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그 시작

코로나와 함께

by 김윤철

2022년 10월 두 째 주!


뻐근하던 몸이 개운하다.

오늘은 월요일. 백수는 월요일이 더 상쾌한 기분이다.

복지관 체력단련실이 근 3년 만에 다시 문을 연지도 석 달이 지났다. 목 빠지게 기다린다는 말이 있다. 라떼 말로 학수고대. 삼 세판을 넘어 네 번의 기회 끝에 복지관 전체가 문을 열었다. 만시지탄 이란 단어가 생각나는 복지관 정상화. 열 일 제치고 체력 단련실 부터 등록!


이곳 노인복지관의 체력단력실은 내게는 남 다른 의미가 있다. 삼십 년을 훌쩍 남긴 직장 생활을 그만둔 후

없어진 소속감에 힘 겨워할 때 나를 위로해준 곳이 바로 이 체육관이었다. 직장 출근하듯 체육관으로.

내 하루를 열어준 곳.


망할 놈의 코로나로 복지관 대면 강좌가 없어지고 가장 아쉬웠던 것이 바로 체육관을 다닐 수 없다는 것이었다. 대면 수업이 시작되고도 가장 나중에 출입이 허용된 곳도 바로 이곳. 남 보다 열심히.


오랜만에 함께 하는 체육관은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개관 시간. 여덟 시면 열리던 체육관의 문이 10시 개관. 아니 강사님의 배려로 아홉 시 반부터 운동 시작. 나는 앞을 흐르는 탄천을 산책하다 강사님과 함께 출근.


3분기로 나누던 1년이 4분기로 바뀌었다. 7월에 개관하니 네 달을 맞출 수가 없다. 내년?

200원 하던 자판기의 커피 값도 300원으로. 이 또한 가격이 문제가 아니다.


모든 물가가 오르는데 물론 복지관 다른 강좌 수강료도 올랐다. 유독 체육관 수강료만 내렸다. 바로 샤워실 사용이 금지된 이유가 아닐까 생각. 그깟 샤워야 집에서 하면 된다. 약간의 불편함은 운동할 수 있다는 즐거움에 비하면 약과. 문제는 다른 곳에.


내게 가장 힘든 것은 마스크 착용.

수술의 후유증으로 작아진 허파에 입과 코를 막아 놓으니 마음껏 몸을 학대할 수가 없다.

이 또한 폐활량 운동이라 생각하면 별 문제가 아니다.


운동한 시간만큼이나 아는 사람도 많다. 매일 함께 운동하고 샤워실에서 볼 것 못 볼 것 다 보여준 사이.

여느 친구들보다는 조금 더 친숙한 사이인 것은 사실. 그런데 3년 만의 만남에도 악수가 없다.

주먹 박치기. 체온 전해 오는 악수와는 다른 느낌. 입이 귀에 걸린다는 말이 있다. 얼굴은 또 다른 언어이다. 그 반가운 표현을 마스크란 놈이 가리고 있다. 반가움이 반감되는 느낌. 모기에 물린 곳을 옷 위로 긁는 기분이다.


지금은 300원이 된 자판기 커피. 그 잔 속에는 대한민국이 들어 있었다. 건강 문제, 가정 문제, 국가 걱정까지. 다른 의견으로 격론 뒤에도 다음 날은 또 벌거벗고 샤워! 젊은 시절과는 달리 한 사람이 문제를 제기하면 격렬한 반대는 하지 않는다. 연륜?

지금은 악수도 않는 사람들이 마스크 벗고 토론?

나이가 연세다.


샤워실!

도를 바꾼 이사에 강한 경상도 사투리. 그 거리감을 없애준 곳이 바로 이곳이란 생각.

"수술하셨습니까?"

"네."

"암?"

"네."

"젊은 나이에 고생하셨습니다."

10년 전의 일이지만 그때도 환갑, 진갑 다 지난 나이였다. 육십 대는 젊은이가 되는 곳.

하나 정도는 수술 흔적을 가지신 분들이 모이는 곳. 다음부터는 거울 한가운데서도 당당히 머리카락을 말렸다. 지금은 마스크 만큼의 거리감. 아니 샤워실 사용 금지 보다 큰 거리감.


