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하는 히트상품을 만드는 사람은 메가 인플루언서? 아니면 보통 사람들?
'한국에서 유행하는 히트상품은 인스타그램에서 어떻게 만들어 질까?'
마케팅과 브랜딩을 하는 입장에서 항상 궁금한 내용이다.
- 히트상품을 만드는 사람은 메가 인플루언서일까? 아니면 보통 소비자들일까?
- 곰표 맥주가 유행이 되고 와인 보틀샵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 한국 사람들은 왜 SNS 사용량이 세계 2위가 되었을까?
- 한국 소비자들은 어떤 특징이 있으며 히트상품을 만들어 내는데 어떤 영향을 미칠까?
- MZ 세대들에게 유행하는 브랜드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 한국에서 유행하는 브랜드는 공통점이 뭐가 있을까?
이 내용으로 이번 주 목요일에 진행하는 강의에서 이야기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할 일 없는 오늘 사무실에 앉아서 그냥 정리를 해봤다.
"형! 우리 가게에 어떻게 줄 세웠는지 알려드릴까요?"
친한 동생이 연락이 왔다. 다른 사람에겐 말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기가 했던 방법을 일러줬다. 물론 난 약속을 지켰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진 않고 글로 쓰고 있으니.
오늘 아침에 통화했을 때 아직도 줄을 서는지 물어봤더니 피크타임에는 1시간 정도 웨이팅이 있다고 했다. 이 가게가 했던 전략은 단순했다.
1. 식사를 하신 분들에게 이벤트 참여 의향을 물어봄. 참여한다고 하면 방법을 알려줌.
2.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00명 이상인지 물어봄. 그렇다고 하면 먹고 있는 음식 사진을 올려서 좋아요가 20개만 넘으면 다음 방문 시 사용할 수 있는 40,000원 식사권 제공
3. 실제로 손님들은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적어서 방문. 차액이 있으면 차액을 쓰러 재재방문.
이 이벤트가 통하기 위해서는 2가지 기본적 전제가 있다. 하나는 가게에 방문한 고객이 먹으면서 '이 음식이 맛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내가 이 음식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을 때 업로드한 나 자신이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이벤트는 꽤나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다. 하나는 음료 캔 하나를 주고 인스타 업로드해달라는 이벤트의 단점을 없앴다. 보통 그런 이벤트는 음료수만 받고 지우는 경우가 많다. 부끄럽지만 나도 그랬다. 두 번째는 '좋아요' 수가 20개를 넘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좋아요' 수가 20개가 넘지 않으면 인스타그램을 하는 지인들에게 부탁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입소문이 저절로 발생한다.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나도 마찬가지지만 사람들은 비슷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낸다. 지역적으로 동일하거나 관심사 등이 비슷하다. 특히나 팔로워가 몇백 명인 인플루언서 경우는 더더욱 비슷한 집단과 소통할 확률이 더 높다. 온라인 상품이 아닌 지역적 위치가 중요한 식당인 경우는 같은 지역 사람에게 노출되어야 의미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가게에 줄은 세운 비결은 유명 유튜버나 인스타그램 메가 인플루언서가 아니었다. 동네의 평범한 사람들이 유행을 만들어 냈다.
구글 글라스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면 다양한 실패 요인이 나온다. 심지어는 과연 이게 실패로 봐야 하냐는 글까지 있다. 하지만 유행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초기에 나왔던 구글 글라스는 실패다. 애플 와치와는 달리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이 결과를 재미있게 분석한 책이 있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도 이 책에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기 때문이다.
구글은 '구글 글라스' 마케팅 전략으로 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은 얼리어답터를 중심으로 베타테스터로 참여시켰다. 그리고 이 베타테스터를 중심으로 구글 글라스가 소비자들에게 확산이 될 거라고 기대를 했다. 결과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실패로 끝났다. 중요한 건 정말 많은 사람들이 구글 글라스라는 브랜드를 인지했다는 것이다. 구글은 미디어 이벤트나 보도자료 등을 통해 정말 열심히 알렸다. 돈도 많은 회사니 홍보를 위해 예산이 부족해서 실패했다는 변명을 할 수 도 없다.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는 책의 중요한 메시지는 아래와 같다.
