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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50번 째 주

하와이

by 김윤철

LA 사는 외손주들과 호놀룰루 공항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보니 약간은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미국을 몇 번이나 다녀오고 석 달씩의 미국 생활도 여러 번 했지만 미국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도 적다.


하와이! 4.19 혁명을 경험한 우리 세대에게 하와이는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의 망명지, TV에서 본 "친구"란 영화 중 장동건의 대사. "니가 가라 하와이." 외에는 아는 게 전혀 없다.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 시대. 노인네 소리 듣기 싫어 부지런히 배워둔 나름의 긍지가 있다.


인터넷을 뒤져 호놀룰루는 하와이의 주도이며 오아후 섬은 하와이 제도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나 하와이 주민의 70% 정도가 살기 때문에 인구 밀도가 높고 진주만이 있다. 정도의 정보만 입력하고 하와이로! 너무 상세히 아는 것도 호기심만 누그러뜨린다며 한껏 여행의 설렘에 빠져 본다.


잊으면 안 되는 인천 공항에서 하와이까지 여덟 시간 넘게 걸리는 비행시간과 열 아홉 시간의 시차. 등을 메모지에 기록 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딸네 집인 LA 에서는 여섯 시간의 비행 시간. 본토와 하와이는 두 시간의 시차가 있지만 한 시간의 일광 절약 시간이 있어 지금은 세 시간의 시차가 있다는 것도 암기.


기내에는 내가 좋아했던 영화들이 준비되어 있다. 한 때는 할리우드 키드였던 나! 지루한 비행기 내의 시간을 클래식 영화로 달래본다. 두 편의 영화를 다시 보니 추억이 새롭다기보다는 촌스럽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역시 추억은 추억으로 두는 것이 나을 듯. 기내식 후 최신 할리우드 영화 한 편으로 무료함을 때우니 호놀룰루공항 도착!


30분을 조금 넘게 기다려 미국 본토에서 오는 손주들과 상봉. 반가워할 새도 없다. 역시나 여행은 바쁘다. 딸 내외는 예약한 렌터카 가지러 가고 손주와 우리 내외는 다시 기다림.


"와우! 리무!" "리무가 뭐야?" "저기 긴 차." "리무진?" "예스!" 귀가 나잇값하는 나는 영어는 못 배우겠다.

무료해하는 초등생인 손녀의 영어 발음이 정확히 들리지 않는다. 활동적인 손녀 손 잡고 시내 구경.


오아후 섬, 하와이! 여기는 미국땅인가? 일본땅인가? 눈에 띄는 차의 많은 부분이 일본산이다. 미국 본토에서도 가장 많이 보이는 차가 혼다와 도요타 등 일본차들이다. 그런데 이곳은 더 하다. 상점의 안내문도 영어와 일본어가 병기되어 있다. 펄 하버! 진주만이 이사를 갔나? 아니면 미국인들은 역사 따위는 관심도 없는 것인가? 현대는? 기아는? 착잡한 마음이 들기도 전에 딸이 손짓한다. 넓어봤자 하와이는 섬이다.


렌터 카 안에서 딸이 오늘의 일정 브리핑! 먼저 선셋 비치로 잠은 마카하 비치 쪽의 에어비 엔비 숙소에서. 선셋 비치는 일몰이 유명한 곳이지만 숙소가 반대편에 있으니 아쉽지만 이해하란다.


미국 본토란 말을 쓰니 딸이 깜짝 놀란다. 하와이가 배경인 미드에서 많이 들어본 표현인 "본토"

미 대륙에서 많이 떨어져 있다는 의미다. 미국 정말 크다. 부럽다. 그리고 두 시간의 시차. 미국 동부인 뉴욕과는 무려 다섯 시간의 시차다. 참고로 우리나라와 일본과는 시차가 없고 홍콩과는 한 시간이다.


부러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차창 밖의 하와이 하늘은 무척이나 푸르다. 미세 먼지 걱정해야하는 폐 수술 두 번한 나는 그 하늘마저도 부럽다. 나 어렸을 때는 우리나라도 무척이나 맑은 하늘이었는데! 선셋의 바다와 하늘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_e_35ga63_a_hf0Ud018svc1ewq6j9qckq02_fs7iz.jpg 와이키키 트롤리 2층 버스에도 일본어가 병기 되어 있다. 뜻은 물론 모른다.


공항을 벗어나 시내를 지나는데 뜬금 없이 일본의 국기라는 스모 조각상이 보이고 그 앞을 토요타 차가 지나간다. 상가 건물 앞이다. 미국은 상가와 주택가가 엄격히 구분 되어 있다. 땅 값 비싼 도심 한 복판이란 뜻이다. 간판마다 보이는 일본어. 이건 기분이 묘한 정도가 아니다. 열이 확!

에라이 속도 없는 미국놈들아 진주만 기습이 백년도 지나지 않았다. 일본은 전범국이다. 성질이 확!

다음에 올 땐 우리나라의 현, 기 차가 하와이를 달리는 상상을 해 본다.

다음에... 나 일흔 훌쩍 넘긴 할배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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