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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May 03. 2022

마스크 없는 나들이! 그 첫날!

춘래불사춘

딸애가 현관 앞에서  얼굴을 마스크로 가리고 있다. 얼핏 스치는 생각. 마스크를 벗어야 얼굴 전체를 드러내고 그 예쁜 얼굴로 눈웃음도 치고 그래야 번호도 따이고...순전 내 생각. 나? 젊은이라 생각하는 주책맞은 칠십 대 딸 바보!

"오늘부터 마스크 안 써도 된다더라."

"백 프로 아니다. 쓰고 나가는 게 더 편하다."

오늘? 2022년 5월 2일. 마스크 자유.  첫날!


다음은 내 차례.

나는 공트장만. 백 프로 야외활동. 부푼 마음으로 나들이 준비.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이 약간은 낯설다. 기분이 묘하다.

층을 지날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 엘리베이터는 실내? 야외? 마스크 준비하는 게 맞아?


코로나 시대. 내 생활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최애 장소. 탄천. 강에는 거북이들이 일광욕을 즐기고 야산의 풍경들은 녹음을 향해 달리고 있다. 비 온 뒤의 봄바람은 싱그럽다 정도의 낡은 말로는 표현이 되지 않는 상쾌함.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기름진 흙. 시골서 생활한 내 눈에는 향수. 서울서 학교 다니던 애들이 고향 오면 하는 말. 

"아빠 흙냄새 정말 좋다" 

"야! 서울 간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 기분 실감한다. 시에서 만든다는 농사 체험장. 정말 좋은 땅이다. 가을에는 허수아비도 세우고 시골 기분 제대로 내주는 곳. 가슴 깊이 시골을 마신다.



나? 양파나 파의 양이 많을 때는 내가 다듬는다. 고수나 홍어 요리도 거부감이 전혀 없다. 후각이 퇴화되었다는 말. 순전히 기분만의 시골 내음이다.


철봉 앞에서 몸 풀기. 조깅하는 젊은이 얼굴에 마스크가 턱. 자전거 타는 라이더들의 얼굴에도 마스크. 맨 얼굴은 나 혼자다. 아니 저 멀리 맨 얼굴의 어르신 한 분. 가까이 오니 마스크를 들고 계신다. 

오늘 2020년 5월 2일 월요일 맞아? 

입마개 없는 대형견과 함께 하는 사람도 마스크는 하고 있다. 그 참!


폐 수술을 한 나는 사실 마스크에 민감하다. 운동할 때 코를 가리면 많이 힘들다. 민망하지만 오늘은 맨 얼굴이니 철봉과 평행봉까지. 운동 시의 아드레날린이 민망함을 이기고 남는다. 평상시보다 많은 운동량. 


생뚱맞은 생각 하나. 정치권에서는 온전하지도 않은 이 마스크 자율화에도 서로의 공을 다투는 모양이다. 정말 우리 어려움에 신경이나 쓰는 걸까? 욕도 아깝다는 생각.


지구 환경의 영향인지 춘추복이 필요가 없다. 계절은 봄을 지나 여름을 향해 가는 느낌이다. 내가 좋아하는 녹음! 정말 좋은 풍경 속에 떠오르는 라떼의 한시 구절 하나!

"춘래불사춘!"


평소보다 많은 운동량에 몸은 피곤하지만 기분은 더없이 상쾌하다. 내일은?

역시 마스크는 없다. 엘리베이터에 사람이라도 타면?

많은 사람이 탈 일이 없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등 보이고 돌아 서지 뭐? 

그리고 이렇게 소리치지 뭐! 나 꼰대다! 미안하다! 내 건강은 내가 지킨다!


봄이 가고 있다. 그래도 세월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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