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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환원의 문화

록펠러, 게티, 헌팅턴

by 김윤철

연전 미국 동부 여행. 뉴저지의 한인 타운에서 들은 록펠러에 대한 이야기.

"맨해튼은 물이 좋아 수돗물을 그냥 마실 수 있다. 수도 요금은 미국의 대부호 록펠러가

이미 지불해 놓아 뉴욕 시민들은 공짜로 물을 이용한다."


지금은 21C. 인터넷을 찾았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냥 과장 혹은 헛소문이란 말씀.

대신 록펠러에 대한 다른 설명이 있었다. 충분히 존경할 만한 인물.


존 D. 록펠러는 미국 자본주의 사상 가장 큰 부를 축적한 사람이자 나눔 문화의 체계를 세운 인물이다.

사회 개혁, 공중 보건, 과학 중심의 체계적 기부. 전문적 기부 재단의 모델을 제시한 인물.

부는 사회 환원해야 한다는 기독교적 정신을 충실히 이행한 인물 등.

극찬 일색인 훌륭한 인물이다. 그러나 너무 이론적이어서 가슴에 와닿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서부의 중심 도시 LA에서 산타모니카로 가는 도로변에 게티 센터가 있다.

_e_2hebhh_4_224Ud0151703hl1vi3vk1_b9kjn2.jpg 로뎅의 아담과 이브 조각상

구두쇠로 유명한 미국의 석유 재벌 폴 게티의 예술품들을 전시해 놓은 미술관이다.

납치당한 손자의 몸값 지불을 거절한 일로 유명세를 탄 게티가 평생 모은 예술품을 전시하는 곳으로

산 너머의 게티 빌라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미술 재단 중 하나이다.


트램을 타고 들어간 센터에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플래시가 터졌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흑인 경비원이 와서 영어로 호통을 친다. 주눅이 들어 사진은 패스.

다음에 와서 폰으로 조심하며 게티의 혼을 담았다.


같은 산 건너편에 있는 게티 빌라까지 보려면 하루로는 도저히 다 볼 수가 없다.

그만큼 작품도 많고 규모도 크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작가들.

센터의 고흐와 로댕의 작품 앞에서 사진 한 장씩.

미술에 문외한인 나도 저절로 존경심이 우러나는 게티의 예술 사랑이다.


게티의 나눔은 그의 예술적 취향에서 출발했으며 문화제 보존, 미술 연구, 전문적 박물관에 속한다

하겠다.


_e_2hg88e_9_i4dUd0154wmigy7o1fh4_ppvwv6.jpg 게티 빌라의 모자이크 메두사 앞에서


LA 다운 타운에서 약간 떨어진 샌 마리노에 위치한 더 헌팅턴. 미국의 철도와 부동산 사업으로 대부호가 된 헨리 E. 헌팅턴.


그의 저택을 개조해 만들었다는 더 헌팅턴. 그 풀 네임은 헌팅턴 도서관, 아트 박물관, 버태니컬 가든이다. 도서관과 그의 애장품들을 전시한 예술 박물관 그리고 여러 식물들을 수집, 보관, 전시하는 정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크다는 뜻이다. 미국의 부호 정말 대단하다.


먼저 도서관으로. 미국인들에게 가장 자랑스러운 곳은 바로 이 도서관이리라. 이곳에는 셰익스피어의 친필과 미국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링컨의 친필들이 보관되어 있단다. 외국인인 내게는 그렇게 큰 감동으로 다가오지는 않지만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는 감탄! 많은 학자들이 연구를 위해서 이곳을 찾고, 진짜 귀중한 자료는 그들에게만 공개. 우리는 볼 수 없다는 딸의 말. 이곳에 쿠텐베르그의 성서 초간본이 있으니 관람이 기독교인들에게는 의미 있는 일일 듯! 아내가 손을 끈다. 손주들이 있으니 어린이 정원으로 가잔다.


미국은 장유유서가 아니다. 어린이 중심의 사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어린이 정원이다. 미국 교육의 특성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입식이 아닌 놀이 같은 학습이다. 쇳가루와 자석을 이용한 놀이와 개미지옥이란 식충식물 관찰에 흠뻑 빠진 손녀의 모습에서 우리나라 교육이 나아갈 길이 보이는 것 같은 생각! 과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여러 실험 기구들이 많다.

손주들이 과학 놀이에 빠져 있는 틈에 아내와 아트 박물관 구경.


e_gigUd018svczc4zv66x8fwf_q3rq1l.jpg 식충 식물을 관찰하는 어린이


헌팅턴이 평생을 수집했다는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유럽, 미국, 아시아 예술품까지. 오천 여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니 그의 예술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너무 많은 작품에 지칠 때쯤 정원으로.


크다. 정말 크다. 일본, 중국, 장미, 어린이 정원까지. 총 14개의 정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나라 정원이 없는 것을 아쉬워할 이유가 없다. 이곳은 단순 구경하는 곳이 아니라 교육, 연구의 목적으로 세워진 정원이다.


_e_318ed2_d_03eUd018svc11uxr820d6yh4_fs7iz.jpg 헌팅턴의 씨앗 연구소


지금은 21C다. 이 분들의 나눔이 현대에도 통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자본주의의 역사도 오래고 더구나 지금은 신자유주의가 대세로 되어가는 느낌마저 드는 시대.

기업 경영하는 분이 그 열정을 예술품 수집에 쏟고 자기의 부를 사회에 환원한다?

과연 옳을까? 주주와 그 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지금은 오히려 기업 경영에 열정을 쏟아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분들의 정신만은 어느 시대건 계승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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