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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만났던 노부부 이야기

소비자는 어떻게 구매를 결정할까?

필리핀에서 2년 정도를 살았다. 그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다. 친한 친구의 지인의 지인의 노부부가 필리핀으로 이민을 오게 되었다. 그 당시 한국에서는 황제 이민이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을 때였다. 동남아에 와서 한국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황제처럼 살 수 있다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리고 이 노부부는 생각하지 못했던 큰돈을 손에 쥐게 되자 필리핀으로 왔다.


한국에서는 하지 않았던 골프를 치고 운전기사를 채용해서 필리핀 여기저기를 편하게 다녔다. 집안일을 담당할 사람도 채용해서 집에 매번 반짝반짝거렸다. 이 모든 비용이 한국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만큼 저렴했다. 황제의 삶이라고 부를 순 없지만 한국에서는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있는 삶은 아니었다. 


재미있는 건 필리핀에 온 지 6개월이 지난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 직접적으로 들은 건 아니지만 이유는 쉽사리 짐작이 간다. 가장 큰 이유는 한평생 한국에서 살았던 노부부가 친구나 지인 없이 언어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의 외로움은 견디기 힘들었을 거다. 하지만 또 하나의 이유는 이 멋진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자랑할 수 있는 지인들이 없었다. 


골프를 원래 좋아했던 분들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골프를 치던 사람들의 삶을 동경했던 이 분들은 저렴한 가격에 가능하니 필리핀에서 골프를 쳤다. 하지만 이런 멋진 삶을 보여줄 사람이 없었다. 



개인 운전기사를 고용해서 마트를 가거나 커피숍을 가서 주차장에서 내릴 때 우연히 만나는 지인들의 시선을 즐기고 싶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타국 땅에서 그들을 부러워하는 시선을 느끼긴 어려웠다.


집에 집안일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지인들이 놀러 왔을 때 커피를 부탁하고, 집안일은 내 일이 아니라고 자랑하고 싶지만 필리핀에서는 불가능했다.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이 정말 오롯이 본인의 선택으로만 이루어질까? 진중권 교수는 유튜브 미학 강의에서 소비는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구매 의사결정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한국에서 골프를 치는 사람들 중에 물론 많은 사람들은 골프라는 스포츠가 좋고 사업적 목적을 위해서 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부는 내가 골프를 친다는 이 멋진 이야기를 주위에 이야기하고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서 인 경우도 분명히 있다는 거다. 


상품을 기획할 때 고객이 우리가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했을 때 주위 시선이 어떻게 보일까를 고민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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