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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Feb 21. 2023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산후조리

외손녀 얼굴이 눈에 아른거릴 때쯤. 10개월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딸의 둘째 출산 소식이 왔다. 나는 어쩌나? 첫 째 산후조리는 아내 혼자 미국행. 딸의 연락. 아빠도 같이 오세요. 아내도 함께 가잔다. 특히 이번에는 미국 동부 여행도 해 보잔다.  어릴 때 사주 잘 본다는 이웃집 할머니의 말씀. "역마살이 있다." 나다니고 놀기 좋아하는 나야 라떼의 표현으로 "불감청이나 고소원이다."


신나는 마음으로 짐을 꾸렸다. 짐이 이렇게 많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첫 째 때 짐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이번에는 사돈댁에서 산후 조리 시켜서 미안하다며 산모 몸에 좋은 것을 다 보내려 한다. 첫 째 때는 아내 혼자 짐을 싸다시피 했다. 제주도 미역에 참기름에 된장 고추장까지 거기다 아내까지 짐을 부풀린다.  미국 슈퍼에 다 있다고 아무리 말려도 신토불이란다.  어쩌나 나야 거드는 정도밖에 못 하는 짐 꾸리긴대. 결국 이민 가는 수준의 짐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열 달만에 보는 손녀. 외관상 크게 변한 것은 없다. 신도 옷도 같은 것들이다. 아무리 애들은 하루가 다르다지만 갑자기 자라는 것은 아닌 듯. 그런데 희한하다. 성장 과정인지 동생을 보는 누나의 본능인지 안기거나 유모차를 타지 않고 걸으려 한다. 엄마 찾는 건 여전하지만 할애비 뒤도 잘 따라다닌다.  딸의 걱정이 조금은 줄어들 것 같은  느낌.  병원을 한인촌에 예약해 놓았단다. 말 잘 통하는 한인 의사가 좋다는 말.  

"우리 함께 병원 가는데 손녀가 잠도 안 자고 애 먹이면 어쩌나?" 

세상에 별 걱정을 다 한다.  "거꾸로 매달려서도 그 정도는 견딘다."


그런데 덥다.  LA의 여름 날씨 진짜 덥다.  뉴스만 보면 거의 살인적이다.  109.4도. 미국은 화씨를 사용한다.  섭씨로 계산하니 43도다.  40도가 넘는 기온은 평생 처음이다. 그걸 화씨로 표현하니 물이 끓는 온도다. 

그 더위에  지붕 위에서 일하는 사람도 보인다.  여기는 사막 기후다. 아침에는 에어컨을 꺼야 할 정도다. 그리고 찜통더위 이런 게 아니다.  43도의 온도에 겁도 없이 도로를 건넜다. 숨이 콱! 건식 사우나에 들어온 느낌.  나무 그늘로. 그 속은 견딜만한 더위. 뉴스만 살인적 더위다. 사막 기후의 특색. 


아내가 주인공이고 나야 특별 출연 정도의 역할이지만 그래도 손녀와 함께 할 계획을 세워 본다.  더위에 멀리는 갈 수 없으니 도서관,  학교, 성당.  인터넷 참 편리하다.


사위가 산모도 운동을 해야 하니 가까운 파라마운트 랜치나 다녀 오잔다. 미국 생활기가 아닌 며행기가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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