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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의 마지막 밤

아쉬움과 희망 사이

by 김윤철

처음 겪어 보는 라스베이거스의 넘치는 자유 탓인지 약간의 늦잠 후 헬스장으로. 헬스장 바로 뒤가 수영장. 웬 어린이 둘이 수영을 하고 있다. 물안경이 크게 느껴지는 조그만 얼굴. 반전. 수영장 밖으로 나오니 글래머 처녀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부러워할 몸매다. 저 때는 서양 여자들이 멋있다. 그러나 나이가 조금만 들면... 서양인들은 빨리 늙는다. 특히 서양 여자들은 피부며 특히 몸매가 갑자기 변한다. 개인 생각. 국뽕?


요즘 젊은이들은 정말 대단하다. 아니 우리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이겠지. 디지털 시대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제 돈 다 내는 법이 없다. MGM 그랜드 호텔 식당이 원래 가성비가 좋은데 오늘은 할인 행사까지 한단다. 당연히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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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카지노가 있다. 게임은 하지 않고 한 바퀴 돌아 식당으로. 우리말로 아점, 영어로 브런치.

먼저 눈에 들어오는 울프강 퍽 바 앤 그릴. 술 좋아하는 애비 생각해 딸이 칵테일을 권한다.

아무리 촌놈이라도 울프강의 이름 정도는 안다. "이런 데서 술 먹으면 입이 경기한다!"

그렇게 비싼 식당은 아니라는데 극구 사양하며 아시안 뷔페로. 여행 가면 로컬 음식 찾는 편이지만 회와 초밥은 못 참는다. 회가 따로 나오지는 않지만 오늘은 행사 중이라 회도 나온다. 로칼 보다 회지.


아시안 뷔페에는 스시와 김치, 싱가포르누들, 차이나 브로콜리들이 있는데 나라 이름이 들어있는 것은 중국 브로콜리와 싱가포르 누들밖에 없다. 코리아 김치라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역시 뷔페. 회를 신나게 담는데 웬 백인이 묻는다. “홧 즈 딧?” “INARI”라 적혀 있는 유부초밥이다.

짧은 영어로 설명할 방법이 없다. 사실 유부초밥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다. 우리말로도 설명이 힘들다.

“아이 돈 노.” 동양인이라 물었는데 약간은 미안하다. 그 참...


샴페인 한 잔씩은 서비스. 사위가 맥주 두 병을 시켰다. 술 좋아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극구 사양하니 한국 맥주와 맛이 다르단다. 마셔보니 역시 우리나라 맥주보다 맛있다. 다시 한번 그 참! 지금은 글로벌 시대. 우리나라 맥주 회사도 정신 차려야 할 것 같다. 약간은 얼큰한 기분으로 오락실로. 카지노 구경 후 호텔에서 휴식.

역시 라스베이거스의 진가는 밤에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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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구경을 위해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약간 어색한 개소리가 들린다. 찾아보니 웬 흑인이 개 인형을 들고 있다, 사람들이 팁을 주면 개소리를 낸다. 이것도 거리의 예술이라 해야 하나? 별 공연이 다 있다. 개소리가 자주 들리는 것으로 봐서는 수입이... 그런데 대부분이 1달러다.


공연장에 들어가니 안내를 해주는 백인 여성이 “아리가도 노 포토!” 열이 확! 외국 나가면 다 애국자 된다. “암 코리언” “쏘리!” 우리말 답이 없다. 사진을 확 찍어 버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사실은 사진 찍을 만한 것도 없다. 나는 북한과 중국의 서커스를 본 사람이다! 고난도의 기예를 경험했다는 말. 역시 단체 행사는 사회주의를 따라갈 수가 없다. 그들에 비해 난이도는 없었지만 대신 웃음이 있었다. 서커스라기 보단 코미디에 가깝다. 그러나 볼만 하긴 했다.


나는 낮에는 호텔에서 쉬고 주로 야경을 즐겼다.


걷기 좋아하는 나. 미국 생활하며 생긴 길 찾는 노하우 하나.

집 근처의 유명 건물 하나 똑똑히 기억. 조심 조심 다니다 그래도 길을 잃으면 미국 어르신들에게 길을 묻는다. 은퇴 후의 노인들은 외로운 탓인지 친절히 길을 안내해 준다. 보디 랭귀지까지 동원하면 웬만한 영어는 통한다.


그런데 이곳은 숙소가 유명 호텔이다. 길 잃을 염려가 없다는 말이다. 덕분에 야경 사진은 많이 찍었다.

언제 어떻게 찍었는지는 모른다. 위치는 인공지능의 힘을 빌리면 된다. 나? 신식 할배.

5_06dUd018svcxogenmujgtck_q3rq1l.jpg 위 왼쪽 사진이 벨라지오 분수. 오른쪽이 빅토리아 시크릿 매장, 아래 왼쪽 트레비 인공분수 앞. 링크호텔 하이롤러 관람차 앞


오늘이 라스베이거스의 마지막 밤!

약간의 아쉬움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내일은 다시 L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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