몸이 끈적거리니 집을 향해 빠른 걸음. 미혼으로 보이는 여자분이 유모차를 끌고 있다. 안에는 작고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 요즘 부쩍 많이 듣는 말. 반려동물! 나는 애완 동물이란 말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미국 생활에서 느낀 점. 동물 백화점들이 참 많았다. 거리를 혼자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개 산책 시키는 사람들. 창밖을 우두커니 내다 보는 고양이에 놀란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아파트에서 고양이는 낯 선 풍경.

우리나라도 곧그렇게 되리란 내 생각. 반려동물이란 외로움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반려견, 반려묘, 다음은?

나는 그래도 사람이라 생각! 물난리를 겪은 후의 탄천에서 느낀 일기장의 한 구절!


벌써 9월!

치과에 다녀온 후 일주일 째 근력운동을 못 하고 있다. 오늘도 역시 걷기 운동만. 찌뿌듯한 몸에 날씨마저 선덕 하다. 긴 옷으로 환복 후 집 밖으로. 마스크 준비는 하지 않았다. 체육관이 아닌 탄천으로 가니까. 상쾌하다고는 할 수 없는 기분. 아파트 끝 화단에 붉은색의 고추.


아파트 화단의 꽃들 사이로 어느 분이 고추를 심어 놓으셨다. 멋을 이해하는 분이 신 듯. 푸를 때는 몰랐으나 붉은색으로 익으니 확실히 눈에 들어온다. 벌써 9월! 고추가 익고 있다. 가을이 익고 있다. 갑자기 시간 흐르는 소리가 멋으로 다가온다. 확실한 기분 전환.


평행봉이 떠내려간 자리에서 몸 풀기 운동. 눈에 익은 백발 어르신이 쓰레기를 치우고 계신다. 운동 나오실 때마다 항상 청소를 하시는 분이시다. 만신창이가 된 탄천의 모습에 답답했던 마음이 싹 가신다. 세상은 살만한 곳이란 느낌.


1시간 여의 걷기 운동. 반환점 부근의 다리에 현수막이 힘겹다.

"물난리에 의한 방범등 파괴로 감전 위험이 있으니 야간 산책을 자제해 주세요."

그래도 홍수 피해 복구는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생각.


근력 운동을 생략한 관계로 평소보다 빡세게 걷기 운동. 오늘은 토요일. 평일보다 아침 운동하는 분들이 많다. 당연히 자전거 도로도 붐빈다. 앞 쪽에 신나게 달려오는 자전거. 나야 급 할 것 없는 백수. 당연한 것처럼 순서 양보. 길을 건너려니 들리는 젊은 여자분의 소리.

"감사합니다." 돌아보며 고개까지 까딱!

지나갈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기다려준 내게 건네는 인사다. 보행자들이 대부분 약자인 우리나라의 교통 현실에서 내가 오히려 더 고맙다. 코로나로 인한 우울함을 싹 없애 주는 토요일 아침이었다.



미국으로 돌아간 손주들의 사진이 가족 밴드에 올라왔다. 핼러윈 축제 사진이다. 화상으로나마 몇 번 만났지만 손주들은 볼 때마다 반갑다. 함께 한 3년 전 핼러윈 축제의 기억이 새록새록!

축제 기간을 맞아 가족 여행 중이란 설명. 미국은 역시 어린이 중심이다. 아직 핼로윈 데이는 아니지만 벌써 어린이 축제는 시작이다. 아빠 휴가 맞춤의 호텔 축제. 사탕 얻으러 다니는 어린이들의 얼굴에 마스크가 없다. 우리나라는 아직 마스크가 애매하다. 실내에서는 마스크 착용. 실외는 자유. 그런데 실외의 구분이 좀 애매하다. 특히 폐활량이 적은 나는 마스크에 민감! 미국은 이미 마스크는 완전 자유인 모양이다. 미국 야구장의 관객들은 마스크가 없다. 위드 코로나! 우리나라도 곧 그렇게 되리라 생각하며 내일도 외출 시에는 마스크 통 앞에서 멈칫거리겠지.


오늘도 마스크와 함께 운동. 저녁 휴식 시간에 켠 TV 화면에는 관중들이 꽉 들어찬 야구장에서 한 해를 결산하는 가을 야구가 열리고 있다. 마스크는 역시 제 각각. 마스크 착용한 사람, 손 에든 사람, 아예 마스크가 안 보이는 사람까지!


아! 2022년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