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버댐
아침부터 바쁘다. 미국의 크기를 생각하면 서두는 게 당연하다. 라스베이거스도 안녕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그랜드 캐년. 너무나 잘 알려진 곳이라 별로지만 가족들이 좋아하니... 너무 유명한 곳만 다니는 것 같다는 내 생각! 관광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미국의 참모습은 아닐 거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후버 댐 들리기. 주차를 하며 귀중품은 아니지만 여권이 들어있는 가방부터 챙긴다. 으슥한 곳 주차 시마다 듣는 소리. 미국의 노숙자들은 마약 중독자들이 많단다, 그만큼 살벌 하단 이야기. 덕분에 요즘 CSI란 미드 실감 나게 감상 중! 여권만 단단히 챙기면 된다. 관광 코스를 오르니 가슴이 탁 트인다. 크다! 중국의 만리장성과는 또 다른 감동이다. 이건 높이에서 오금이 저리다.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지구 멸망 시 가장 나중까지 남는다는 대륙 특유의 우스개까지 있단다.
네바다주와 애리조나주의 경계에 위치한 후버댐. 이것 때문에 사막 한가운데 라스베이거스가 생길 수 있었단다. 미국의 대공황 당시 뉴딜 정책에 의해 건설된 댐. 후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이름 지어졌다지만 대공황 당시의 최고 책임자.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각이 나는 것은 왜일까?
우리 세대의 고교 시절. 히피 문화가 확산되던 시기가 있었다. "리처드 바크 갈매기의 꿈" "생 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와 야간 비행"등! 그 시절 CCR이란 가수의 위력도 대단했다. 그들의 노래 중 하나! "누가 이 비를 멈추어 줄 것인가?"의 한 구절에 이 이야기가 나온다. "경제 개발 5개년 플랜에 의한 뉴딜 정책, 그 우화 속에 솟아오른 탑! 그것들은 황금 사슬에 묶여있다." 지금의 소득 불균형에 대한 경계라 할 수 있겠다. 근 반세기 전의 노래다. 세월 참!
기후 변화 때문인지 물이 많이 줄었다. 그 높이 때문이겠지만 영화에서 많이 본 곳이다. 트랜스포머 1에서 로봇들이 싸우던 곳, 트루 라이즈에서 아널드 슈워제너거가 아내 유혹하는 사기꾼 위협하던 곳이다. 화면상에서 보는 것보단 몇 배나 웅장하다. 영화의 감흥을 뒤로 다시 그랜드 캐년으로.
차는 하염없이 달린다. 선인장류의 작은 식물밖에 보이지 않는 황폐한 길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시내에서는 보이지 않던 화물차도 보이고 독일차와 도요다, 혼다 그 사이에 현대와 기아차도 가뭄에 콩 나듯이 보인다. FTA협약을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말, 자동차! 그런데 그 열매는 일본이 다 따먹는 것 같다. 도요다와 혼다! 일제차가 가장 많다. 미국은 고급 차종을 선호할 수밖에 없겠다. 이런 곳에서 고장이라도 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한국아 힘을 내자! 중간 자그마한 도시에서 식사 겸 주유. 미군의 모습도 보이고 지나치는 관광객을 제외하면 약간은 피로해 보이는 주민의 모습들. 이것이 미국의 참모습이 아닐까!
