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 타기와 자전거 라이딩

체면과 눈치보기

by 김윤철

날씬한 사이클들이 달린다. 부러운 시선을 따라가면 윤슬에 눈이 부시다.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옷에 멋진 헬멧! 한 무리의 집단이 눈 깜짝할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진다. 리더의 손짓까지 멋있는 사이클 동호회. 입 벌어지는 자전거 가격에 포기한 사이클 동호회. 딸네 집에서는 그토록 즐기던 라이딩이었는데!


건강상 운동을 해야 하는 나는 하루는 홈짐에서 근력 운동, 하루는 LA의 낯 선 거리를 마음껏 누볐다. 낯섦에 대한 호기심만 없다면 한국의 탄천이 LA의 라이딩 코스보다 훨씬 멋있다. 이름만 크릭이지 썩은 물만 조금 보이는 웨스트 크릭. 서천! 흐르는 맑은 물에 오리에 백로에 겨울에 접어들면 원앙까지. 야생 조류의 환영까지 받으며 달릴 수 있는 우리 집 앞 탄천.


딸네 집에서는 집에 있는 자전거에 딸 헬멧을 쓰고 달렸다. 혼자 달리니 비교당할 대상이 없다. LA의 라이딩은 혼자이거나 두 세명의 가족 단위의 라이딩이다. 내 멋대로의 라이딩. 달리고 싶으면 달리고 쉬고 싶으면 쉬고. 옷도 내 맘에 드는 옷으로. 몸매 드러나는 옷은 아예 없다. 신발은 슬리퍼!



귀국 후 탄천 산책길. 사이클 동호회를 만났다. 날렵한 몸매에 멋진 복장들. 함께 달리고픈 마음에 엉덩이가 들썩인다. 모두 비슷한 자전거에 같은 복장들. 인터넷을 달리다 깜놀! 무슨 자전거 가격이 백 단위를 훌쩍 넘긴다. 동호회를 포기하고 혼자 달릴 궁리를 했다. 그런데 집이 아파트 12층이다. 싼 것도 몇 십만 원씩 하는 자전거를 둘 데가 없다. 아파트 단지에 자전거 거치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한 번씩 운동 삼아 걸어 오르다 보면 어린이 자전거들도 층 사이 계단에 자물쇠 채워 고이 모셔 두었다. 던져봐! 지금도 왕고민.


아직은 복지관 체육관에서 근력 운동만. 러닝 머신이 워킹 머신이 되는 노인 복지관 체력 단련실. 잔발 걸음걸이가 몸의 연세를 말해 주는 어르신들도 열심히 작은 덤벨을 흔드신다. 체육관에 울려 퍼지는 트롯 리듬. 나훈아의 노래 고향역. 그분들 보다는 큰 덤벨을 힘 모아 들어 올려본다. 근 십 년을 함께한 정들고 사랑하는 체육관. LA의 라이딩 이후 실내 운동이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진다. 사람 참 간사한 동물이다.


근질거리는 엉덩이는 체육관의 실내 자전거로 달래 본다. 지금은 라이딩하기는 추운 겨울. 새봄에는 한 번 던져?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미국 생활. 누런 얼굴빛의 노인네를 눈여겨 보는 사람도 없다. 아니 체면과 눈치라는 문화가 미국과 우리는 전혀 다르다. 날씨 더운 LA에서 웃옷 다 벗고 달려도 누구 하나 보는 사람 없다. 사이클은 꼭 멋진 복장을 맞춰서 타야만 하는가? 평생 가성비만 생각하며 살아온 노인네. 봄이 와도 실내 자전거 위에 있을 가능성 99.9%다. 실내 자전거의 속도를 최고로 높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