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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Dec 07. 2023

빨래통 뒤지는 남자

리플리 증후군

복지관 체력단련실 공사로 인해 한 달간 운동 장소가 피트니스란 영어 이름으로 불리는 규모가 몇 배나 되는 기업 수준의 체육관으로 바뀌었다.  운동 기구들이 많다 보니 운동 시간도 길어지고 운동 루틴도 많이 달라졌다. 어제는 처음 보는 장비를 사용해서 허리 운동. 무리였는지 오늘은 늦잠. 나이도 있으니 운동량을 조금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체육관으로. 


스트레칭을 하니 몸이 풀리는 기분이다. 운동 강도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젊어서는 느끼지 못했던 운동 후의 나른한 쾌감을 은퇴하고서야 즐긴다는 생각. 나이가 연세다 생각하며 강도를 조절한다. 자전거 타기를 하다 보니 약간의 현기증. 앗 뜨거라!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서둘러 정리 운동.


샤워장으로 가는 중 드는 생각. 중요한 정리 운동 하나를 빼먹었다. 나만의 정리 운동. 유산소 운동을 겸한 스트레칭. 옷을 다시 입고 체육관으로. 정리 운동 시에는 장갑을 벗는다. 


아차! 집에 와서 가방 정리를 하니 아무리 찾아도 장갑이 없다. 몸은 천근만근. 걸을 힘도 없다. 장갑 포기. 버린 셈 치자. 이불속에서 잠시 휴식. 피로가 회복되니 장갑이 아깝다. 

미국에서 딸이 "아빠는 운동할 때가 가장 멋있다!" 란 말과 함께 선물한 나이키 장갑이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딸의 마음이다. 장갑 찾아 피트니스란 이름의 체육관으로.


처음 든 생각은 체육관의 운동복을 수건과 함께 넣는 빨래통이었다. 장갑을 벗어 체육관에서 대여하는 체육복 바지의 포겟에 넣었다는 생각. 모든 관원들이 같은 모양의 운동복을 같은 모양의 수건과 함께 넣는 빨래통. 내가 입었던 운동복을 찾기가 어렵다. 더구나 사람들이 있으면 빨래통 뒤지기도 좀 그렇다. 


걸으며 오늘의 운동 루틴을 되짚어 본다. 장갑을 둘만한 장소. 빨래통, 옷 넣어 두는 사물함, 정리 운동한 곳, 집에서 준비해 간 음료수 두는 곳. 그중 가장 힘든 것이 빨래통 뒤지기다.


분명 처음 생각은 빨래통이었는데 체육관이 가까워질수록 순서가 바뀐다. 모든 장소가 장갑이 있을 거란 확신이 든다. 


결국은 맨 마지막에 빨래통을 뒤져 장갑을 찾았다. 점심시간이라 샤워하는 관원이 없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리플리 증후군이 생각나는 보물 찾기. 요즘 정치판에는 리플리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이 꽤 된다는 씁슬한 생각을 하며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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