"연결이 많은 소셜 스타(혹은 우리가 인플루언서라고 부르는 사람)가 혁신을 전파하는 힘은 사회과학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미신 중 하나이다. 이 미신은 판매, 마케팅, 홍보, 심지어 정치 분야에까지 침투했다. 이 미신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너무나도 뿌리 깊게 박힌 나머지 어떤 혁신이 주변부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인플루언서의 힘 때문에 성공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30p
한 줄로 요약하면 "유행을 만드는 것은 소수의 유명인(메가 인플루언서)이 아니다." 구글 글라스의 실패 이유를 소수의 유명인 즉, 일반인이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케팅이나 홍보 관련자들은 '유명인이 쓰면 나도 쓰고 싶고 그래서 구매를 한다'라고 믿는다. 나도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이게 틀렸다고 이야기를 하니 더 궁금해졌다.
나도 이 글을 읽으면서 매우 의아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돈을 쓰고 있는 회사들이 지금 잘못 예산을 집행하는 걸까?
세상은 전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이야기하고 있고 효과를 봤다고 꾸준히 예산을 집행하는데 누구 말이 맞는지 매우 궁금해졌다.
다시 책을 열고 트위터가 어떻게 유행이 되었는지를 살펴봤다.
2009년 4월 17일 오프라 윈프리 누님께서 본인 토크쇼에서 트윗을 올렸다. 무려 수백만 시청자가 보고 있었고 그달 말에 트위터 유저는 약 2800만 명으로 불어났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트위터의 성공은 오프라 윈프리 누님 덕분이라고 생각을 할 거다. 하지만 이전에 관한 내용을 들으면 생각이 달라진다.
트위터는 이미 2009년 1월부터 매달 엄청난 속도로 성장을 하고 있었다. 2월에 800만 명이던 사용자는 4월 초에 약 2,000만 명으로 수직 상승했다. 오프라 누님이 트윗을 올렸던 시점은 트위터 성장 속도의 정점에 있었고 이후에 성장 속도는 둔화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어떻게 오프라가 트위터를 성장시켰을까?'가 절대 아니다. '오프라가 본인 토크쇼에서 트윗을 할 만큼 어떻게 트위터는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을까?'이다.
[출처: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32p~33p]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만약에 영향력이 높은 유명인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한다고 다 성공을 한다면 돈 많은 기업은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히트 상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최근에 출시되었던 'The 미식 장인라면'이다. 오징어 게임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 이정재를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했다. 엄청난 비용을 집행한 탓에 웬만한 사람들은 이 라면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매출을 내지는 못했다.
유튜브에서도 구독자 62만의 맛상무, 구독자 29만 명의 개그우먼 김민경이 광고도 아니고 심지어 자발적으로 홍보를 했다.
메가 인플루언서나 백만 유튜버를 통한 소개는 인지도 높이는 것에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 다만 유행을 만들어 내는데 중요한 영향력이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러면 유행이 되는 브랜드는 어떻게 탄생이 되는 걸까? 특히 한국에서
쿠팡도 연예인 모델을 쓴다. 그것도 몸값 비싼 가수 겸 배우 비를. 물론 다른 연예인도 많이 썼다.
비싼 연예인을 모델로 쓰고도 유행을 만들어 내지 못한 브랜드를 일일이 열거하기도 귀찮다. 쿠팡이 한국 시장에서 유행을 한 이유는 비 같은 비싼 모델이 이유가 아니라는 건 명확하다.
연예인을 쓰고 공격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펼치는 건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는 매우 도움이 된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돈만 있으면 우리 브랜드를 알리는 건 쉽다.
쿠팡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전달되기 쉬운 메시지가 있었다. 11번가나 지마켓과는 달리 '로켓 배송'이라는 매우 단순한 단어를 쿠팡은 소비자들에게 던졌다.
"하루 만에 배송되는 쇼핑몰 들어봤어?"
이전에 전혀 듣지 못했고 나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 문장은 자연스럽게 보통의 소비자들에게 퍼질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쿠팡은 입소문이 퍼질만한 브랜드 메시지가 있었고 일반 소비자들은 지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퍼트렸다.
"할스티드는 한국의 성장에 더 주목했는데, 그녀는 '2위인 한국의 경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주류 전문 연구기관 IWSR (International Wine and Spirit Record)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와인 소비 성장세는 점차 둔화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2016년에서 20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이 +11% 이상 증가했다'라고 말하며 한국 와인시장의 특별한 성장세를 전했다."
내가 기억하기론 그 어떤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가 '와인을 꼭 마셔야 합니다.'라고 공개 석상이나 유료 광고를 통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어떻게 한국은 지난 몇 년 사이에 이토록 와인 소비가 크게 늘 수가 있었을까?
