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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Apr 09. 2022

코로나와 함께

어느 부부의 하루

매일 되풀이되는 아침 일과. 

SNS에 올라온 오늘의 영어 한 문장.   "Seize the day."  "오늘을 즐겨라." 그리고 메일 확인. 

어제 한 비대면 정보화 세 과목 수강 신청 중 한 과목 당첨. 나머지는 탈락. 줌 수업은 열명 이상은 힘든 모양이다. 중요 과목이 탈락이다. 즐거운 아침은 못 된다. 


소금으로 간단한 양치, 건강을 위한 미지근한 물 마시기. 영양제가 안 보인다. 

"영양제 어디 있냐?"

"찬장 왼쪽에!"

못 찾겠다. 

"왼쪽 어디?"

아내가 나왔다. 

"여기 있잖아. 숲을 봐라 멘제기같이 굴지 말고."


멘제기! 분명 허당이란 소리. 오랜만에 들어보는 정다운 고향 말이라 자위. 오늘을 즐기자.

컴 앞에 앉아 어제 막내에게 배운 동영상에서 사진 캡처 법 연습. 잊어버릴까 아예 노트에 순서대로 기록해 놓았다. 원리를 모르고 순서만 외우니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 이전에는 크롬의 "스크린 캡처"를 사용했는데 오랜만에 하니 이놈이 사라졌다. 없어졌는지 멘제기라 못 찾는지는 아직도...  ㅎㅎㅎ

검색을 통해 다시 하려니 자꾸만 앱을 다운로드하란다. 컴의 속도를 생각해 앱 없이 하는 법을 전수받았다.


아내가 설거지도 미룬 채 머리를 만지고 간단한 화장까지. 오늘 10시부터 비대면 독서회 모임이란다. 

화상 모임이니 간단한 화장은 필수. 망할 놈의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으니 비대면이지만 만남만으로도 설레는 모양이다. 하긴 나도 비대면 수강 신청 탈락이 그렇게 서운하지는 않다. 배움이야 검색을 통하면 나도 할 수 있다. 컴 상이지만 만남을 가질 수 없는 게 서운한 거다.


외출할 일이 별로 없으니 사진 정리. 주로 여행 사진이다. "샌디에이고 라호야 코브" 여행 동영상 중 아내가 바다사자에게 쫓기는 모습. 이거 캡쳐하면 재밌겠다. 요즘 여행 사진은 별 의미가 없다. 인터넷만 뒤지면 내가 찍은 사진보다 몇 배나 훌륭한 사진들이 천지다. 인증의 문제가 아니고 재미나는 사진을 찾아야 한다.


다급한 아내의 목소리. 줌에 접속이 안 된단다. 줌이 자동 업데이트되어 비밀 번호가 사라진 거다. 로그인 상태를 계속하다 보니 비밀 번호가 기억 속에서 증발. 새로운 번호를 통해 접속 완료. 고맙다는 말 대신 빨리 나가란다. 오랜만의 만남! 


모임이 있으니 기타 연습도 할 수 없다.  덕분에 좋은 사진 몇 장 건졌다. 동영상 보는 김에 검색을 통해 움짤 만드는 법도 연구. 이 정도면 나도 인싸. 주방을 보니 식기가 그대로. 아내는 오늘 한 시에 서울 국립 미술관 행차가 예정되어 있다. 이름하여 이건희 기획전. 미국의 짠돌이 대부호였던 "폴 게티" 생각이 난다. "게티 박물관!" 우리나라 부자들에게 바라기는 너무 큰 인물일까? 대중교통 기피하는 노인네는 설거지나. 주방이 깨끗해지니 즐거운 오늘이다. 


점심 후는 아내는 미술관으로 나는 탄천의 공트장으로. 언제나 손 잡고 함께 나들이 갈까? 

"Covid-19 gone with 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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