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저스 펠리스 호텔의 카지노
라스베이거스 외곽은 그냥 평범하다. 관광지에서 근무하는 분들의 집들이다. 14층 호텔 방에서 본 라스베이거스 거리는 별 다른 특징이 없다. 그러나 차가 호텔 앞에 서는 순간부터 눈이 돌아간다. 그곳은 생활 터전이 아닌 관광지다. 오늘은 호텔 카지노에서 오락을 즐긴단다. 나는 도박에는 트라우마가 있다. 우리 위의 세대는 말도 안 될 정도로 가부장제를 지키는 세대였다. 아버지의 도박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따라서 우리 어머니는 물론 가족 전체가 고생 꽤나 했다. 그래서 나는 화투도 질색인 사람이다. 그냥 거리 구경이나 하고 싶은데 하는 생각을 하며 호텔 로비로.
로비에 트럼프 스토아란 상점이 보인다. 어제의 놀라움이 되살아 난다. LA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의 장거리 이동. 그런데 차에서 내리는 순간 그동안의 피로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제복 입은 백인이 차를 주차해 준다. 그런 대접받아본 경험이 없는 우리는 약간은 어색한 기분이 되는 순간, 반대쪽에 리무진이 서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분이 내린다. 드라마 촬영인가? 그런데 배우치고는 좀 겸손하게 생겼다? 아니었다. 평범한 신부일 뿐이었다. 여기는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는 곳이다. 아니 여기에서는 누구나 스타다. 단 그들의 욕심을 채워줄 때. 문 앞에 서니 제복을 입은 백인이 문을 열어 준다. 어깨 힘주고 안으로.
방을 정하고 혼자 호텔을 나서니 밤이다. 말만 듣던 라스베이거스의 밤. 거리에 나서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자유다. 손에 술, 담배, 먹거리... 애정 결핍증 같다는 생각. 아마 이곳에서만 허용되는 자유가 아닌가 생각. 사실 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은 노숙자 외에는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이어트에 대해서는 말도 하지 마라. 동양인들은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엉덩이를 가진 여자들도 거의 스타킹 같은 레깅스를 입고 나왔다. 남자도 마찬가지. 임산부보다 더 높은 배를 가진 남자들도 모두 먹고 마신다. 동양인은 아무리 뚱뚱하다 해도 저런 체격을 가질 수가 없다. 동서양은 사람의 체질이 다른 모양이다. 모든 것이 자유다. 먹고 마시고 떠들고 춤추고.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나도 여기서는 스타였다. 리무진 안에서 샴페인도 터뜨려봤다. 딸의 소리. "아빠 가자!"에 제 정신.
트럼프 호텔에는 카지노가 없다. 대통령 되기 전 트럼프가 이곳 라스베이거스에 호텔 계획을 세울 때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했단다. 라스베이거스에 카지노 없는 호텔이라니? 기존의 호텔보다 더 화려한 호텔을 세워야 한다는 논리를 내 세웠단다. 트럼프의 행동력. 금연 구역까지 만들었다. 결과는 대성공! 가족 관광객들에게 대 인기를 끌었단 말. 애기 딸린 가족들은 금연 구역에 흡족해했다. 카지노야 다른 호텔로 가면 된다.
트럼프는 정치인보다는 사업가가 제 격이란 내 생각. 정치는 이익을 따르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먼저 시저스 펠리스 호텔. 로마를 본뜬 양식의 호텔이다. 모든 곳이 다 그렇지만 명품 가게가 없는 것이 없다. 평생 명품이라고는 가져보지 못 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 하나 사 주고 싶은 마음만 전하기로. 이곳은 인공 하늘이 특징이다. 천정을 하늘로 장식했는데 기가 막히다. 밖에 나와서 진짜 하늘을 인공하늘이란 딸의 장난에 속았다가 세상에서 가장 순진한 사람이 되었다.
역시 장사 속이다. 대낮인데도 게임장이 만원이다. 역시 공짜는 없다. 모두가 게임에 정신이 없다. 나는 게임 근처에도 가지 않는 사람인데 딸아이가 자꾸만 오락으로 한 번 해보란다. 어쩔 수 없이 나는 하지 않고 사위가 가는 데로 따라가기만 했다. 얼마간 땄다. 오늘 몇 번이나 그 참! 별일도 다 있다. 지나가는 흑인 웨이터에게 “비어 투” 문법, 발음 다 무시 단어만. 조금 있으니 오렌지로 입구를 막은 맥주 두병을 가지고 왔다. 미국에서 갑질하기 정말 쉽다. 맥주 들고 돌아다녀보니 이건 정말 오락 수준이다. 푼돈으로 놀고 있다. 우리로 말하면 점 백짜리 고스톱 정도? 여기서는 잃어주고 큰판에서 긁어모으는 것은 아닌지? 역시 내 개인 생각. 돈 주고 산 맥주와 맛이 너무 차이가 난다. 같은 맥준데...
돈 뿌리기 딱 좋은 곳. 곳곳에 중국풍. 차이나 모니의 위력! 그런데 중국인들은 너무 시끄럽다. 선입견이 아니다. 간간이 들리는 한국 사람들의 목소리는 너무 조용하다란 생각까지 들게 한다. 흑, 백, 황인종이 함께 하는 곳. 아니 함께 돈 뿌리는 곳. 그곳이 라스베이거스다.
스트립 대로의 야경 사진들. 위 왼쪽 사진은 시저스팰리스 호텔 정면. 젊은이들 셀카 좋아하는 것은 같은 모습이다. 오른 쪽은 호텔 분수대 앞. 아래 사진 왼쪽은 플래닛 할리우드. 오른 쪽은 대로와 호텔 진입로 부근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