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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Feb 08. 2023

미국 생활 시작

시차 때문인지 잠자리가 바뀌어서인지 늦잠외손녀 소리에 기상 성별 탓인지 주름진 얼굴 탓인지 할애비를 무서워한다. 약간 서운사위는 출근하고 없다여섯 시 전에 출근대신 퇴근이 세시다미국은 우리나라와 다르다. 출근 시간도 다르고 퇴근 시간도 다르다. 소위 말하는 칼퇴근. 출퇴근 시 걸리는 시간도 한 시간이 넘는다. 그것도 자가운전으로. 퇴근하고 한 잔! 이건 불가능. 네시 좀 넘으면 집에 딱 들어온단다경험해 보니 집안 일도 많이 도와준다모든 것이 가정 위주로 돌아간다는 느낌. 벌써 미국식. 


미국은 동서부의 시차가 세 시간이다 보니 서부에서는 여섯 시부터 일 시작미국의 경제 수도인 뉴욕과 맞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출퇴근 시간을 고를 수가 있단다당연히 러시아워도 피할 수 있는 것 같다집 안 청소를 하려니 딸애가 기겁을 한다엄마 왈 “친정어머니는 딸이 할 일이라 자기가 한단다시어머니와는 조금 다르다는 얘기.” 이건 나 보고 청소하란 얘기. 정년을 하고 보니 갑자기 세상 쓸모없는 사람이 된 기분게다가 퇴직 직전 큰 수술우울증 초기란 느낌그래서 중국어기타헬스 등 부지런해지려 노력그런데 이 나이에 자식에게 무엇인가 해줄 수 있다는 것이건 행복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 할 일이 있다.


아내는 작년에 딸 산후조리를 위해 여기서 석 달을 함께 했다. 지금도 손녀 돌보기. 나는? 아내 돌보미로 딸이 초청한 것이다. 미안해서라도 무엇인가 해야 한다. 집안일 좀 거드는 척하다. 바로 외출. 주소와 큰 도로명을 수첩에 적고 어제의 실수를 거울삼아 열쇠는 단단히 챙겼다.


오늘의 가장 큰일. 내가 석 달 동안 살 이 동네의 거리 익히기. 미국 참 불편하다. 우리나라는 아파트마다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이곳은 수영장과 헬스장은 있으나 어린이 놀이터가 없다. 손녀와 함께 할 장소 수색!

그리고 곳곳에 붙어 있는 게시물에 적힌 단어들을 적어와서 사전에서 찾는다. 잘 못 하면 벌금 물 수 있다. 미국은 다민족 국가이다 보니 분쟁도 많고 법 집행도 엄격하단다. 공공장소에서 청소를 하면 젖었다는 표식을 세운다. 만일 그게 없으면 물기 때문에 넘어졌다며 소송 걸 수도 있단다. 사전을 찾으니 거의 비슷한 말들이 표현만 다른 것들이 많다. 주로 주의, 경고, 주목등과 침범하지 마시오, 개인재산입니다. 주차금지. 24시간 비디오 작동. 이런 말들이다. 무언가 감시당하고 있고, 냉정한 사회란 느낌. 저녁에 손녀와 함께 할 장소를 의논해 봐야겠다. 이렇게 미국생활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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