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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Jan 17. 2023

그랜드캐니언

애리조나의 밤하늘

드디어 도착이다.  그랜드캐년 역시 대단한 기대감을 가지고 온 것도 사실이다. 21세기의 특징 중 하나. 노출이다. 내용보다 얼마나 많이 알려지느냐! 글로벌! 국제화, 세계화! 미국 3대 국립공원에 해당된다는 말만으로도 기대를 할 수밖에. 더구나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 나도 한 번씩은 보던 유명 드라마 이병헌, 송해교 주연의 "올인"!  그중 한 장면. 헬리콥터 떠오르던 그랜드캐년의 장관! 


부푼 가슴을 안고 차 밖으로 나오니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미국 서부지방이 겨울이라지만 낮에 긴 옷을 입기는 처음이다.  식물도 선인장 같은 사막 것들이 아니라 제법 소나무를 닮은 침엽수들이 보인다. 옷을 차려입고 관광센터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따라 알아들을 수 없는 영화 관람.  그랜드 캐년의 역사와 풍경을 담은 영상이다.  대강의 지식을 얻은 채.   말을 못 알아들으니 정말 대강이다,  불이 켜지니 벽에 붙은 표어 비슷한 것들이 보인다.  단어는 알겠는데 해석이 안 된다.  딸아이의 해석.  “당신은 당신의 그랜드 캐년을 가슴에 담아 갈 것이다.”  뭐 대강 이런 뜻이란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건 좀 심하다.  백발이 삼천장이란 한시가 떠오른다.  그랜드 캐년은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이런 것이 아닌가.  모든 것을 다 포함하고 있으니 네가 필요한 것을 느끼고 가라.  와! 미국인의 자부심!  대륙의 뻥이라 생각해도 조금은 심하다는 생각!  우리도 유홍준 님의 말씀을 기억하자.  “우리 국토가 박물관이다.”  가슴에 새기자.  미국은 크지만 우리 누리는 반만년의 역사를 담고 있다.      


그런데 와! 크다!  웅장하다.  작은 것에도 감탄 잘하는 나이긴 하지만 정말 “와!” 다.   눈에 담고,   사진으로 남기며 그랜드 캐년을 달린다.  이곳에는 제법 눈도 보이고, 겨울 느낌도 난다.  아내와 이야기를 하는 중에 누군가 “한 장 찍어 드릴까요?” 이국에서 동족을 만나니 더욱 반갑다.   덕분에 환갑 지난 둘이 하트 사진 찍었다.   세상 참!  좋다!      


차에서 내리는데 우리글이 딱!  “다람쥐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  한자, 일본어, 우리글.  물론 정확히 읽을 수 있는 것은 우리글뿐이다.  이런 것도 국격이 높아진 것인가?  경제력이겠지만 어쨌든 흐뭇하다.     


약간은 이상한 모양의 바위에 “덕, 오리바위.” 이렇게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어디든지 같다.  설악산의 울산바위, 비선대, 와선대.... 차를 세우니 내려가는 길이 보이고 트레킹 코스란 안내판이 붙어 있다.  이것이었다. 감탄하면서도 2%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이.  내려다보는 경치.  성취감이 없었다.  땀 흘린 뒤에 맛보는 산악인들에겐 금기시되는 말.  정복감.  이것이 모자랐던 것이다.   지금은 산악인이 아니니 정복감이란 말을 사용해 본다.  “20년 아니 10년만 젊었어도” 한탄을 하니. 사위 왈 “건강만 조심하면 다음엔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안내하겠단다.”   말만으로도 고맙다가 아니고 욕심이 생긴다.  다음엔.  실제로 1년 후 요세미티 3박 4일 트레킹!  웅장하고 세월을 느끼고 그런데 지루하리만치 같은 경치가 반복된다.  미국인의 그 뻥에 비하면 약간 실망.        


근처의 조그만 마을에서 저녁 식사!  잠들기 전 보는 하늘에 별이 너무나도 많다.  뚜렷하게 보이는 북두칠성! 눈대중으로 북극성을 찾아본다.  이렇게 많은 별을 느낀 것이 언제인가?  시골 살 때도 이렇게 많은 별을 본 기억이 없다.  그만큼 이곳은 오염되지 않았단 말이겠지.  사실 네 번의 미국 여행 중에도 이런 별은 보지 못했다. 감회에 젖어 본다.   밤하늘의 별을 사진에 담아보려 했지만 실패!  역시 진짜 좋은 것은 가슴속에 간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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