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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Jan 18. 2023

한인촌

순두부와 명동 칼국수

코리아타운의 아침.  운동 삼아 나선 산책길.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뒤에서 누가 “잠깐만요.”  역시 여기는 한인촌이다.  덕분에 담백한 해물 순두부로 캘리포니아, 네바다를 거쳐 애리조나까지 다녀온 장거리 여행의 피로를 시원하게 풀 수 있었다.  미국 현지 음식들은 고기류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찾기 어렵다. 고기 좋아하는 나, 처음엔 좋았지만 일 주 정도 지나면 우리 음식 생각이 나기 시작한다. 역시 나는 토종 한국인. 단 고기가 싫다는 건 절대 아니다. 이 글 쓰는 지금도 삼겹살 애호가.


번호가 아닌 열쇠로 열어야 하는 문이 약간은 번거롭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약간 후진 느낌.  딸의 폰과 숙소 앞의 윌셔 뱅크 건물만 외우며 숙소를 나섰다.  미국은 길 찾기가 쉽다.  땅이 넓어서 그런지 높은 건물이 길 양편으로만 있어서 건물 하나만 외우면 된다.  물론 내가 가 본 곳만.  나는 지금 미국 서부의 극히 일부분,  그것도 미국의 참모습과는 다른 것들만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될 수 있다는 점 알고 있다.  단지 조심만 할 뿐!  


골목길은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조그만 틈에도 일회용 커피잔이 올려져 있으며 바닥에는 담배꽁초가 널려있다.   내가 본 다른 지역에 비해서도 많이 낙후되었다는 느낌!  코리안 아메리칸들은  영어가 서툰 이민 초기에는 한인촌에서 생활하다  형편이 나아지면 인근의 다른 도시로 생활 터전을 옮긴다는 얘기.  곳곳에 담배 피우는 모습들이 보인다. 우리와 같은 얼굴은 아니다.  빠른 걸음으로 큰길에 나오니 이슬람 사원처럼 느껴지는 곳이 있어 궁금했으나 테러 때문에 애 먹은 입국 길을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다.   나중에 들으니 유태교 사원이란다.  한인촌도 유태인 자본이 많이 들어와 있다는 말!  한글로 된 도서관은 다음에 아내와 함께 오기로 하고 걸음을 재촉한다.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어제 우리가 먹은 북창동 순두부집, 조금 더 걸으니 며칠 전에 들린 우국 식당.   한인 타운이 그렇게 크지는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


BCD   TOFU  북창동 순두부


우국 (소나라) 맛도 끝내주고 서양인들은 자기 손으로 고기를 굽는 코리아 바비큐에서 이 캠핑 기분을 느낀단다. 아르바이트생에게도 최고의 인기. 팁이 장난이 아니란다. 그만큼 장사가 잘 된다는 얘기겠지.           


곳곳에 노숙자들의 모습도 보인다. 역시 한국계는 아니다. 몇 가지만 느낀 채 숙소로 돌아와 폰으로 전화. 열쇠가 하나뿐이라 내가 사용할 수가 없다. 딸애가 들어오지 말고 기다리란다. 오늘 점심은 명동 칼국수. 정말 없는 게 없다. 여기는 한국이다. 이젠 젓가락질하는 백인들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여기서는 우리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서빙을 하고 허드렛일은 다른 민족이 한다.  멕시칸이란다. 여기서는 히스패닉이란 말 대신 멕시칸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약간은 얕잡아 보는 듯한 어감이 강하다. 아마 불법 이주자가 많은 탓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벽에 한글로 “먹다 남은 김치는 투고할 수 없습니다.” “무료 제공된 사리는 투고할 수 없습니다.” 딸에게 물어보니 "to go" 집에 가져갈 수 없다는 뜻이란다. 여기서도 힘든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나는 명동 칼국수 엔간히 좋아하는데 맛도 양도 흡족 하 다.


우국 (소나라).  코리아 바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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