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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익어야만 좋은 사람인가?

나이와 좋은 사람

by 김윤철

유월의 마지막 금요일.

2025년도 반환점을 돌고 있다.

반환점이 없는 인생길. 앞 길을 예측할 수 없는 직진만이 있는 우리의 삶.


오늘도 체력단련실에서 몸을 푸는 스트레칭.

고개를 돌리니 멋쟁이 강사님의 명필이 보인다.

"사람은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좋은 포도주처럼 익어가는 것이다."

아무리 멋쟁이 강사님이라도 이렇게 좋은 말을! 요즘말로 펌글이겠지.

괜히 커디션이 좋다. 오늘은 강사님께 부탁하여 운동 동영상 촬영.


집에 와서 폰을 여니 카톡이 와 있다.

나는 운동 시에는 폰을 보지 않는다.

멀리 떨어져 있으나 소식 주고받는 소위 알 친구다.

안부 글 하나 보내면 몇 개씩 답장하는 곰쌀 맞은 친구.

오늘도 역시 몇 개의 공자님 말씀.

그중 펌글 하나.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라며 보낸 도덕책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

베풀면 좋은 일이 생긴다나 뭐라나 대충 그런 얘기.

내 생각. "있어야 베풀지."

나는 좋은 포도주는 될 수 없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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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공선사가 될 수 있는 교통카드 발급받을 때 농협 아가씨의 말씀!

"조금도 달리 생각 마십시오. 어르신들의 노력으로 지금 우리나라가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 아가씨의 말에 영혼이 담겼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70 이상은 투표권 박탈하란 말까지 나오는 요즘이다.


서글픈 지금의 70대. 도시화네 산업화네 하며 일만 하던 세대다.

야근 후 "집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돌던 세대.

일만 하며 살다 IMF사태란 날벼락을 맞았던 세대!

그 어려움에서는 잠시 비껴갈 수 있었던 나.

산업화 시대의 풍요로움에서 소외받고 있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새옹지마라 했던가 실직 걱정은 없었던

공직 생활.


일하고 임금 받는 일이 그렇게 즐거운 일이었나.

명예퇴직이 어떻고 하다 다음은 그냥 각자도생.

몇 십 년을 한 직장 다니다 연고자도 없는 곳으로 발령나 고민하던 절친의 절망을 잊을 수 없다.

결국은 자식 학교 걱정에 퇴직.

회사에서도 정부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혼자만의 삶. 당시 정부에서는 금 모으기를 장려하던 때다.

등치 큰 금은 나오지도 않았다는 말도 있었다. 코 묻은 할머니들의 금가락지와 손주들의 돌반지만...


그건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다.

조금이라도 큰돈 쓰려면 아직도 손이 떨린다.

베푼다는 일은 생각하기 힘든 소시민!


남들 보다는 그래도 조금은 걱정이 적다는 연금 생활자.

다시 생각하면 나를 침범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아주 중증이 아닌가 생각.


나는 정말 좋은 포도주는 될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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