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2022)
첫사랑이라는 단어는 누구에게나 아련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마법이다. 세월이 흘러 얼굴마저 잊어먹을 나이가 되어도 그때 그 감정만큼은 마음 속에 잔잔하게 흘러간다. 그래서 첫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비슷한 결의 감정선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건 100퍼센트 성공한다.
노래를 모티브로 삼은 스토리는 상당히 신선한 시도라고 생각했다. 특정 노래가 주요 소재로 나온 적은 많았지만 노래의 가사 그 자체를 스토리로 풀다니,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첫사랑이라니. 상당한 기대를 품고 시청하였고, 그들은 기대 이상의 사랑을 보여줬다.
사실 꽤나 정석적인 이야기다. 지금까지 우후죽순으로 나왔던 첫사랑 이야기를 부지런하게 답습했다. 사소한 디테일에서 이 작품만의 독특한 요소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플롯은 늘 맛보던 그 맛이었다. 하지만 그 맛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면 식사가 끝난 후에도 그 맛을 잊지 못하는 것 처럼 이 작품 또한 진한 여운을 내게 남겨주었다.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보는 재미'가 출중하다는 점이다. 홋카이도의 아름다운 장관을 극한으로 사용한 미장센이나 특유의 색감, 감독의 클리셰를 지루하지 않게 포장해버린 신들린 연출 등. 보는 내내 눈을 뗄 수가 없었고, 무엇보다 과거와 현재의 시점을 꾸준히 교차하며 보여줌으로써 떡밥을 무수히 흘려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야기의 진행방식은 내가 티비를 끄지 못하고 하루 종일 이 드라마를 정주행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였다.
그 외에 상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색깔의 활용이다. 전체적인 색감이 아주 선명하고 아름다웠지만, 가장 눈여겨본 부분은 바로 '푸른'색이 집착스러울 정도로 많이 나왔고, 그게 특정 상황에 유독 더 많이 나왔다는 점이다. 주인공인 하루미치와 야에를 기준으로 보자면 서로의 마음이 통할 때, 예를 들자면 연애를 할때나 서로에게 관심이 있을 때 혹은 사랑이 이루어지거나 어느 한 쪽의 마음이 뻗어나갈 때는 꼭 푸른색이 등장했다. 그들의 의상 혹은 그들의 소지품 등 그들을 표현해낼 땐 푸른 계열의 색깔들이 꼭 등장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거나 그들이 서로 이어지지 않은 상태에선 그 푸른 계열의 색깔이 극단적으로 줄어든다. 나는 이 메타포를 그들의 사랑과 청춘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사랑을 나타낼 땐 붉은 색을 주로 사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감독은 그런 흔해빠진 표현보다는 각자가 동경했던 푸른 하늘(야에는 승무원, 하루미치는 파일럿)을 빗대 그들의 연결성을 나타내주는 색깔로 푸른색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이 푸른색의 활용은 두 사람의 관계 뿐만이 아니라 그들을 중심으로 한 인간관계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야에의 경우 아들 츠즈루와의 사이에서도 푸른색이 많이 등장한다. 츠즈루가 선물한 가디건도 푸른색이고(마침 그때 하루미치와 재회한다. 아마도 헤어진 후 첫 재회.) 야에가 기억을 찾는 그 순간 비춰지는 건 푸른색의 옷을 입은 야에와 츠즈루, 그리고 야에와 하루미치의 꿈이 이루어졌던 푸른 하늘이었다. 심지어 전 남편인 유키히토와도 처음 만날 때 푸른 계통의 소품과 의상이 항상 등장했었다. 하지만 이혼을 결심한 그 순간 그녀가 착용하고 있던 건 빨간 머리띠였다.
나루미치는 츠네미와 지내는 동안 푸른색이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그에 비해 동생 유우와 본지의 결혼식에는 푸른색이 아주 많이 사용되었다. 다만 야에가 유우에게 수화를 배우던 그 날은 어째서인지 붉은색이 많이 사용되었고 야에는 핑크색 옷을 입었는데 이 부분은 야에가 하루미치의 가족에게 스며든다는 표현을 위해 푸른색 대신 붉은색을 사용했다고 생각한다.(솔직히 이 부분은 잘 모르겠다...)
결정적으로 나루미치와 야에가 두 번째로 헤어지게 되는 전화장면에서 야에는 푸른색 옷을 입었지만, 하루미치는 츠네미와 이별하고 오는 길이어서 푸른색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옷을 입었다. 즉 그 순간 하루미치에게 야에는 츠네미와 같이 이별을 해야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우타와 츠즈루의 장면에서도 그 둘은 푸른색의 옷을 입고있었고, 결국 마지막에 사랑을 표현하는 야에의 옷도 푸른색이었다. 이정도로 변태적으로 사용했다면 어느정도 이런 의도를 가지고 했을 것이다.
첫 키스의 맛은 담배향기였다. 가사를 기가 막히게 튼 이 드라마는 결국 마지막에 그 가사를 그대로 실천하게 된다. 과거의 노래로 시작한 그들은 지금의 노래로 다시 만났다. 난 당신이 필요해. 돌고 돌아 다시 운명을 개척해 만난 그들은 그토록 원하던 푸른 하늘 위를 힘차게 날아오를 것이다.
추운 겨울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사랑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홋카이도를 너무 가고 싶었지만 비행기 값이 만만치 않아서 포기했다.(언젠간 도전하리.)
사실 나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너무 긴 호흡을 따라가는게 생각보다 벅차기 때문이다. 또 시청 중간에 끊어버리면 의욕이 죽어버리는 것도 그 이유중 하나다. 그걸 깨버린 몇개의 드라마가 있었는데 이 드라마라 바로 그 손에 꼽는 드라마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드라마였다. 아무래도 올해 안에 한 번 더 정주행을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때까지 이 감정을 소중히 간직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