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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Jan 28. 2023

파사데나와 아트센터 칼리지

 이젠 집에 간다는 안도감과 약간의 아쉬움! 물론 아쉬움이 더 크다. 천성인가? 역마살끼가 있다던 어릴 때 관상 보던 옆집 할머니의 말씀이 떠오른다. 조금이라도 더 보겠다는 마음으로 급하게 파사데나로.    한인거리가 끝나가는 지점.   다리 아래에  텐트가 보인다.   자세히 보니 노숙자들이다.   텐트가 한두 개가 아니다.   이곳 LA카운티는 날씨가 따뜻하니 노숙자들이 살기는 좋은 모양이다.    1시간여를 달려 아내 입맛에 맞다는 태국 식당으로.   식당이 꽤나 크다.  실내도 있고.   야외 기분이 나는 곳도 있다.   날씨가 더우니 야외로.    들어가는 입구에 백인이 동양인 아이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중국인이려니 하고 지나치는데,  "여기다!"  분명히 우리말이다.  두리번거리니 딸애가 한국계 미국인의 아이 돌잔치란다.    


  


음식을 주문하고 주위를 살피니 우리말과 영어가 함께 사용되며 혼혈의 모습도 보인다.   아마 우리말을 쓰는 사람들은 이민 1세대 이리라.   이곳 사는 지인이 말이 생각난다.   10여 년 전만 해도 미국은 정말 살벌했단다.  조그만 상점은 강도의 표적이 되기 일쑤고 정말 고생하며 이곳에 뿌리를 내렸다는 말씀.   고생 끝에 이젠 백인에게 팁 주며 돌잔치를 할 만큼 성공했다고 생각하니 내가 다 흐뭇하다.    다시 한번 돌아보며 태국 음식 음미.    그런데 동양인들은 다 그런가?   서빙하는 종업원들이 무뚝뚝하기 짝이 없다.   항상 웃는 얼굴로 서비스하는 서양인들과 달리 팁 아까운 생각까지 나게 한다.   그래도 음식 맛은 제법 그럴싸하다.   파사데나에서 아니 미국 전체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아트 센터 컬리지 오브 디자인” 대학 구경.  사위의 모교이자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예술에 특화된 학교다. 우리나라의 홍익대학 정도인 듯.


  

연휴의 둘째인 일요일인데도 공부하는 학생들이 제법 많다. 그중에는 동양인도 꽤나 된다. 중국인이 제일 많고 우리나라 학생들도 꽤 된다는 말씀.  글로벌 시대답게 세계의 국기들이 다 있다. 태극기도 당당히 걸려 있고,  대학에 기부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전시물에는 “삼성그룹” 이름도 당당히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대학에서 조금만 나오니 주택가.   전원주택을 연상시키는 집들이 정말 대단하다.  크고 깨끗하고 조용하고.   이곳이 이럴진댄 비버리힐즈나 말리부의 주택들은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산속에 들어앉은 주택들이 정말 대단하다. 딸에게 들은 말!


조용한 주택가와는 달리 다운타운은 활기가 넘친다.   내가 본 미국 서부의 도시들은 계획도시들이었다.   조용하고, 깨끗하고, 편리하고, 그러나 무언가 2%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이곳 파사데나에서 그것을 찾았다. 세월이었다!    현대에 세워진 도시들. 그런데 이곳 파사데나는 고풍스러운 멋을 간직하고 있다.   유럽적인 고풍스러움과 미국 특유의 자유로움, 예술적인 멋들 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매력적인 도시다.  멕시코 땅이었던 만큼 스페인 풍이 많다.    이곳에도 빠지지 않고 우리 한글이 있다. 반가움에 자세히 보니 식당이다. 배도 부르고 파사데나의 멋에 빠져 패스.      


바로 옆 건물에 전시되어 있는 낯익은 얼굴. 비틀스의 리더였던 “존 레넌”의 얼굴이다.   알아보니 존 레넌의 열렬한 팬이 이곳 상점을 빌려 자기가 그린 존 레넌의 초상화를 전시하고 있었다.   입장료는 없지만 기부금 삼아 1달러를 내고 그림 구경.   저녁이 되니 어김없이 거리 예술가들의 공연이 시작되고 손에 손에 먹을 것을 든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예상외로 동양인이 많아 알아보니 주변에 차이나 타운이 있단다. "시진핑과의 권력 이양기 즈음 중국 자본이 미국으로 들어와 차이나 타운이 하나 더 생기고 이곳 땅 값을 많이 올려놓았다."   다시 한번 중국의 위력에 감탄.    몰이라 부르는 상점을 거쳐 골목길에 접어드니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를 매달아 놓은 곳이 있다.    소원 하나 적어 놓고 아내와 닭살 행각. 이젠 이런 행동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미국에 적응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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