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죽었다.

by 박성진

친구가 죽었다.

어제, 아니 어쩌면 오늘.


그렇게 일면식이 있던 친구는 아니었다. 그저 학교에서 두 세번 스쳐 지나갔던, 같은 과라는 울타리 안에 속해있던 인연이었다. 그런 친구의 소식을 들은 건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 평소와 같이 카페 알바를 마무리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퇴근길에 습관처럼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노래를 틀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는 그 순간 고막을 찌르듯 울리는 문자 알림소리. 평소처럼 날아오는 스팸문자겠거니, 무심히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지우려는 데 가장 앞에 쓰여있는 부고라는 한자가 눈에 들어왔다. 흔치 않는 경조사 알림 문자에 내용이 궁금해 문자를 살펴보니 어딘가 낯설지만, 낯익은 느낌의 이름이 보였다. 기억이 가물가물해 단체 메세지 방에 들어가 이름을 확인해보니, 단체 모임의 출석률은 썩 좋지 않았지만 수업시간에는 묘하게 눈길을 끌던 여자애의 이름이었다. 이름 위에 떠있는 프로필 사진에서 보이는 모습은 그녀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절대 잊어버릴 수 없는 속을 알 수 없는 그 표정이 띄워져 있었다.


저녁 노을이 어슴푸레 내려갈 때쯤 집에서 남아있는 검은색 옷을 최대한 갖춰 입고 나와 자동인출기에서 돈을 뽑았다. 생활비가 조금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빈 손으로 가기엔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흰 봉투를 준비해 내 이름을 적어두고 만 원짜리 세 장을 넣어 품 속에 지니고 출발했다.


주소에 찍힌 대학병원 앞에 내려서 한참을 걸어 들어가 장례식장의 입구를 가리키는 간판까지 도착했다. 고요한 공기가 감싸고 있는 그 곳에서 하나 둘씩 나오는 검은 옷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엄숙한 분위기를 풍기며 걸어오고 있었다. 내 옆을 지나가는 차들 조차도 까만색. 어째서 검은색을 맞춰가는게 풍조가 되었을 까 하는 생각을 하며 주황빛 가로등이 가르키는 길을 걸어가던 중 익숙한 얼굴을 만났다.


“어? 너도 왔구나.”


서글서글한 성격에 생글생글한 눈웃음으로 누구에게나 호감을 살 인상이라는 게 딱 보이는 외모를 가진 과대였다. 당연히 올 거라곤 생각했지만 이렇게 마주치게 될 줄은. 과대의 눈이 살짝 부어보이는 건 어둠이 만들어낸 착각일까?


“아, 응. 연락이 와서.”

“그렇구나.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이였어?”

“그건 아닌데, 예전에 부모님을 만난 적이 있어서, 인사드리려고.”

“그렇구나… 우리 과 애들은 아직 아무도 안 온 거 같아.”

“어떻게 알아?”

“방명록 보니까, 이름이 별로 없더라고.”


그렇게 과대와 부질없는 얘기를 나누고 난 뒤, 가볍게 인사하고 나는 장례식장으로 들어갔다.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상주와 인사를 나눈 후 그들과 눈을 마주친 순간,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다. 조문객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의 기운, 생기라는 것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숨소리조차도 조심히 쉬는 사람들의 모습이 선명히 보였다. 내 눈 앞에 있는 사람의 눈빛이 그 분위기를 만드는 것 처럼 보였다.


