으로 모두 등록할 수 있었다. 나머지는 모두 신청이 수강이었다. 그런데 위더 코로나. 거리 두기! 스마트 폰 기초반. 컴퓨터 영상 편집 반. 서른 명 정도가 수강하던 정보화 교실에 두 과목 공히 수강 정원이 십 명. 그런데 복지관 문 열기를 기다리던 사람까지 수강 신청자가 많을 수밖에. 대기 번호도 없다. 헛 된 기다림. 노인들의 모임까지!
얼마 전. 주민 센터에서 문화 활동으로 하는 기타 교실. 한 번의 대면 수업이 있었다. 수강 신청은 추첨이 아닌 선착순. 컴을 조금 한다고 나름대로는 빠른 신청. 그런데 9번. 조금만 늦었으면 신청 실패. 나이 탓? 정보 탓? 이것도 둘 다!
부푼 마음에 기타 둘러메고 주민 센터 강당으로. 썰렁하다. 서른 명 모이던 그 넓은 대강당에 열 명만 덩그러니. 악수도 없이 주먹 인사만. 마스크 탓에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두 시간이 후딱. 헤어지기 아쉬워 강사님 없이 우리끼리 둘러앉아 몇 곡 꽝.
그런데 눈치가 보인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영어에는 없다는 단어 눈치! 내가 가장 연장자다. 나 보다 연세 높으신 분들은 젊은 사람에게 양보했는지 컴이 서툰 탓인지 모두 등록을 않으셨다. 이것 역시 둘 다?
어르신들은 수강료도 이곳에서는 절반이다. 계속해? 생각할 새도 없이 바로 줌 수업으로 바뀌었다. 수강료는 환불. 이후 대면 강의는 하나도 없었다.
오늘도 컴 앞의 생각 정리가 끝나면 집 앞을 흐르는 강. 탄천의 공트장으로. 오늘은 새로 장만한 삼각대와 함께 운동하는 브이로그나 만들어야겠다. 폰의 신호! "카톡!"
멀리 있는 친구에게서 이브 몽땅의 고엽과 함께 동영상이 왔다. 이 친구 고엽 꽤나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 앞 구절 하나!
"이제는 늙기 전에 인생을 즐겨라!"
늙기 전에? 고엽이 이렇게 쓸쓸한 노래인지, 이브 몽땅의 목소리가 이렇게 애절한지 처음 느끼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