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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Jun 09. 2023

외손주들에게 배우는 원어민 영어

미국에서 삼 개월 살아가기 (1)

사람이 배움을 갖는 것은 꼭 필요에 의해서 만은 아니다. 아니 필요에 의한 배움이 스트레스라면 마음에서 우러나는 배움은 즐거움이다. 70 평생을 살아오면서 영어가 이 즐거움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정말 소박한 소망 하나. 영어 못 하는 할애비와 한국말 서툰 외손주들이 어려움 없이 소통하는 것. 이번 석 달 미국 생활의 목표 하나. 우리말 곧잘 하는 손주들에게 영어 배우기. 다른 말로 영어에 대한 두려움 없애기. 문법 무시, 발음 무시 생각나는 대로 영어로 말하기.


LA공항에서 있었던 삽화 하나.

"와우 리무!"

"리무가 뭐야?"

"저기 긴 차."

"리무진?"

"예스."

손주들은 우리말로 물으면 우리말로 답하고 영어로 물으면 영어로 답한다. 리무진이 영어? 미국 어린이들은 내 영어 발음을 못 알아듣지만 손주들은 엄마의 영향으로 내 발음을 이해한다.


집에 도착하니 지난번 왔을 때는 없던 인디언 텐트가 있다. 영어 연습의  기회!

"웟 즈 댓?"

"텐!"

"텐트?"

"예스."

나는 70대 중반. 귀가 연식값을 한다. 마지막 철자 발음을 약하게 하는 모양이다.

"리무, 텐! 진과 트는 들릴 듯 말 듯"


손녀와의 산책길. 지루했던지 손녀가 제안을 한다.

'할아버지 나와 웨이스 하자."

"웨이스가 뭐야? 스펠링?"

"올, 에이, 시, 이!"

영어에 올이란 철자는 없다."

일흔이면 머리도 굳는다. 이걸 이해 못 하다니!

"어떻게 하는 건대?"

"저기까지 먼저 가기."

손녀에게 달리기 지고서야 깨달았다.

"레이스, 알, 에이, 시, 이."

R과 L의 차이점.

우리말로는 다  "ㄹ" 발음이지만 알은 원순모음이 포함되어 있다,

"우뤠이스. 우알." 이게 내 귀에는 웨이스, 올로 들린 거다.


손주들의 등굣길. 유월의 엘 에이 날씨답지 않게 많이 싸늘하다. 이상 기후는 생각 않고 여름옷만 준비했다. 딸의 후드로 무장하고 밖으로. 손주들은 여름옷만 입었다.

"안 추워?"

"안 추워."

아내의 말.

"몸에 열이 많은 모양이다." 영어 사용 가!

"유아 바디 이즈 웜!"

손녀의 입꼬리가 샐쭉해진다.

"와이?"

딸이 대신 대답해 준다.

"아빠 발음은 우리말로 네 친구는 기생충이다. 이런 말이다."

바로 깨갱!

"소리! 소리! 네 몸이 따뜻하다. 이 말했다."


가방 꾸리던 손자도 한 마디.

"할아버지 쵸."

"초? 캔들?"

"아니!" 바닥에 그림 그리는 시늉의 바디 랭귀지.

"쵸크?"  "예스."

보청기를 준비해? 사실은 텔레비전 크게 듣는다고 아내에게 잔소리 꽤나 들었다.


부분 틀니까지 착용하는 노인네는 입맛만 다셔도 이를 닦는다. 낌새가 이상했는지 손녀 왈!

"할아버지 '이' 해봐."

"이!"

"페이크!"

"아니 뤼얼!"

저녁! 손자도 누나 따라 할애비 놀리기에 동참한다.

"페익 틷! 페익 틷!"

나도 대응!

"뤼얼 티트! 뤼얼 터트!"

"페익 틷! 페익 틷!"

"뤼얼 티트! 뤼얼 티트!

저녁 한 때의 즐거운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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