우리 어릴 때 들었던 노래가 있다. “카보이 애리조나 카보이 광야를 달려가는 애리조나 카보이....” 지금 달리는 이곳이 애리조나 주다. 카우보이는커녕 목장도 보이지도 않는다. 100 마일로 차를 고정시키고 달려도 많은 차들이 앞으로 달려 나간다. 100마일이면 160km다. 미국 참 크다. 황무지, 사막, 차로 달려도 지겨운 이곳을 개척시대의 미국인들은 말로 달렸다. 참 대단한 사람들이란 생각. 바이킹 해적의 후손들이라 그런가? 목장이란 말도 붙이기 어려울 정도의 검은 소 몇 마리와 말들도 보이고 침엽수들도 나타나는 것이 목적지가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밖으로 나오니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미국 서부지방이 겨울이라지만 낮에 긴 옷을 입기는 처음이다. 식물도 선인장 같은 사막 것들이 아니라 제법 소나무를 닮은 침엽수들이 보인다. 옷을 차려 입고 관광센터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따라 알아들을 수 없는 영화 관람. 그랜드 캐년의 역사와 풍경을 담은 영상이다. 대강의 지식을 얻은 채. 말을 못 알아들으니 정말 대강이다, 불이 켜지니 벽에 붙은 표어 비슷한 것들이 보인다. 단어는 알겠는데 해석이 안 된다. 딸아이의 해석. “당신은 당신의 그랜드 캐년을 가슴에 담아 갈 것이다.” 뭐 대강 이런 뜻이란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건 좀 심하다. 백발이 삼천장이란 한시가 떠오른다. 그랜드 캐년은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이런 것이 아닌가. 모든 것을 다 포함하고 있으니 네가 필요한 것을 느끼고 가라. 와! 미국인의 자부심 이리라. 대륙의 뻥이라 생각하니 조금은 심하다고 생각했던 유홍준 님의 말씀. “우리 국토가 박물관이다.” 가슴에 새기자. 미국은 크지만 우리 누리는 반만년의 역사를 담고 있다.
그런데 와! 크다! 웅장하다. 작은 것에도 감탄 잘하는 나이긴 하지만 정말 “와!” 다. 눈에 담고, 사진으로 남기며 그랜드 캐년을 달린다. 이곳에는 제법 눈도 보이고, 겨울 느낌도 난다. 아내와 이야기를 하는 중에 누군가 “한 장 찍어 드릴까요?” 이국에서 동족을 만나니 더욱 반갑다. 덕분에 환갑 지난 둘이 하트 사진 찍었다. 세상 참! 좋다!
차에서 내리는데 우리글이 딱! “다람쥐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 한자, 일본어, 우리글. 물론 읽을 수 있는 것은 우리글뿐이다. 이런 것도 국격이 높아진 것인가? 경제력이겠지만 어쨌든 흐뭇하다.
약간은 이상한 모양의 바위에 “덕, 오리바위.” 이렇게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어디든지 같다. 설악산의 울산바위, 비선대, 와선대.... 차를 세우니 내려가는 길이 보이고 트레킹 코스란 안내판이 붙어 있다. 이것이었다. 감탄하면서도 2%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이. 내려다보는 경치. 성취감이 없었다. 땀 흘린 뒤에 맛보는 산악인들에겐 금기시되는 말. 정복감. 이것이 모자랐던 것이다. 지금은 산악인이 아니니 정복감이란 말을 사용해 본다. “20년 아니 10년만 젊었어도” 한탄을 하니. 사위 왈 “건강만 조심하면 다음엔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안내하겠단다.” 말만으로도 고맙다가 아니고 욕심이 생긴다. 다음엔. 실제로 1년 후 요세미티 3박 4일 트레킹! 웅장하고 세월을 느끼고 그런데 지루하리만치 같은 경치가 반복된다. 미국인의 그 뻥에 비하면 약간 실망.
조그만 마을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가는 길! 차 안에서 보는 하늘에 별이 너무나도 많다. 뚜렷하게 보이는 북두칠성! 눈대중으로 북극성을 찾아본다. 이렇게 많은 별을 느낀 것이 언제인가? 시골 살 때도 이렇게 많은 별을 본 기억이 없다. 그만큼 오염이 심하단 말이겠지. 감회에 젖어 본다. 사위가 안내한다는 한인촌의 북창동 순두부 맛을 상상하며! 밤하늘의 별을 사진에 담아보려 했지만 실패! 역시 진짜 좋은 것은 가슴속에 간직하는 것이다. 그래도 내일 코리아 타운의 순대국밥을 생각하니 마음은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