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오늘은 도서관 휴관일이라 학교 앞 공터로! 학교 앞은 그래도 깨끗한 편이다. 초등학교와 병설 유치원이 함께 하는 곳인데, 등교가 끝나면 문을 잠그고, 하교 시는 학부모가 와야 학생을 보내준다. 우리와 많이 다르다. 학교 구경은 담 밖에서만 가능하고 사진도 못 찍게 한다. 학생들의 안전을 중시한다는 느낌! 다른 말로는 그만큼 위험도 많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사립학교라 그런지 공터도 깨끗하고 노숙자도 없다. 유치원 입학 전의 어린이들이 돌보미들과 많이 모이는 곳이다.
몇 번 오니 애들도 낯이 익고 돌보미들과도 제법 인사를 나눈다. 그런데 돌보미들의 대부분이 여자들이다. 아내는 제법 어울리나 나는 소외. 대신 혼자 시간, 주로 거리 구경이다. 손녀는 백인애들과도 제법 잘 논다. 음식도 나누어 먹고 장난감도 함께 즐긴다. 역시 미국은 이민 국가다. 시간 전에 온 백인 학부모와 아내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눈다. 영어가 그새 늘었나? 나중에 물어보니 날씨가 더워 낀 손의 토시가 예쁘다며 무엇인가 묻더란 얘기. 햇빛 가리갠데 한국에서 사왔다고 말 해줬단다. “어디가면 구할 수 있냐?” “코리아!” 뭐 이랬다는 얘기. 나 보다 몇 배나 똑똑하다. 점심 시간이 되면 뿔뿔이 흩어진다. 우리는 핏줄인데 아이돌보미 보다는 사랑이 더 해야겠다는 생각. 저녁에는 딸네와 가까운 쇼핑몰이나 구경 가야겠다.
이제 손녀와 얼굴이 제법 익었다. 내게 안겨서도 웃기까지 한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딸이나 사위가 오면 당장 안면 몰수다. 외손주 키워봐야 아무 소용 없다는 옛말 뼈저리게 실감한다. 딸에게 안겨 있을 때는 웃어주다가도 안으려고 손을 벌리면 고개 홱! 덕분에 딸이 있을 때 외출은 정말 힘들다. 부모 마음인가 딸이 아이를 안고 가면 내가 힘들다. 핏줄인지 본능인지 애들에겐 좋아하는 순서가 있다. 엄마, 아빠, 할마, 할빠 순이다. 손녀 안아 보는 건 아무도 없을 때뿐이다. 그래도 무한 좋기만 하다. 우리 친구들을 봐도 다 같은 경험을 하면서도 불평하는 친구는 없다. 친구 부인들은 곧잘 떠든다. “애 낳는 게 벼슬이다. 일해주고 돈 주고.” “내가 아이 여섯을 키운다.” 우리 모임은 2남1녀 자식 둔 계원이 셋이다. 무식한 건지, 용감한 건지, 아님 애국자. 따르지도 않는 손녀에게 지극 정성인 내게 아내는 “자식은 책임감이 따르지만, 손주는 그게 없어서 그렇단다.” 같은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내생각은 자식 키울 때는 먹고 살기 바쁘고, 손주 때는 그나마 정붙일 피붙이라서 그런가 생각해본다.
몸은 힘들지만 세상이 좋아졌다. 이역만리 타국에서도 바로바로 한국 소식을 들을 수 있다. TV. 가족 밴드, SNS, 페이스 톡까지. 제일 걱정한 것이 경주 지진. 졸업생들의 밴드는 경주, 포항 사는 친구 안부에 난리도 아니다. 둘 째는 성남 집에 있지만, 서울도 진동이 있었다는 소식에 바로 페이스톡, 다행히 얼굴을 보니 평온하다. 걱정 하지 말란다. 안심! 동경 지진 나기 일주일 전에 일본 여행 다녀 온 둘째는 약간의 지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경험은 안 했지만 일때문에 여행을 앞 당긴 덕에 무사했다고 몇 번이나 되뇌이는 걸 들었다. 졸업생들 밴드에 걱정을 전하고 미국의 보름달에 국태민안을 빌었다.
미국의 보름달. 이게 미국의 아파트다. 아직은 달이 과학의 대상이 아닌가 보다. 달에 빌고, 귀국 전 날, 집사람의 "루아야 달 봐라! 할마도 달 볼께 ." 소리에 울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