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가 된 호의
2025년 5월 31일 토요일.
오월의 마지막 날이자 휴무일.
운동복이 든 가방을 메고 체육관 가는 길.
거리가 한산하다. 학생들도 보이지 않는다.
당연한 일을 매일이 휴무일인 은퇴자만 모르는 듯.
출석을 체크하고 체력단련실로 입장.
매일 보던 여자 강사님의 인사가 없다.
이사 분기에 새로 부임한 mz세대 강사다.
전임 헬스 코치는 50대의 아저씨.
신임 여 강사는 mz세대.
명칭부터 코치에서 강사로 바뀌었다.
아니 이름만 바뀐 게 아니라 많은 것이 변했다.
지금은 춘분 지난 지 한참 된 5월 말.
코치가 있을 땐 8시에 문을 열었다.
어르신들은 잠이 없다. 토요일도 코치 출근.
mg강사님은 체육관 안에 있어도 8시 반에 입장시킨다.
당연히 토요일은 강사 없이 노인네들끼리 운동.
여기는 노인 복지관 체력단련실. 우리는 그냥 헬스장이라 부른다.
8시 입장과 토요일 출근은 50대 코치가 노인들에게 호의를 베풀어 준 거다.
mz세대의 강사님은 칼같이 자기 권리 주장.
우리는 코치의 호의도 모르고 불평만 한 거다.
구관이 명관? 아니 그래도 젊음이 불평을 해소해 준다.
젊음은 좋은 것이여.
체육관 가방을 챙기고 모닝커피 전에 청소기를 돌린다.
언제부터인가 거실 청소는 내 차지가 되었다.
아내는 은퇴한 나를 완전 뒷방 늙은이 취급을 한다.
우리 집 생활은 젊은 시절의 노력인 내 연금으로 한다.
그런데 일이 없단 이유 하나만으로 남편 대접 못 받는 느낌.
"빨래 좀 개줘!"
아내 돕는다는 생각으로 빨래를 개켰다.
"와 나보다 10배는 잘한다."
당연하다. 이런 일은 남자들이 여자보다 잘한다.
이름 하여 관물정돈! 크기나 모양이 같아야 한다고 배웠다.
다음부터는 빨래만 던져두고 방으로.
요즘 TV에는 남자가 요리하는 프로가 많다.
특히 어남 선생이란 배우는 집에 있는 재료만으로 요리를
뚝딱 잘도 한다.
아내를 불렀다. 저렇게 좀 해 달란 소리.
그 프로를 아는 듯
"응 열심히 배워서 나도 좀 해줘."
그 프로 다시는 같이 안 본다.
호의가 의무가 된 케이스다.
전쟁을 각오하고 나도 내 권리 주장을 해봐.
아니 그래도 평화가 좋다.
여름은 빨래가 많아진다.
나도 빨래. 청소 등 집안일 각오를 새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