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은 그 사람이 머물렀던 자리도 아름답다.” 라는 말이 있는데, 오늘 진짜로 그런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은 삼십 대 초반의 젊은 청년임에도 저절로 ‘리스펙!’ 하는 탄성이 나오더군요.
입사한 지 일 년도 안 된 신입 직원이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이 사무실 출근 마지막 날이라서 저는 “커피 한잔 할까요?” 하고 물어보았습니다.
직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좋아합니다.
우리는 회사 근처에 있는 단정한 카페로 가서 도란도란 소회를 나눴습니다.
그는 회사와 동료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한 그는 근무시간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전혀 미안한 일이 아닙니다.
아마도 회사와 그 직원 모두에게 좋았던 시간으로 기억되겠지요.
그는 점심시간마다 빵집이나 냉·난방이 안 되는 서류 창고에서 공부했다고 합니다.
회사에서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청년은 틈틈이 자기계발을 한 것입니다.
돌아오는 길에서 그가 말했습니다.
“저는 사무실에 갔다가 다시 우체국에 다녀와야 해요.”
“왜요? 아직도 할 일이 남아 있어요?”
“아니요. 우체국 창구 직원에게 작별 인사를 하려고요.”
그는 짧은 시간이지만 정도 들었고, 자기한테 친절했던 우체국 직원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그가 달리 보였습니다.
그래서 또 물어보았습니다.
“누구 누구한테 작별 인사를 했어요?”
그는 주기적으로 업무를 주고받았던 외부업체 담당직원 모두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자기에게 업무 협조를 요청했던 상급기관 직원에게도 인사를 했더군요.
동종업계도 아닌 전혀 다른 업종으로 이직하는 마당에 도움받기는커녕 자기에게 부탁만 하던 외부 사람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젊은 청년이 정말 대단해 보이지 않는지요?
저는 그가 이렇게 멋진 사람인 줄 몰랐습니다.
왜 그는 이렇게 사려 깊은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는 이런 행동을 누구에게 배운 적이 없고, 롤모델을 모방한 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단지 자기의 부재를 궁금해 할 사람들에게 미리 인사하는 것이 예의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기대하지 않았던 작별 인사를 받은 상대방의 반응은 놀라웠다고 합니다.
전화로 간단한 안부 인사를 했을 뿐인데, 이직을 축하하는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주거나 핸드폰 번호를 저장해놓을테니 필요할 때 언제라도 전화하라는 사람, 그리고 커피 쿠폰을 전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타자의 호의와 관심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아마 그들도 타인에게 호의와 관심을 갖고 있지만 표현하는 용기가 부족했던 것이겠지요.
그러니 이들은 먼저 용기를 낸 청년을 아끼고 돕지 않을 리 없습니다.
청년은 전화 한 통으로 세상의 인심을 얻었습니다.
다시금 생각해도 같은 회사 동료도 아닌 하청업체의 직원과 외부 상급기관의 감독부서 직원에게 이직 인사를 하는 청년이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리고 한 청년이 인간관계를 소중히 다루려는 따뜻한 인성과 역지사지하는 태도를 스스로 학습한 사실을 목격하고서 고전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함께 놀면서도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반드시 내가 친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주)
청년은 <<순자>>라는 고전을 읽어보지않았을텐데도 성현들이 이르고자 하는 바를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정년을 앞둔 제게 청년은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지혜나 인격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고, 책이 아니더라도 직장이나 하루 일상에서, 자기 모습에서 공부 재료를 찾고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유용한 공부라는 것을 알려 주고 떠났습니다.
타인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그 청년은 새로운 직장에서도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을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니 그의 삶도 당연히 싱그럽겠지요.
주) <<순자>> 법행편 5절에서 인용한 문장으로, 전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함께 놀면서도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반드시 내가 친애하지 못하기 때문이요,
사귀면서도 존경을 받지 못하는 것은 반드시 내가 장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친애와 장점을 지니고 있다면 어찌 남을 원망하겠는가? 남을 원망하는 자는 빈궁해진다.
잘못이 자기에게 있는데도 그것을 남에게 미루는 것은 어찌 어리석은 일이 아니겠는가?
*원문에서는 인(仁)을 어질다, 장(長)을 뛰어남으로 해설했으나, 필자는 인(仁)을 <한어대사전>의 풀이를 적용하여 ‘친애(親愛)’로 바꾸고, 장(長)은 문장 맥락을 반영하여 ‘장점’으로 바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