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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Jan 13. 2023

소백산 설화

자연재해

앞산이 잘 보이지 않는다. 며칠 전부터 계속이지만 오늘은 모양새가 다르다. 어제까지는 미세 먼지, 오늘은 비가 내리고 있다. 1월과 비.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폰을 여니 가족 밴드에 LA사는 딸의 답신이 와 있다.

"여기는 별일 없어요. 어제까지는 비가 많이 왔는데 오늘은 그쳤어요."

사막 기후인 LA와 홍수, 이 또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다. 21세기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나! 20세기를 훨씬 오래 산 노인네!


2013년 분당으로 이사와 미세 먼지 소식에 외출을 못 해 우울증 증세를 느끼던 일이 아주 먼 옛일처럼 느껴진다. 사실 미세 먼지란 단어조차 이곳에서 처음 들어 본 말이다.


1970년대만 해도 1월이면 이곳보다 훨씬 남쪽인 대구에서도 스케이트를 즐겼다. 지금은 성남을 흐르는 탄천이 언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견딜 수 없음 만큼 춥다란 느낌조차 가져 본 기억이 별로 없다.


LA 대부분의 산에는 커다란 물탱크들이 있다. 운 좋으면 그 물탱크에서 물줄기들이 쏟아져 내리는 장관을 볼 수도 있다. 그 물들이 스프링 쿨러를 통해 그곳의 식물들을 키운다. 그런 LA에 홍수라니 깜짝 놀라 딸의 안부를 물었다.


스프링 쿨러로 키우는 가로수


복지관 가는 길. 어제까지 얼어서 조심조심 걷던 길이 1월 비에 다 녹았다. 좋아해야 하나!

운동 후 도서관의 컴퓨터를 켜니 SNS에 지인의 소백산 산행기가 올라와 있다. 일흔 넘은 나이에 설화 피는 산을 오르는 친구가 한없이 부럽지만 무언가 조금 아쉽다. 옛 사진을 찾으니 2010년 1월의 소백산 설화가 있다. 13년의 세월이 주는 설화의 차이!


설화는 눈이 아니다. 나무에 쌓인 눈들이 얼고 녹고를 반복하며 매서운 고산 바람에 얼어붙은 얼음이다. 한낮에도 완전히 녹지 않을 정도의 높이를 갖춘 산. 적어도 1500m 이상의 산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설화다. 따라서 하루의 눈의 양이 아니라 그 겨울 눈의 결정체다.  2010년 1월의 소백산 설화와 2023년 1월의 같은 곳 설화.  올해는 눈도 많이 내렸는데  설화는 별로란 느낌이다. 그 모양새의 차이가 지구 온난화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닌가 하는 내 생각!


대학 친구인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 피어"란 시를 떠올려 본다. 나 하나 꽃 피면 꽃밭이 될 수 있다. 지금 지구 곳곳이 기후 이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뉴스들! 지금 지구는 풀밭이 아니라 풀도 자랄 수 없는 황무지로 변해 가는 모양새다. 너와 나 우리 모두 꽃으로 피어야 할 때다!

2010년 1월의 설화


2023년 1월의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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