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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민폐 사이 그어드메쯤

노인복지관 체력단련실에서

by 김윤철

"세월은 피부에 주름을 만들고 열정의 포기는 영혼에 주름을 만든다."

강사님의 뛰어난 필체로 써진 멋진 문구 위로 듣기 좋은 노래가 흐른다.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여기는 노인종합복지관 체력단련실이다. 일흔 정도의 나이는 젊은이 취급을 받는 곳.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몸 어디 한 곳 정도는 수술 자국을 가지고 계신다.

세월의 훈장! 나 역시 등 뒤에 점점 희미해져 가는 칼자국 하나.

노래 역시 7080의 흥겨운 노래란 타이틀을 단 음악이다.

갑자기 멋진 가수의 노래 위로 소음이 더해진다.

여든다섯 넘어가면 아픈 곳 많아진다고 말씀하시는 약간 꼰대스런 노인네.

이때는 어르신이 못 되신다.

나의 즐거움이 민폐가 될 수도 있다는 예.



며칠 전, 갑자기 회 생각이 나서. 한 접시 포장해 왔다.

혼자 먹기 미안해 아내에게도 권유.

소주 몇 잔에 취해 잠든 사이 아내는 난리가 난 모양이다.

병원까지 다녀온 아내의 원망 섞인 푸념.

"완전 미련곰탱이다. 새벽에 화장실을 몇 번이나 들락거렸는데도 모르더라.

회는 혼자 다 무 놓고"

나의 즐거움이 아내에게는 고통.



은퇴한 지도 벌써 십 년을 훌쩍 넘겼다.

넘쳐나는 시간을 죽이는 방법으로 취미를 만들었다.

유튜브와 글쓰기. 글쓰기는 현직에 있을 때도 가볍게 블로그에 여행기 정도는 기록했던 기억.

그러다 브런치스토리를 만났다. 그냥 취미 정도로 하는 가벼운 글쓰기.

유튜브는 트렌드라나 뭐라나 요즘은 운동 숏폼을 주로 만든다.

멋쟁이 강사님에게 부탁해 만드는 동영상. 할배가 만들어도 숏폼은 보는 사람들이 꽤 된다.

보는 사람이라 말하기도 어려운 천명 조금 넘는 수준.

멋지다는 댓글도 가뭄에 콩 나는 것보다 적게라도 달린다. 작은 재미 솔솔.


그러다 유도 관련 숏폼을 하나 만들었다. 체육관에 어르신들 몸 푸는 용도로 유도용 밴드가 있다.

동영상 찍으면서도 밴드의 강도가 세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전문가의 악플이 딱.

노인도 악플은 예외가 아닌 듯.

"민폐." "산에 가서 하지." "할배들 뿐인데 어떻노."

악플 둘에 옹호해 주는 글 하나. 몇 개 만든 숏폼 중 가장 많이 달린 댓글이다.

나의 즐거움이 민폐가 된 예시.


정신이 번쩍 든다. 브런치는 악플을 지워주는 기능이 있는가.

신문 기사의 댓글을 보면 "기레기야 네 생각은 일기장에나 적어라."

란 표현이 자주 보인다.

취미로 쓰는 내 생각이 일기장에 기록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브런치의 젊은 작가들 보면 늘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브런치를 접어?

아니 아직 그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일흔도 꺾여가는 세월을 살았다.

이제 내 하고 싶은 일 해도 욕먹지 않을 연세?

영혼에 주름을 남기지 않기 위해 조금 더 많이 생각하고 적어도 몇 번의 고침 정도의

열정을 더하면 가수의 노래에 소음을 더 하는 미련함은 면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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