그 눈은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영혼이 빠져나간 그 껍데기의 눈이었다. 공허한 그 눈빛 속에 내 모습이 비쳐보일 정도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눈이었다. 익숙한 눈빛이었다. 지금 내 옆에 올려져 있는 사진도 그런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역시 모녀지간이라 그런지 참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를 처음 만난 건, 그 친구가 감기몸살로 수업에 빠졌던 날이었다. 조별과제에서 같은 조가 되어서 어색하게 팀플을 하던 어느 날, 그 친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교수님께 여쭤보니 감기몸살로 빠지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팀이 정해지고 두번째 수업이었기 때문에, 연락처를 주고받지 못했고 그로 인해 우리에게 연락을 하지 못했었다. 그래도 학교생활은 성실하게 했던 친구였기에 별 다른 생각 없이 팀플을 진행했고, 연락처를 받아 그 내용을 전달해주려 했었다. 그러다 수업시간에 그 친구가 사용하던 서적과 출력물을 두고 간 걸 발견했다. 원래는 연락만 남겨두려고 했지만, 다음 시간까지 정리해야할 자료가 있었기 때문에 그걸 가져다주기로 했고, 주소를 물어본 결과 가장 집이 가까웠던 내가 뽑히게 되었다. 잠깐 들리는 것 정도라면 크게 무리가 없을거라 생각해 그 주소를 찾아가 벨을 눌렀더니, 명랑한 목소리가 안에서 들렸고, 문을 열자 그 친구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여성이 문을 열어주었다. 고급스럽게 찰랑거리는 머릿결에선 달짝지근한 향기가 풍겨오고 부담스럽지 않는 미소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덕분에 약간 긴장한 채로 벨을 눌렀던 나는 어느새 그녀에게 이끌려 커피를 대접받고 있었다.


“고마워요.”


어머니는 커피를 한 잔 마시더니 조용히 얘기했다.


“쟤가 통 누구랑 친하게 지내려하지 않아서 다른 친구들이 우리 집에 온 적이 없는데.”

“네….”


차마 나는 친구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하면 이 사람에게 큰 실수를 범하게 될 것만 같아 아무 말 하지 않고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그녀의 얘기를 들었다. 그러는 중에도 그 친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커피 잘 마셨습니다.”

“내가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나보네요.”

“괜찮습니다.”


꽤나 괜찮은 향과 맛을 가진 커피를 마셨더니 나도 모르게 그곳에 꽤 오랜 시간 앉아있었다. 꽤나 시간이 지나도 그 친구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전달할 사항은 나중에 따로 연락하기로 했다. 짐을 챙기고 나오는 길에도 어머니는 편안한 미소로 나를 배웅해주셨고, 나는 그에 화답에 공손히 90도로 인사를 드리며 그 집을 빠져나왔다. 당연하게도 그 뒤로 그 집을 가진 않았지만 어머니의 미소는 잊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미소는 지금 온데간데 사라졌다. 아이러니한건, 오히려 미소가 사라졌기 때문에 그 친구와 더 닮아보인다는 것이다.


밥을 먹고 나올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인사를 드리고 바로 나올 작정이었다. 그때 등 뒤에서 어머니가 나를 불렀다.


“저기…그러고보니 학생 이름을 안 물어봤었네.”


우리는 잠깐 밖으로 나왔다. 어머니께서 하도 오래 안에 서 계셔서 잠시 바깥 바람을 쐬고 싶어하셨다. 나는 내 이름을 말씀해드리고 어머니와 자판기에서 뽑은 유자차를 손에 들고선 벤치에 잠시 앉았다.


“우리 딸 전화번호에 저장된 번호가 얼마 없더라고.”


어머니는 유자차를 한참 마시더니 말을 꺼내셨다.


“그래서 있는 번호에 전부 연락을 돌렸어요. 그랬더니 고맙게도 몇 명 와주더라고.”

“네, 저도 오면서 과대를 만났어요. 눈이 좀 부어보이던데...”

“아, 그 친구.”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난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과연 난 눈물을 흘릴 정도로 그 아이와 친했던 걸까? 과대는 그만큼 그 애와 친했던 걸까?


“고마웠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했어요.”

“…왜요?”

“우는 건 누구나 힘드니까. 그 친구가 힘들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냥 와줘서 인사해주는 것 만으로도 고마우니까요. 눈물을 흘리는 것 만이 그 아이를 위로해주는 게 아니니까.”


마음속을 들킨 기분이었다. 정확하진 않았지만 나도 대화를 했던 학과 동기로써 애도하는 마음을 가지고 온 것은 사실이니까. 다만 이 기분이 진정으로 그 아이를 애도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그 아이의 뒷모습을 동정해서 그런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 아이와 처음 대화한 것은 집에 책을 가져다 준 이후 일주일이 지난 다음 수업 때였다. 그 아이는 평소같이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등교했고, 팀원들끼리 자리에 모여 조사해온 자료를 공유하고 발표 자료 정리를 마친 후 수업이 끝나 집에 가려고 한 나에게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책, 고마워.”


