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법
딸이 책을 빌려 왔다. 손주들 보는 만화책들이다.
40도를 웃도는 LA 날씨에 외출이 불가능한 손주들을 위해 도서관에 들린 것이다.
도서관! 나는 도서관에 관심이 많다. 나? 교사 출신. 도서 담당도 경험이 있다.
어디를 가던 도서관은 한 번씩 들린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LA 하인촌의 도서관에서 할머니가 손주 옆에서
읽어주시던 우리나라 동화 "바리데기 이야기"
뿌리 찾기!
두 돌 갓지난 손녀와 가장 많이 간 곳도 도서관이었다.
현대의 도서관은 책을 읽는 곳을 넘어 복합 문화 공간이다.
특히 미국의 도서관은 자원 봉사자들이 많다.
글씨 모르는 외손녀와 함께 찾은 도서관도 어린이 교육하는 자원 봉사자
선생님이 계셨다. 아직 사회성 논하기 어려운 어린이들도 노래와 춤등을 함께
하며 곧잘 선생님을 따른다.
어린애들은 집중하는 시간이 짧다지만 그 여선생님은 전문가.
곧잘 어린이들과 놀아 주신다. 선생님께 집중하는 시간은 내 시간.
그때 그곳 미국 도서관을 돌아본다.
아무리 찾아도 한글 책은 없다. 내가 읽을 책은 없다는 사실.
도서관의 규모나 서비스는 우리나라 도서관이 한 수 위란 생각.
그래도 자원 봉사 하는 분들은 우리나라보다 많다. 언제나 도서관 한 두 곳에는
발달 장애우들이 자원 봉사자분들의 일대일 도움을 받고 있다.
미국은 손녀와 갈 곳이 없다. 둘째 산후 조리하는 딸을 두고 유모차를 태워
나오면 남자인 내가 손녀와 시간 보낼 마땅한 장소가 없다.
모두가 개인 땅이라 출입 금지고 개인 소유가 아닌 곳은 어김없이 노숙자들이 있다.
가장 만만한 곳이 도서관이다. 선생님과의 놀이가 끝나면 옆에 장난감이 놓여 있는
공간이 있다. 거기서 놀다 보면 손녀의 눈이 감긴다. 집으로. 한 나절은 금방이다.
당연히 내 발길은 도서관으로. 머리 허옇고 조그만 동양인이 검은 머리의 손녀와
자주 오니 선생님도 관심이 있으시다. 영어 배울 수 있는 곳을 소개해 주신다.
집에 와서 딸에게 전화번호를 주니 선생님이 말씀하신 10분은 차로 가는 시간이고
걸어서는 한 시간 거리란다. 나는 영어와는 인연이 없는 모양.
그래도 고마우신 선생님이었다.
아는 길도 아는 사람도 없는 낯선 경기도로 이사를 와서 가장 먼저 찾은 곳도 도서관이었다.
책도 읽고 대출도 하고 전자 열람실에서 정보를 찾아서 바로 그 자리에서 프린트 등.
지하의 식당은 돈가스가 싼 가격에도 얼마나 맛있던지.
지금은 노인복지관 체력단련실로 출근을 하니 도서관 출입이 뜸해졌지만 그래도 도서관은
복합 문화 공간이다.
현대의 도서관은 문화의 보고다. 특히 은퇴하신 2 모작 인생의 분들은 도서관과 가까이해두면
삶이 훨씬 윤택해지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