국내 와인 시장이 커진 이유를 사람들은 다양하게 분석한다. 다른 술에 비해서 도수가 낮다거나, 배달 판매가 가능해졌다거나 혹은 홈술 문화가 원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맥주가 와인보다 도수가 낮고 소주나 맥주도 배달 판매는 가능하다. 그리고, 홈술에 맥주나 위스키도 충분히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왜 와인이 한국에서 유행하게 되었을까? 이 질문의 답변을 찾기 위해 먼저 한국 소비자들의 특징을 다시 정리해봤다.
1. 남들 하는 거 잘 따라함.
2. 과시욕구가 큼.
3. 소유욕이 강함.
1. 남들 하는 거 잘 따라함.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 강의를 유튜브로 보다가 재미있는 내용을 알게 되었다.
"내일 전국에 비가 올 예정입니다."
일기예보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와도 한국인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이나 중국에서 전국에 비가 온다는 상황은 자연재해라고 한다. 그 큰 땅덩어리 전체가 같은 기상 상태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호주 살 때 티브이에서 '내일 전국에 비가 온다'는 이야기를 단 한 번도 못 들어봤다.
이런 이유 때문에 좁은 땅덩어리에 많은 인구 속에서 사는 한국인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함께', '같이' 혹은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더 강하다. 그래서 유행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쉽게 만들어질 수 있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2. 과시 욕구가 큼.
2020년도에 전 세계 명품 매출이 19% 줄었다. 하지만 한국 명품 시장 규모는 올랐다. 명품 쇼핑몰도 꾸준히 새로 등장하고 있다.
명품을 구매하는 한국 소비자 심리는 간단하다. 나를 드러내고 싶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과시 성향이 강하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도 이렇게 이야기했다. "자기를 드러낼 수 있는 과시형 수단으로 명품을 구매하고 있는 것." -[출처: https://www.mk.co.kr/news/special-edition/view/2011/10/649875/]
3. 소유욕이 강함.
미국계 모기지 보험 전문회사인 젠워스는 한국에 진출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한국인은 주택 소유욕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하다. 미국 등과 달리 경제 사정이 어려워져도 주택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976761#home ]
한국인이 부동산 소유욕이 높은 이유는 벼농사를 지었던 우리 민족의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벼농사의 핵심은 땅이다. 그리고 땅을 소유하지 않으면 본인 노력의 결과물인 농작물의 대부분을 지주에게 바쳐야 했다. 자연스럽게 땅에 집착하는 심리가 생기게 되었다. 한국에 도시화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한국인들은 땅 위에 형성된 부동산에 주목했다. 익숙한 것을 찾기 위한 심리가 한국인들의 높은 부동산 소유욕을 유지시키는 이유가 된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한국인의 과시욕으로 세상을 이해하면 많은 일이 이해가 된다. 집에 대한 소유욕은 있지만 해결할 수 없으면 집보다는 저렴한 비싼 자동차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한다. 카푸어에 관한 현상이 설명이 된다. 심지어 집도 좋은 차도 없으면 명품을 소유하고 과시하면서 위안을 삼는다.
한국 소비자들은 집을 넘어서서 무언가를 소유하려는 욕구가 대체로 강하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소비자를 이해한다고 와인이 유행이 된 이유를 알 순 없다. 그래서 중요한 이야기를 하나 더 알아본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가 등장을 하면서 세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쉐이크섹 버거가 등장했던 시기는 페이스북이 처음 세상에 선보인 2004년과 동일하다. 누군가는 쉐이크쉑 버거는 페이스북이 없었다면 이 정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이전에 소비자들은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했다면 '무엇을 먹어야 페이스북에 올려서 좋아요를 많이 받을 수 있을까?'가 의사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사람들은 자랑할 만한 일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고 싶어 한다.
여행지 선택에도 인스타그램이 중요한 조건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영국 숙박업 보험업체인 스코필드(Schofields)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여행지를 선택할 때 40%의 응답자가 '인스타그래머블한 여행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응답했습니다. 그 다름으로 술 가격이 24%, 현지 음식 경험이 9.4%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작은 도시 와나카 (Wanaka)는 인스타스러운 장소라는 인기 덕분에 2015년 여행객이 14% 증가해 인스타그램에 공식적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합니다.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은 최근 인스타그램 효과로 방문객이 급증해 1일 방문객 정원을 8,000명으로 제한까지 합니다. 인스타스러움으로 인해 나타나는 정말 재미있는 현상들이죠."
https://brunch.co.kr/@alalalqq/29
한국에도 당연히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가 들어왔다. 소비자가 구매 의사 결정을 할 때 미국에서 벌어졌던 일이 그대로 벌어졌다. 내가 올리는 사진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가 선택에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위의 통계대로 한국인들의 SNS 이용률은 세계 2위에 올랐다. 그리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소셜미디어는 인스타그램이다. 재미있게도 인스타그램은 앞서 이야기한 한국 소비자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채널이다.