처음 듣는 그 아이의 목소리였다. 예뻤다. 진부한 표현이겠지만 옥구슬이 굴러간다면 이런 소리지 않을까 싶은 그런 목소리였다. 미세하게 떨리는 음색이 긴장했다는걸 보여주어서 살짝 귀여웠다. 하지만 나도 호들갑떠는 성격은 아니었던지라, 그런 마음 속 생각은 접어두고,


“별 거 아니었어.”


라며 평범하게 그 아이가 건네주는 쇼핑백을 받았다. 내용물을 살펴보니 치즈케이크였다. 좋아하진 않았지만 싫어하지도 않는, 딱 무난한 케이크였다. 그 아이는 나를 잠깐 쳐다보더니 이내 자기 짐을 챙기고 가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 아이에게 케이크를 같이 먹자고 권하였고, 그 아이도 잠시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다른 가게 케이크를 들고 가는 건 민폐인 것 같아 커피를 테이크아웃한 뒤 공원 벤치에 앉아 케이크를 꺼내어 같이 먹었다. 케이크를 먹는 내내 서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번갈아가며 포크로 케이크를 떠먹었고, 그리 크지 않았던 케이크는 금세 모습을 감추었다. 답답한 목을 커피로 축이고, 우리는 그냥 벤치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딴짓을 하지도 않고 그저 가만히 앉아 하늘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아이라 어색할줄 알았던 공기는 어느새 편안해졌다. 낯익은 느낌이 들어 그 아이쪽을 쳐다보니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짓고 있었다. 마치 어머니처럼.


“가볼게.”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었고, 그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사를 건넸다. 나도 슬슬 집에 가서 쉬고싶어졌기에 그녀와 함께 공원을 빠져나왔다.


“다음에 보자.”


나는 인사를 건넸다. 그저 그런 평범한 인사. 같은 팀플을 하는 학과 동기에게 건네는 일상적인 인사.


“그래.”


그녀도 아주 평범하게 인사를 건네곤, 그대로 뒤로 돌아 길을 걸어갔다. 나는 그렇게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잠깐 바라보았다. 어째선지 눈길이 갔다. 그 뒷모습이 너무나도 쓸쓸해보였기 때문에.


그리고 그게 내가 본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녀는 그 뒤로 수업에 안 나오더니 그대로 자퇴를 했고, 그렇게 몇 년이 지나 졸업을 앞둔 지금 이런 방식으로 다시 재회를 하게 되었다.


우리가 만약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었다면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이제와서 생각해봤자 소용없지만, 지금 내 옆에서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도란도란 얘기하시는 어머니를 보고있자니, 친구가 되었다면 그 아이의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시덥잖은 생각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날씨가 꽤나 쌀쌀해서 너무 오래 있다간 감기가 걸릴 거 같아 어머니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도 일정이 있어서 가보려는데 어머니는 내 손에 만원짜리 한 장을 쥐어주셨다. 가는 길에 밥이라도 한 끼 사먹으라고. 내가 와서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는 걸 보셨는지 가녀린 두 손으로 내 손을 꼭 쥐고 말씀하셨다. 한사코 거절했지만 결국 어머니에게 등 떠밀리듯 손에 만원을 쥐고 그 곳을 빠져나왔다.


딱히 배가 고프진 않았다. 그래도 뭔가 허전한 마음에 집 앞에 있는 빵집에 들어갔다. 뭘 먹을까 둘러보다가 문득 그때 먹었던 치즈케이크가 생각나 찾아봤다. 혹시가 없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한 조각이 남아있었다. 어머니에게 받은 만원으로 치즈케이크를 구매하고 잔돈을 받아 밖으로 나왔다. 그날따라 유독 밝은 밤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밤. 동그랗게 떠있는 보름달이 환하게 보이는 밤이었다. 원래 밤이 어땠는지 잘 기억이 안나지만, 계속 이런 밤만 있었으면 좋겠다 같은 생각을 하며 집을 향해 걸어갔다.


아, 집에 커피가 남아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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