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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키키 해변과 진주만국립추모관

마카하 마을

by 김윤철


현관문을 여니 맑은 공기가 저절로 심호흡을 부른다. 12층 아파트에서 보는 하늘과는 다른 느낌. 사람들이 전원주택을 말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미국의 여느 주택가와 같지만 용암이 흘러내려 만든 웅장한 산의 모습이 이곳이 하와이임을 일깨운다.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와이키키 해변으로. 마카하 마을의 경치를 즐기기엔 오늘의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 와이키키 해변과 와이키키 트롤리로 하와이 구경. 그리고 점심 후에는 진주만 추모 기념관까지 관광해야한다. 숙소 주변 구경은 다음으로.


호텔들이 즐비한 사람 붐비는 해변가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나라 해변과 다른 점. 비치파라솔이 없다. 미국인들은 선탠을 몹시 즐긴다. 모자에 선글라스에 수건까지 꽁꽁 싸매는 우리나라와 달리 백인들은 해만 보이면 벗어부친다. 개인용 자그마한 파라솔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탠을 한다. 브래지어 등쪽 호크를 열어 놓고 엎드린 숙녀분도 있다.


나는 한국 사람. 약간은 민망한 생각. 동 서양인들은 체질이 다른가? 선탠도 않고 선크림을 떡칠하듯 했지만 숙소에 돌아오니 발등 부분에 물집이 생겼다. 모래사장을 걷다 보니 발등만 선크림이 벗겨진 듯.

숙소에는 그늘막과 해변 용품들이 갖추어져 있다. 내일은 모두 들고나가야지!


실내 수영장 같은 느낌의 방파제 안의 모습


손주들과 물속으로. 재미가 별로다. 방파제라기보다 둑에 가까운 담을 쌓아 놓으니 바다라기 보다 실내 수영장 같은 느낌이다.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많아서 그런 듯. 손주들이 지쳐서 모래찜질을 할 때쯤 혼자 방파제로.


방파제 너머에는 요트도 있고 서퍼들도 신을 내고 있다. 선셋 비치에서 못 본 서퍼들의 묘기를 여기서 감상. 파도가 꽤 높다는 말. 바다 수영 한 번 해봐? 몇 번을 망설이다 결국은 십 년만 젊었어도... 나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는 말만 실감하고 다시 손주들 곁으로.


화장실 가는 길에 보기 힘든 나무들이 있다. 손녀가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나무 같단다. 반얀트리, 우리말로는 벵갈 보리수란 이름으로 불린다. 뿌리가 나무 중간에서 내려와 땅에 정착하며 한 그루가 여러 그루로 보일 만큼 넓게 퍼지는 나무다. 따라서 나무의 모습이 이방인의 눈에는 신기하게 보인다. 인증 샷과 함께 한참을 즐겼다. 미국은 나무도 관광 자원이다.


물놀이 후는 배가 고프다. 점심 후는 하와이 트롤리로 시내 구경.

와이키키부터 선셋 비치까지 왕복하는 코스. 이층 버스는 경험이 있다. 트롤리 맨 앞에 앉아서 시내 구경. 보이는 차는 거의 모두 일제다. 어제 본 일본의 국기라는 스모 하는 자세의 조각상 앞을 또 지난다. 이번 일정이 끝나면 진주만 국립 추모관을 간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미국인들에게 우리나라 노래 한 곡 들려주고 싶다. " 하와이는 미국 땅 대마도는 일본땅 독도는 우리땅!" 본토에서는 그래도 현대와 기아차가 많이 보였는데 이곳은 거의가 혼다와 도요타다. 같은 중저가의 차인데. 집 나오면 애국자 된다. 현기차 홧팅!

하와이가 일본에 다시 기습당한 느낌이다.

선탠하는 여자분과 갈매기들.누가 사진을 찍었는지 잘 모르겠다.


점심 식사 후 펄하버 내셔날 메모리알. 진주만 국립 추모관으로. 주차장의 차들이 거의 일제다.

펄 하버 내셔날 메모리알. 우리말로 진주만 국립추모관으로! 펄 하버!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진주 양식을 하던 곳이다. 수심이 얕은 이곳을 개발하여 군사 기지로 만들어 1941년의 비극이 일어난 것이다. 정도의 기본 지식만 가지고 펄 하버 내셔날 메모리알 주차장 도착. 주차비는 무료. 미국의 그 삼엄한 신체검사도 없다. 대신 가방이나 카메라를 휴대할 수 없다. 소지품을 맡기려면 보관료가 꽤 된다. 우리는 귀중품이 없으니 가방은 차에 두고 인증 샷을 위한 폰만 가지고 입장.


개장 시간이 7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 지금 시간 오후 세시. 너무 늦었다. 딸네나 우리나 하와이는 초행길.

인터넷에 의존하는 즉흥 여행. 시행착오가 없을 수 없다. 기념관이 예상보다 훨씬 크다. 수박 겉핧기식 관람.

가장 피해가 컸으며 핵심이라 할 수 있는 USS애리조나 기념관은 입장 불가. 인터넷 예약이나 현지에서 선착순으로 입장할 수 있지만 선착순은 오전에만 입장이 가능하다. 일본의 기습 공격으로 침몰한 배의 중간 부분으로 만들고 전사한 군인들의 이름을 헌정해 놓았다는 기념관은 멀리서 사진만.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 미국의 2차 대전 참전. 1945년 일본의 무조건 항복. 그리고 2차 대전 종전. 이어서 1950년 6.25 사변. 10년을 사이에 두고 세계사에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따라서 이곳 기념관은 우리나라도 많은 의미가 있다. 6.25는 우리는 동족 간의 전투니 전쟁이 아니고 사변이나 동란이라 해야 맞다고 배웠으나 지금은 공식적으로 한국 전쟁이라 부른단다. 나는 꼰대?


USS보우핀 잠수함 박물관. 이곳 역시 멀리서 사진만. 영화에서 보던 검은 잠수함과는 조금 다르다. 약간은 군함 같은 느낌. 그런데 이 잠수함들이 2차 대전 때 많은 공을 세웠단다. 우리나라의 인천 상륙 작전에도 참여했다는데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이 잠수함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잠수함 박물관. 내부 구경은 못 했다.

우리에게는 가장 핵심이 되는 USS 미주리 전함! 임무를 마치고 이곳에서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USS 배틀쉽 미주리! 우리에게는 너무도 고마운 이름이다.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낸 전함이 바로 이 미주리호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광복이. 이어서 5년 뒤 한국 전쟁 발발! 이 미주리호도 참전. 종군휘장을 다섯 개나 받았단다.

2차 대전으로 받은 종군 휘장이 셋. 흥남 철수 작전도 수행했다고 하니 우리에게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수박에 혀 대보기 식의 관람이었지만 어느 곳 보다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생각!


아뿔사! 미주리 전함의 사진을 아무리 찾아도 없다. 그냥 상륙함의 먼 모습만 사진으로. 가장 의미 있는 사진을 찾을 수 없다. 하긴 인터넷 뒤지면 미주리 사진 천지라 위안을 삼아본다.


미주리함 대신 상륙정 사진. 꿩 대신 닭!

마트에 들러 저녁 준비를 하고 숙소로. 전 세계 숙소 공유 서비스라는데 하루 경험이지만 너무 좋다. 또 다른 우리 집이란 선전 문구를 떠 올리며 숙소로.


내일의 일정은 숙소 바로 앞의 마카하 비치다. 이곳에서는 무조건 바다 수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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