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잇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옥수수를 사러 동네 슈퍼로.
인도도 없는 미국식 대저택 담에 나팔꽃이 피어 있다.
나이 탓인지 가슴이 약간 먹먹.
지난 주말 가까운 가족 나들이 돌아오는 길에 본 전깃줄 위의 새들.
참새 보다 조금 더 큰 새들이 전깃줄에 앉아 있었다.
나팔꽃이나 전신주는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사라져 버린 것들이다.
이국에서 느끼는 이 알싸함은 조국에 대한 향수인지 흘러가버린
세월에 대한 그리움인지 알쏭달쏭!
조경수 묘목은 옮겨심기 위해 키운다.
반면 노송은 옮기기가 매우 조심스럽다.
기술이 없으면 살리지 못한다.
딸은 미국 생활한 지 십 년이 넘었다.
지금은 미국 시민권자. 진실은 알 수 없지만 겉보기는
무척 행복해 보인다. 옮겨 심은 묘목.
아무리 일흔 훌쩍 넘긴 고목이지만 석 달간의 미국 생활에
향수를 느끼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
우리나라 와는 많이 다른 미국의 밤 문화.
상가와 비교적 가까웠던 딸의 신혼집.
멋 모르고 많이 돌아다녔다. 딸의 주의 사항.
노숙자들을 조심하란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의
노숙자들은 마약을 할 우려가 있단다.
이사 온 지금의 주택은 상가가 멀어 노숙자들이 없다.
그런데도 밤 나들이 하는 사람들이 없다.
핼로윈이나 크리스마스도 집집마다 장식만 요란하지
보는 사람들이 없다.
아내와 사진 찍으러 다니면서도 낭비라는 생각.
해만 지면 외출이 없는 가족 중심의 문화에 약간의 소외감.
그 알싸함이 향수는 분명 아닐 것이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느끼는 노인네의 이 가슴앓이는 태평양을
사이에 둔 공간의 향수?
아니면 사라져 가는 우리 것들에 대한 시간에 의한 그리움?
양 쪽 다겠지만 지나온 세월에 대한 그리움의 비중이 많이 더
클 것 같은 일흔 노인의 감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