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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Mar 06. 2022

조심! 또 조심!

산불 걱정.

문경새재에는 "산불됴심"이란 표지석이 있다.  됴심이란 단어로 보아 분명 산불은 예부터 공포의 대상이었다.  


산불의 두려움에 시대 차가 있겠는가마는 그 위험은 과학이 발달할수록 더 커지는 것 같다.  원전과 LNG 생산기지 탓에 이번 울진 산불은 더욱 걱정이 크다.  지구 오염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아 잎 날도  걱정.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경험한 만큼 걱정도  많아진다.


 2019년 10월. 석 달 간의 미국 생활 시작과 함께 본 LA 산불.  재난 영화에서나 보던 하늘을 뒤덮은 검은 연기를 눈앞에서.  더구나 말도 통하지 않는 이역만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공원에 있는 아내와 외손주들을 집에 들이고 나만 정보 수집 핑계로 밖으로.  폰으로 빨간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하는 하늘 사진까지. 


정보 수집이 핑계만은 아니다. 마을은 예상 밖으로 평온하다. 마을이 움직이면, 귀중품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딸네 집이니 손주들과 몸만 피하기로 혼자 작정.  처음은 빨갛던 하늘이 검은 연기로 뒤덮일 즈음, 학생들의 하교 시간.  웃고 떠들고 평상시 모습.  나도 안심. 


잠시 뒤 집에 온 딸 내외가 진짜 마음고생을 한 모양이다.  하늘은 벌겋고 짠돌이 노부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폰 로밍을 하지 않아 통화도 할 수 없고.  차는 막히고... 완전 머피의 법칙. 정말 차가 막혔는지 마음이 급해서 그렇게 느꼈는지는 지금도 답이 없다.  땅덩이 큰 미국도 차가  막히는 곳은 있다.  다행히 뉴스를 들으니 대피소가 집 근처라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는 딸의 말. 위험한 곳에 대피소를 차릴 일은 없으니.

그날 저녁은 이재민 생각하며 고기 굽는 대신 해물 요리로. 

다음 날은 학교는 휴교.  노약자는 외출 자제.  산불로 인한 대기 오염 때문이란다. 우리나라의 미세 먼지 공포보다 더하다.  우리는 미세 먼지 때문에 휴교는 하지 않는다.


TV로 보는 한국 산불은 미국의 아니 LA 산불보다 훨씬 더 무섭다.   LA는 열대 사막 기후다.   산에 나무들이 없다.  바싹 말랐지만 자그마한 풀 같은 식물뿐이다. 불똥 튈 염려나 잔불 걱정이 적다는 말.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 산 너머의 산불만 보았지 진짜 산불은 보지 못한 그냥 여행자의 시각.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타오르는 우리 산의 불길은 오금이 저릴 정도다.  불똥 튄다는 말이 있다.  더 이상 확대됨이 없이 잔불까지 모두 싹 없어지길!


친구 사위가 소방관이다.  아마 그 친구도 산불 진압에 투입되었으리란 생각.  그분들의 노고와 함께 걱정도 배가 된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과 관계가 없다는 말도 할 수 없다.  


걱정 없는 세상은 없다는 생각!  울진 산불 진압이란 뉴스를 기대하며 때 맞추어 TV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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