- 남들이 따라 하기 위해선 남들이 무엇을 하는지 지켜봐야 하는데 인스타그램으로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 굳이 타인을 만나지 않아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과시욕을 발현할 수가 있다.
-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업로드 함으로써 나의 소유욕을 채울 수 있다.
마지막 문장은 유튜브에서 본 진중권 아저씨의 미학 강의에서 나온 내용을 참고하면 이해가 쉽다. 내가 쇼핑몰에서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돈을 지불하고 구매를 해서 소유를 하게 된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온라인 상에서 한 번 더 소유를 하게 된다. 특별한 추가 비용 없이 2번의 소유 경험을 하게 되니 한국 소비자들은 인스타그램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일단 인스타그램에서 해쉬태그 수를 찾아봤다.
막걸리 135만 개, 위스키 53.7만 개, 맥주 641만, 소주 336만 개, 와인 363만 개다. 물론 여기 해쉬태그수에 업체가 올린 내용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브랜드 명이 아닌 술 종류를 태그로 걸었다는 건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올렸다고 봐야 한다. 맥주보다 해쉬태그수가 작지만 와인은 그 외 소주, 막걸리, 위스키보다 많다.
네이버에서 월간 검색 수에선 와인이 현저히 많다.
와인이 한국에 유행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인스타그램에 평범한 내 주위 사람들이 #와인 을 올리기 시작했다는 거다. 유명한 사람이 와인을 마시라고 이야기를 한 것도 메가 인플루언서가 와인 소비를 촉진한 게 아니다. 내가 아는 보통 사람들이 와인 마시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기 때문이다.
위의 내용에 더 확신을 갖기 위해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에서 몇 가지 내용을 찾아왔다.
"새로운 행동이나 기술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얻을 필요가 있을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접촉자는 대개 자신을 닮은 사람이다. 예를 들면, 다이어트 일기 연구에서 비만인 참여자들은 자신과 비슷하게 과체중인 동료로부터 정보를 들을 때 혁신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이들에게는 덜 건강한 사람이 건강이 아주 좋은 사람보다 관련성이 더 높은 영향력의 원천이었다." -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187p
"환자에게 새로운 것을 시도하라고 설득하는 능력은 의학적 권위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의사와 환자의 지각된 유사성에서 나온다. 예를 들면, 소아과 의사가 부모에게 조언을 할 때 의학적 정보에다가 자기 자녀와의 경험을 곁들여 소개하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영향력은 그가 의사라는 권위보다는 같은 부모라는 사실에서 나온다." -188p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이사들은 아주 큰 성공을 거둔 (하지만 자기 기업과 비슷하진 않은) 기업보다는 비슷한 기업의 선례를 따르는 경우가 훨씬 많다." - 189p
하나 더 추가를 하자면 이런 내용도 있었다. 메가 인플루언서들은 본인과 관련 있는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많다. 그리고 스스로의 영향력도 알고 있기 때문에 대게 아무 사진이나 막 올리진 않는다. 그래서 본인이 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보이고 힙하거나 핫하다는 아이템으로 인지하기 위해선 주위 몇 명이 올린 사진으로 되진 않는다.
하지만 팔로워가 많이 없는 보통 사람인 경우는 그들 중 일부만 써도 본인이 볼 때는 많은 사람이 쓰는 아이템으로 인지한다. 그래서 소수의 주위 사람이 써도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기준에선 그 소수가 내 전체 지인 중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유행하는 아이템으로 생각해서 구매를 고민하거나 참여하기를 원한다.
메가 인플루언서들에겐 어떤 아이템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많아지면 인기 있는 아이템으로 인지를 하고 트렌디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 제품을 선택한다. 그리고 이 포스팅은 아직 그 제품을 몰랐던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이런 반복 속에서 자연스럽게 유행이 만들어진다.
한국에서 와인이 유행을 하게 된 이유가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소비라는 행위는 깊은 바닥에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이 깔려있다고 생각을 하면 이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결론은 가능하다.
1. 소비자는 항상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
2. 소비자는 더 이상 기업의 메시지를 신뢰하지 않는다.
3. 이야기를 퍼뜨리기에 가장 좋은 채널이다.
1. 소비자는 항상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가 많은 사람들이 샀다는 이유만으로 구매를 하는지 궁금할 수도 있다. 보통은 소비자들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구매의사결정을 한다고 생각을 한다.
