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기 싫지만, 함께 해야 하는
딸애가 현관 앞에서 얼굴을 마스크로 가리고 있다. 얼핏 스치는 생각. 마스크를 벗어야 얼굴 전체를 드러내고 그 예쁜 얼굴로 눈웃음도 치고 그래야 번호도 따이고... 순전히 내 생각. 나? 나이 생각 않는 주책맞은 칠십 대 딸 바보!
"오늘부터 마스크 안 써도 된다더라."
"백 프로 아니다. 쓰고 나가는 게 더 편하다."
오늘? 2022년 5월 2일. 야외 마스크 착용 자유 첫날!
나는 공트장만. 백 프로 야외활동. 부푼 마음으로 나들이 준비.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치는 마스크 없는 내 모습이 약간은 낯설다. 기분이 묘하다.
그래도 층을 지날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 엘리베이터는 분명 폐쇄된 공간이다. 당연히 실내. 마스크 준비하는 게 맞다. 약간의 귀찮음과 사용자가 적다는 핑계로 내 작은 페를 옹호한다.
코로나 시대. 내 생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최애 장소. 탄천. 강에는 거북이들이 바위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야산의 풍경들은 녹음을 향해 달리고 있다. 비 온 뒤의 봄바람은 싱그럽다 정도의 낡은 말로는 표현이 되지 않는 상쾌함. 강 가에는 왜가리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탄천의 수질이 2 급수로 좋아진 이후 요즘 말로 힐링되는 즐거움 중 하나. 사전을 찾으면 왜가리는 여름 철새이나 점점 텃새화 되는 백로과의 새로 나온다. 이 새가 이로운 새인지 해로운 새인지는 내 지식으로는 알 길 없으나 외출도 만남도 조심하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꼭 필요한 새라는 느낌! 코로나의 우울함 중에 서도 그나마 자그마한 위로. 자연 치유!
코로나여 제발 뉴트리아처럼 되지만 말아다오.
오월의 마지막 일요일. 오랜만에 컴 앞에서 생각을 정리해 본다.
2022년도 반환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세월 참!
휴일 풍경이 달라졌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 휴일인데도 운동하는 사람들이 반으로 줄었다. 다음은 운동하는 분들의
얼굴에 마스크가 없어졌다. 산책하는 분들 역시 턱스크도 아닌 목스크거나 아예 손에 들고 있다.
코로나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생각.
어제 토요일에 느낀 점 하나. 아침 운동 후 볼일이 있어 복지관으로. 문이 닫혀 있다. 코로나 전에는
토요일도 개관.
지금은 내가 가장 열심이었던 체력 단련실은 문도 열지 않고, 거리 두기에 의해 수강료는 올랐고,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서 전 같이 수강생들 간의 유대관계도 없어졌다.
코로나가 지나가도 과거 같은 즐거움은 옅어지리란 생각.
들국화의 노래 한 자락이 생각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그래도 자연은 의구하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기름진 흙. 시골서 생활한 내 눈에는 향수. 서울서 학교 다니던 애들이 고향 오면 하는 말.
"아빠 흙냄새 정말 좋다"
"야! 서울 간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 기분 실감한다. 시에서 만든다는 농사 체험장. 정말 좋은 땅이다. 가을에는 허수아비도 세우고 시골 기분 제대로 내주는 곳. 가슴 깊이 시골을 마신다.
나? 양파나 파의 양이 많을 때는 내가 다듬는다. 고수나 홍어 요리도 거부감이 전혀 없다. 후각이 퇴화되었다는 말. 순전히 기분만의 시골 내음이다.
철봉 앞에서 몸 풀기. 조깅하는 젊은이 얼굴에 마스크가 턱. 자전거 타는 라이더들의 얼굴에도 마스크. 맨 얼굴은 나 혼자다. 아니 저 멀리 맨 얼굴의 어르신 한 분. 가까이 오니 마스크를 들고 계신다.
오늘 2022년 5월 2일 월요일 맞아?
입마개 없는 대형견과 함께 하는 사람도 마스크는 하고 있다. 그 참!
폐 수술을 한 나는 사실 마스크에 민감하다. 운동할 때 코를 가리면 많이 힘들다. 민망하지만 오늘은 맨 얼굴이니 철봉에 평행봉까지. 운동 시의 아드레날린이 민망함을 이기고 남는다. 평상시보다 많은 운동량.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조상님들을 모셨다. 초라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조촐한 차례상. 물가 탓도 있지만 전은 제사 음식이 아니라는 성균관의 말씀에다 일흔 넘은 아내의 건강까지.
코로나 사태 이후 세 번째 추석, 음복 후 조상님들을 배웅하고 예와 다름없이 탄천으로. 위드 코로나! 거리 두기 해제! 마스크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늘은 탄천 걷기 운동만 할 거니까. 작년과 달리 오늘은 산책객들이 많이 적다. 특히 유모차를 끄는 젊은 부부들의 모습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젊은 부부들은 부모님 댁으로 간 모양이다. 저 번 명절에는 유모차가 참으로 많았었다. 운동하는 분들도 마스크를 목에 걸고 달린다. 덕분에 군중 속의 고독이란 것을 느끼지 못했다. 가족끼리, 혼자라면 개라도 함께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초라해 보이기 싫어 바로 집으로 직행했는데 오늘은 느긋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탄천 산책. 약간은 변한 것 같은 3년 만의 명절 풍경.
명절 연휴 끝. 서울 살이 가는 막내 전송 겸 모처럼 가족 외식. 코로나 사태에도 부부 외식은 몇 번 있었지만 자식들과 함께 한 외식은 기억이 가물가물. 식당을 가니 마스크는 필수. 맛집 찾아가야 하니 버스를 타야 한단다. 정류장은 야외. 버스는 실내. 자리에 앉으니 기사님의 말씀.
"마스크 써 주세요."
아차! 나 그렇게 상식 없는 사람 아닌데. 역시나 아내의 잔소리.
"마스크 안 썼나!"
차에서 내리니 한참을 걸어야 한단다. 젊은 자식들 따라가려니 숨이 차다. 마스크는 손으로. 식당은 실내. 마스크 쓰고 입장. 자리에 앉으니 모두 마스크를 벗는다. 입 가리고 식사는 못 하니까. 코로나와 함께! 참 어렵다.
식사 후는 산책 겸 걸어서 집으로. 가게 앞의 휴지통에 마스크 버리기.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중에 다른 입주민이 바로 뒤에. 나는 마스크가 없다. 문이 열리자마자 가장 구석자리로.
다음부터는 마스크는 버리지 말아야지. 마스크 목걸이라도 하나 장만?
집에 들어와 TV를 켜니 뉴스를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 19 통합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