'인지적 구두쇠'라는 표현이 있다. 인간들은 대체적으로 결정을 할 때 많은 고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mbti를 보면 이게 얼마나 사람들이 고민을 안 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은 딱 16개의 유형으로 이해하려는 거다. 타인의 행동을 일일이 이해하고 싶어 하지 않아서 16개의 유형으로 나눈 다음 이해를 하려고 한다. 그래도 혈액형으로 타인을 이해하려는 것보다는 나을 순 있다.
무언가를 사려고 할 때 너무 많은 정보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냥 많은 사람이 선택했다면 다 이유가 있으리라고 생각을 하고 그냥 구매를 한다. 마케터들이 끊임없이 '매출 1위나 시장점유율 1위'를 외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인스타그램 피드에 갔는데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같은 제품을 쓰는 사진은 충분히 구매를 할 이유를 제공한다. 제품에 관한 세세한 정보를 볼 노력을 하고 싶지 않다. 이게 인간의 본성이니까. 이런 이유로 인스타그램은 유행을 만들기에 좋은 장소를 제공한다.
*사회적 증거의 법칙 : '설득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 개념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사람의 행동은 상당 부분 주위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데, 따라서 사람들이 무언가를 믿거나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할 때 다른 사람들을 살펴보고 비슷한 예가 많은 경우 (사회적 증거: social proof) 그대로 따라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출처: https://brunch.co.kr/@brunchflgu/54
2. 소비자는 더 이상 기업의 메시지를 신뢰하지 않는다.
- '인간적인 브랜드가 살아남는다'를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온다. "소비자의 80%에 가까운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기업 광고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리고 적어도 지난 10여 년간 이 숫자는 증가 추세에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소비자들이 돈을 주고 기꺼이 이용한다는 건 사람들이 얼마나 광고를 싫어하는지 알 수 있다.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광고를 보는 시간이 아까워서 비용을 지불한다. 심지어 유튜브 광고는 티브이 광고보다 짧다.
- 소비자 고객 경험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넷플릭스는 영상 앞뒤나 중간에 광고를 붙이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선 큰 수익을 포기했다. 하지만 고객이 광고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기 때문에 고객 경험을 위해 기꺼이 돈을 포기했다. 장기적으론 그게 더 오래 고객을 유지시킬 수 있는지 알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변했다. 광고를 정보로 생각하기는커녕 그냥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쇼핑몰에서 소비자들이 리뷰를 보는 진짜 이유가 뭘까? 제품 상세페이지에서 기업은 소비자가 알아야 할 내용을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달앱에서 사람들의 의사결정에 큰 요인을 차지하는 건 리뷰다. 식당이 써놓은 자세한 설명은 잘 읽지도 않는다. 다른 이용자의 구매 경험 후기를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이 유행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이유는 진짜 사람이 만든 진짜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3. 이야기를 퍼뜨리기에 가장 좋은 채널이다.
이전에는 이야기가 퍼지기 위해선 사람들이 직접 만나야만 입소문이 시작될 수 있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가 등장을 하면서 온라인 상에서 이야기가 쉽게 퍼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은 블로그나 페이스북과는 달리 길게 이야기하지 않고 사진 한 장으로 전달할 수 있으니 이야기가 퍼지기 더 쉬워졌다.
블로그 하나 적기 위해 많은 사진을 찍고 의자에 앉아 긴 글을 써야 했던 블로그보다 훨씬 간단해졌다.
골을 많이 넣으면 축구 경기를 이기는가? 맞다. 하지만 골을 많이 넣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공차는 게 직업인 프로 축구 선수 22명이서 죽어라 90분을 뛰는데도 한골도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인스타그램에 많은 소비자들이 올리면 유행은 된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에 올라오게 하는 것도 말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1.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2. 소비자가 자랑하고 싶은 디자인을 갖춰야 한다.
3. 소비자가 올렸을 때 직접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아래에 2편 있습니다.]
글쓴이: 1978년 산 마케터 문영호입니다. 부산 성인 영어회화학원 YC College, 초등학생 영어회화 전문학원 YC College Junior와 현재 준비 중인 부산 비즈니스 모임 Crack it의 마케팅과 브랜딩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마케팅이나 브랜딩 강의를 하는 가성비 좋은 강사이기도 합니다. 기업, 기관, 대학교의 마케팅/브랜딩/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맡아서 진행을 합니다. 기업 브랜딩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 관련해서 문의 사항이 있으시면 yccollege@kakao.com으로 이메일 보내주시거나 010 칠오일사 1511로 전화 주시면 세상에서 가장 친절히 답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